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 스튜디오룰루랄라

 
바야흐로 웹예능 홍수의 시대다.  

지상파, 케이블 TV들이 유튜브, 네이버 TV 등을 시험 무대로 삼아 10여분 안팎의 스낵 콘텐츠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예능과 차별화 된 웹 예능들은 하나 둘 고정 구독자들을 늘려나갔다. 여기에 독립 제작사들도 속속 가세하면서 유튜브 공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웹예능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살아남는 작품의 수는 제한적이다.  
JTBC가 만든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와썹맨>, <워크맨> 등의 인기작을 내놓아 유튜브 웹예능의 신흥 강자로 손꼽히는 제작사 중 한 곳이다. 최근엔 색다른 기획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에 나선 예능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라떼월드>다.

출연자 및 내용 전면 개편 후 뒤늦은 상승세​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 스튜디오룰루랄라

 
"나 때는 말이야~"에서 비롯된 '라떼'라는 신조어에서 착안한 제목처럼 당초 <라떼월드>는 배우 송진우, 그룹 인피니트 성규 등의 '실버세대 어르신 문화 생활 탐방기'를 담은 웹예능으로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였다. 몇몇 에피소드가 제법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이런저런 사정 속에 일찌감치 막을 내리면서 <라떼월드>는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흔하디 흔한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대개편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탈바꿈한다. 카라 출신 방송인 겸 배우 허영지 1인 MC 체제로 출연진을 변경한 것 뿐만 아니라 1990년대말~2000년대의 문화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10대부터 30대 초반 젊은 세대들의 그 시절 추억을 찾아 보는 '길거리 탐방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학창시절 때 메신저나 채팅 어떤 거 했어요?" (허영지)
"우리땐 버디버디"(1989년생) vs "전 카카오톡이 처음이었어요"(2001년생)
"미로틱, 오정반합(이상 동방신기 노래) 알아요?"(허영지)
"동방신기 이름은 들어봤는데 노래는 잘 몰라요. 백지영씨가 댄스가수였어요?"(2004년생 학생)


프로그램은 MP3 플레이어를 비롯해서 싸이월드, 만화책, TV 애니메이션, 온갖 불량식품 등 어린 시절 경험해봤던 추억 속 소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의 목소리를 빌려 들어보는데, 이것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특히 하나의 소재를 놓고도 2000년 이후 태어난 고교생과 1990년대 후반 대학생, 1990년대 초반 회사원이 판이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런 젊은이들 사이의 '세대 차이'는 <라떼월드> 속 웃음 유발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MC 허영지의 맹활약...프로그램 재미 마련의 일등공신​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 스튜디오룰루랄라

 
<라떼월드>는 예전 2000년대 식 자막 활용을 비롯해 과거 윈도우98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박스 창 등을 적극 활용해 그 시절 추억담을 풀어놓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매주 옛추억을 재소환하는 내용이 소소한 반응을 얻으면서 각 동영상 속 댓글 창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젊은 네티즌들의 놀이터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힘입어 <라떼월드>는 지난 8월말 뒤늦게나마 독립 채널로 분리되면서 접근 경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와 그 무렵 노래들을 다룬 방영분에선 "라떼는 말이야 아이리버 썼는데...", "나는 이모가 쓰던 삼성 YEPP 받았어요", "충격과 공포다. OOO노래를 모르다니"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본 동영상 못지않은 재미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구독자 및 시청자들의 열성적인 참여를 유발시켜준 데엔 속도감 있는 편집과 유머 넘치는 자막 뿐만 아니라 MC 허영지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14년 카라의 새 멤버로 데뷔한 이래 다양한 예능에서 엉뚱하지만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딱 들어맞는 진행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1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을 유쾌하게 이끌어 나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시절의 경험담을 거리낌없이 늘어놓을 뿐만 아니라 만나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좋은 인터뷰어 노릇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젊은 세대도 그 시절 추억은 있다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웹예능 '라떼월드'의 한 장면 ⓒ 스튜디오룰루랄라

 
사실 예전 추억을 회상하는, 일명 '추억팔이' 성격을 지닌  TV 예능 및 웹 예능은 그동안 수없이 등장해왔다. 지난해 유튜브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온라인 탑골 공원' SBS <인기가요> 및 1990년대 가요 재발견 등도 이러한 과정 속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3040 이상 세대를 중심으로 어른들의 회상, 추억 찾기 등이 이뤄졌고 20대 이하 젊은이들은 호기심 속에 어른들의 과거 대중문화를 '이색 즐길거리'로 활용했다.

​하지만 <라떼월드>에선 위치가 달라졌다. 이곳에서 중심이 되는 건 주로 1020 청년들이다. '라떼'라는 단어 자체가 '꼰대'를 지칭하는 부정적 의미로 자주 활용되곤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젊은 유튜브 이용자들만의 추억 회상을 유발시키는 즐거운 수단이 되어준다.   

앞서 ​<인기가요> 스트리밍 채널의 댓글창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 되어준 것처럼 <라떼월드>는 젊은 학생 중심 시청자들에게 과거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동일한 감정을 지닌 타 이용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반대로 3040 세대들은 자신들보다 어린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다양한 내용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도 세대 차이는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 그들이 어떤 시대를 관통하고 성장했는지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특히 <라떼월드>는 만화책 <마법천자문>과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싸이월드 파도타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으면서는 결코 추억이 어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라떼월드 웹예능 허영지 스튜디오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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