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하지 마세요> 스틸컷

<나를 구하지 마세요>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내가 죽거든 십자수, 색종이 접기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

2016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한부모 가정의 비극. 죽음을 앞둔 초등학생이 남긴 유서엔 '나를 구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홀로 키웠던 여성은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추측만 분분했다.

정연경 감독의 장편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자신에게 비극이 닥칠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한 초등학생의 시선을 따라간다.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단절감을 겪으면서도 밝고 의젓한 모습을 잃지 않은 선유(조서연),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선유를 돕고 싶었던 정국(최로운)이 그 주인공이다. 현실과 달리 영화는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생각을 깊이 파헤친다. 직접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이제 중학생이 됐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연기해갔는지 서면 인터뷰로 조서연, 최로운을 만났다.

캐릭터에 다가가기

두 배우 모두 영화 속 인물을 이해하려 노력한 흔적이 짙었다. 촬영 전 약 2개월 앞서 감독은 두 배우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고, 여러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감정신이 많아서 처음에 부담도 좀 느꼈어요. 하지만 선유가 조금씩 궁금해져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감독님이 특히 영화가 무겁고 슬픈 주제라 제가 촬영 후에 트라우마를 가지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원래 전 밝은 성격이고, 선유가 되었을 때만 집중하는 법을 알게 돼서 괜찮았습니다. 김새론 배우 주연의 <여행자>도 추천해주셔서 봤는데 (선유의) 감정을 이해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조서연)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정국이는 밝고 재밌고,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분위기메이커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제 모습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학교에서의 제 모습이 많이 떠올라서 감독님이 저를 정말 잘 파악하고 캐스팅하신 게 아닌가 놀라기도 했습니다. 촬영 전에 감독님과 아주 많은 이야길 나눴어요. 대사 하나하나 제게 물어봐 주시면서 제가 잘 표현할 수 있게 수정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합니다." (최로운)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에서 선유 역을 맡은 배우 조서연.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에서 선유 역을 맡은 배우 조서연. ⓒ 아우라픽쳐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감독으로서는 어린 배우들이 걱정되고 했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두 모녀가 극단적 선택으로 나아가기 직전까지 여러 사람이 진심으로 품고 걱정하는 모습이 나오며, 영화 역시 나름 비극적 결말은 아니다. 조서연은 관련 사건들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주변에 이런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몰랐어요. 우리 주변에 있을 선유와 같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서연)

선유에게 가장 힘이 되려 했던 정국은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공부와 담쌓고 문제아 기질을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선 마냥 삐뚤어지지 않는다. 선유와 달리 부모와의 유대가 있고 친형과도 감정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로운은 "사랑과 신뢰가 쌓인 가족 같았고, 정국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좋았다"며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지닌 정국이가 선유에게도 힘이 되는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한의 절망과 외로움을 느꼈을 영화 속 캐릭터에 두 배우는 모두 애정을 갖고 있었다. 조서연은 "실제로 집에 사소한 고민을 잘 털어놓진 않지만 큰 고민이나 심각한 건 말하려고 노력한다"며 부모와의 정서적 관계를 강조했다. 최로운은 "아직까지 선유처럼 그런 환경에 놓인 친구를 보진 못했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정국이처럼 도와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에서 정국 역을 맡은 배우 최로운.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에서 정국 역을 맡은 배우 최로운. ⓒ 아우라픽쳐스

 
"아역배우들에게 좋은 기회가 많아져서 좋아요!"

<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경험한 최로운의 소감이다. 최근들어 종종 아이의 시선,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두 배우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져서 관객분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행복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모두가 체감할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