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문희>에서 두원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영화 <오! 문희>에서 두원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 CGV아트하우스

 
그간 강하고 어둡거나 악역의 이희준을 기억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한결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오! 문희>에서 배우 나문희와 모자 호흡을 맞춘 이희준의 표정 역시 한결 더 편해 보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문희(나문희)가 손녀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그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의 아빠이자 보험사 직원 두원(이희준)의 마음은 어땠을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인데 두원이라는 캐릭터를 파고들면 그 인생이 녹록지만은 않다. 딸을 낳고 얼마 뒤 아내는 치매 어머니와 남편, 딸을 두고 집을 나갔고, 어머니의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간다. 과연 이 남자는 아픔을 딛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치밀했던 준비

"다른 현장보다 좀 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며 이희준이 운을 뗐다. 다수의 배우들과 함께가 아닌 두 배우가 극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그 무게감이 컸다는 의미였다. 

"<남산의 부장>은 병헌 형, 성민 선배, 도원 선배 있으니 제가 제 역할을 충실히 준비하고 상황에 뛰어들기만 하면 굴러갔는데 여기선 좀 달랐던 것 같다. 평소 제가 다른 영화에서 맡았던 것보다 현장에서 할 게 많더라. 이게 다 선배들이 주연하면서 겪은 일이구나 싶더라. 감사하면서도 외롭기도 했다(웃음).

나문희 선생님과는 리허설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그때그때 당신이 느끼신 걸 바로 말씀하시는 편이더라. 촬영 시작 후 1주일이 지났는데 나문희 선생님이 '희준씨 너무 잘한다. 마음대로 해봐. 다 받아줄게' 그러셨다. 인정받은 거지(웃음). 현장에서 선생님의 연기도 연기지만 삶의 태도,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더 큰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충청도에서 3개월 정도 같이 머물렀는데 사우나에 한번 가실 때 빼고는 계속 대사를 연습하신다. 연기와 함께 사시는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작품에서 맡는 캐릭터마다 이희준은 오롯이 스며들고 몸에 익을 때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걸로 유명하다. <남산의 부장> 땐 체중을 100kg에 육박할 정도로 불리기도 했고, 이번엔 오히려 빼야 했다. 또 치매가 있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아들 역을 위해 촬영 전 실제 가정집을 방문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오! 문희> 스틸컷

영화 <오! 문희>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촬영한 집이 논산에 있는 곳인데 실제로 그 집 주인 아저씨도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살더라. 수박을 사 들고 논산에 갔다. 인사드리면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운데 집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다가 해가 져서 자고 가라 하셔서 같이 잤는데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어떻게 모시는지 옆에서 보게 되잖나. 정말 도움이 컸다. 

새벽에 부모님이 어디 나가려 하면 데리고 와서 다시 눕히고, 영화에서 보듯 그렇게 속상한 일이 아니더라. 그렇게 일상을 사시는 분이었다. 참 대단들 하신 것 같다. 그렇게 다들 버티며 사신다는 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다들 잘 견디며 살고 있지 않나. 이 영화를 찍다가 아이가 태어났는데 9개월 된 아이를 안고 있는 것도 힘든데 영화 속 황두원은 여섯 살 딸과 치매 어머니가 있잖나. 새삼 존경스럽기도 했다."


충청도 사투리 또한 여러 영상 자료를 보며 익혔다고 한다. 특히 개그맨 출신 방송인 최양락의 영상을 보다가 직접 그가 하는 순댓국집에 가서 밥을 먹고 같이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오! 문희>가 던지는 메시지들

영화에 등장하는 두원은 다소 다혈질이고, 목소리 또한 큰 편이다. 직접 연기한 배우로서 이희준은 누구보다 그 인물을 이해하고 있었다. 동시에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가져가실 게 분명 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두원을 보며 좀 짠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함께 아이를 낳았는데, 그녀는 뭐가 그리 지겨웠는지 자식까지 버리고 도망갔다. 얼마나 큰 배신감, 아픔을 갖고 있을까. 저도 결혼해보니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 것 같다. 심리학책을 보면 분노하다가 원망하고 그러다가 자책하는 단계가 온다는데 두원은 아마 분노에서 자책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엔 안 나오지만 끝까지 두원은 어머니를 요양원이 아닌 직접 모셨을 것 같고, 딸도 직접 키웠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멋있게 다가왔다. 3차 세계 대전을 막는 영웅은 아니지만 그만큼 멋있는 일 같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우린 짜증내곤 하잖나. 새삼 우리 가족,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나문희 선생님과 손잡고 뛰는 장면이 몇 있는데 정말 좋았고, 존경스러웠다. 한국에 나문희 선생님 같은 배우가 있다는 게 말이다. 할리우드엔 그런 멋진 배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분들을 많이 뵙고 싶다."

 
 영화 <오! 문희>에서 두원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영화 <오! 문희>에서 두원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 CGV아트하우스

 
2018년 <병훈의 하루>라는 단편을 직접 연출하는 등 이희준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감독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데 아무도 안 만들어 줄 것 같은 영화라서 했던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분명 그의 창작에너지는 강해 보였다. 

"여전히 연기가 재밌고 이것보다 더 재밌는 걸 찾진 못했다"며 이희준은 지금까지 연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과거 무명시절, 연극배우 때 아버지의 강한 반대를 무릅썼던 건 이제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년 넘게 파고 있는데 여전히 어려운 게 연기"라며 "다행히 운이 좋아 연기로 먹고살 수 있게 됐다. 혜정씨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절 아껴줘서 더 힘을 받고 있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의 차기작은 배우 이성민과 함께 하는 영화 <핸섬가이즈>, 이승가와 호흡하는 tvN 드라마 <마우스>다. "대본을 읽다가 가슴이 뛰면 언제든 뛰어들고 싶다"며 그가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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