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손뼉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손뼉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또 다시 건강 문제로 이탈했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사령탑마저 잃어버린 팀은 이제 최다 연패까지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다시 시즌 초반의 데자뷔를 반복하는 듯한 악순환이다.

염 감독은 6일 두산 베어스와 잠실 원정경기를 앞두고 몸상태가 나빠지며 덕아웃을 지키지 못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가 건강 문제를 드러낸 것은 올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다. 염 감독은 지난 6월 25일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고, 정밀 검사를 받고 심신 안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감독이 자리를 비운 기간동안 박경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됐고, 염 감독은 약 2개월간 치료와 휴식을 거친 끝에 지난 9월 1일 68일 만에 다시 사령탑 자리에 복귀했다. 염 감독은 복귀 인터뷰 당시 남은 시즌 동안 "팬들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불과 5일 만에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며 결국 복귀가 섣부른 선택이었다는 사실만 드러내고 말았다. 

SK의 현재 상황은 묘하게도 지난 6월과 흡사하다. 당시 염 감독이 덕아웃에서 쓰러지기 전까지 SK는 7연패 수렁에 허덕이고 있었다. 염 감독이 두 번째로 자리를 비운 지난 6일 경기 직전까지도 팀은 8연패 중이었다. 하필 상대는 두 번 모두 두산이었고, 염 감독이 결장한 직후 경기에서 팀이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나마 지난 6월에는 25일 같은 날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 두산에 승리하며 8연패에서 벗어났지만, 지금의 SK는 9연패를 이어가고 있다. 6일 경기에서 SK는 산발 3안타에 그치며 두산에 0-10이라는 굴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또 다시 연패에 빠진 SK

SK는 개막 초반인 5월 7일 한화전부터 19일 키움전까지 이미 올시즌 팀 최다인 10연패를 당한 바 있다. SK의 역대 팀 최다 연패는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기록했던 11연패였다. 단일 시즌에 두 자릿수 연패를 두 번이나 기록한 경우는 아직 없다. 앞으로 SK가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매 경기 구단 역사상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게 된다.

연패 기록만이 문제가 아니다. SK는 올시즌 102경기에서 32승 1무 69패, 승률 .317에 그치고 있다. 공동 4위 kt-두산과는 24.5게임차이로 5강까지 주어지는 가을야구는 사실상 물건너간 지 오래다. 심지어 3경기를 덜 치른 최하위 한화와도 3.5게임 차이로 자칫하면 꼴찌 추락까지 걱정해야할 처지다. 또한 연패가 길어지며 3할대 승률 사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SK로서는 2002년 롯데의 한 시즌 최다패(97패) 기록을 넘어 '프로야구 사상 첫 세 자릿수 패배'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는 처지가 됐다. 

SK는 8일부터 키움(홈)-한화(원정)-롯데(홈) 순으로 6연전이 예정되어있다. SK는 키움과의 상대전적에서 3승 6패로 열세지만, 키움이 최근 3연패로 3위까지 밀려나며 분위기가 다운돼 있다는 게 변수다. 키움은 지난 5월 SK에게도 10연패 탈출의 제물이 되어준 인연이 있다. 한화의 경우 올시즌 9승 1무 4패로 올시즌 SK가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만일 키움-한화전에서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최다연패 기록과 꼴찌 추락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한 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 염경엽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염 감독은 현대-LG 코치,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거쳤고 SK와는 2017년 단장직을 맡으며 첫 인연을 맺었다. 사실 히어로즈를 떠나 SK에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있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 SK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을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에서 사임한 이후, 감독은 아니지만 단장으로 내정되어 결국 SK행은 사실로 드러났다. 시간이 걸려 우회하기는 했지만 2019년에는 결국 SK의 차기 사령탑까지 올랐다.

그래도 프런트로서는 성공적이었다. 단장 시절었던 2018년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을 잘 보좌하며 본인이 지도자로서 이루지 못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2019년부터 미국으로 돌아간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SK의 7대 사령탑 자리에 오른 염 감독은 첫해 전반기까지 압도적인 정규시즌 1위를 질주했으나 후반기 두산의 맹추격에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다 잡은 우승을 놓쳤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 완패하며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염 감독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팀을 꾸준히 가을야구에 올려 놓았어도 우승에는 번번이 실패한 것이 한으로 남았다.

2020년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떠나면서 생긴 마운드의 공백을 새로운 선수들이 제대로 메우지 못했고, 믿었던 장타력과 불펜의 동반침체,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줄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두드러진 염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리더십을 둘러싼 의구심도 지속되며 염 감독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감독과 구단 모두 현실 받아들여야

올시즌 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경기에서 SK의 승률은 고작 .253(12승 35패), 박경완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면서 기록한 승률 .363(20승 1무 34패)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염 감독이 9월 복귀한 이후 정상적으로 팀을 지휘한 5경기에서 SK는 모두 패했다. 냉정하게 말해 염 감독의 존재가 SK의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물론 올시즌 SK의 부진을 모두 염 감독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6월 건강문제로 '프로야구 사상 감독이 최초로 경기중 덕아웃에서 실신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한 시점에서는, 염 감독과 SK 구단 모두 현실을 받아들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렸어야했다.

가뜩이나 팀이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서 언제 완전한 몸상태로 돌아올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감독의 빈 자리를 오랫동안 방치한다는 것은, 잔여 시즌 팀성적이나 내년 이후를 감안한 구단 재정비를 위해서도 그리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감독직은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자리다. 이미 한 번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감독을 시즌 중에 복귀시켜야할만큼 그 빈 자리가 절실한 타이밍도 아니었다. 하필이면 팀이 또다시 연패에 빠져있던 어려운 상황에서 염 감독이 무리하게 복귀를 선택했다가 결과적으로 일주일도 안되어 다시 이탈하며 오히려 팀분위기만 더욱 난감해지고 말았다. 염경엽 감독의 커리어에도, 구단에게 있어서도 최악의 결정이 된 셈이다.

염경엽 감독이나 SK 구단에게 있어서도 올시즌이 야구인생의 끝은 아니다. 때로는 실패를 인정하고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진정한 용기다. SK에게는 남은 시즌동안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또 염경엽 감독에게는 현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직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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