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다> 포스터

<아무도 없다> 포스터 ⓒ 판씨네마(주)

 
최근 스릴러 영화의 트렌드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이전에도 스릴러 영화의 경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많았는데 차이가 있다면 캐릭터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예전 스릴러의 경우 조력자의 존재와 외부의 구원이 핵심적인 플롯으로 작용했다면 최근엔 여성 주인공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묘사가 보인다. 리메이크 영화 <할로윈>과 <인비저블맨>도 이런 기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무도 없다>는 이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다. <할로윈>이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세 여성의 연대가 있었고, <인비저블맨>이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제시카는 완전히 혼자다. 영화의 원제가 'ALONE'(혼자)인 이유는 그녀가 처한 물리적인 상황뿐만이 아니다. 마음 역시 텅텅 빈 그녀는 갑작스런 위기에 빠진다.
   
 <아무도 없다> 스틸컷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제시카는 남자친구의 자살로 큰 충격에 빠진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게 된 그녀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다. 차에 짐을 싣고 이동하던 그녀는 보복운전으로 신경전을 겪는다. 불안을 느낀 그녀는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떠나려 한다.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차 창문을 두드린다. 어제 보복운전을 벌였던 차의 운전자 샘은 제시카에게 사과를 한다. 그런데 제시카의 본능은 직감적으로 그가 위험한 남자임을 인지한다. 서둘러 길을 떠나려는 제시카에게 샘은 미련을 보인다. 이제 다시 길을 가던 그녀는 산길에서 샘을 다시 만난다. 샘은 차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제시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제시카는 주유소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말하고 샘을 피한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고장 났다는 샘은 주유소까지 차를 몰고 온다. 자신의 동물적 직감이 맞았음을 간파한 제시카는 달려드는 샘을 피해 차를 몬다. 이제는 그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차가 이상을 보이더니 도로를 이탈한다. 그 짧은 순간에 샘이 바퀴에 구멍을 뚫어둔 것이다. 겁에 질린 제시카는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지만 어느새 뒤를 쫓아온 샘은 그녀를 폭행하고 납치한다. 이제 제시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납치범을 상대로 도망쳐야 할 상황에 처한다.
   
 <아무도 없다> 스틸컷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이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섬뜩함을 준다. 첫 번째는 제시카가 도움을 요청할 누구도 없다는 점이다. 스릴러 영화는 외부의 존재를 통해 긴장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스릴러의 명작 <미져리>를 예로 들자면 사고로 다리를 다친 베스트셀러 작가 폴은 자신을 구해준 전직 간호사이자 애독자인 애니에 의해 오히려 감금된다. 애니는 소설의 내용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자 폴에게 새로 글을 쓸 것을 강요하고, 그를 붙잡아두고자 다리를 더 다치게 한다.  

이때 내부에서는 애니에게 탈출하려는 폴의 모습을, 외부에서는 애니의 정체를 의심하는 나이든 보안관 버스터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버스터를 통해 폴이 구원을 받는 순간이 올 것이란 힌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시카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외부에서 오는 인물이 전혀 없기에 그녀는 스스로 이 위기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기에 샘의 존재는 더 무섭게 느껴진다.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샘이 평범한 가장이란 점이다. 제시카는 자신을 납치한 샘한테 무얼 바라느냐고 묻고, 샘은 네가 처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섬뜩한 대사를 내뱉는다. 어느 조직의 일원이나 혼자 은둔생활을 하는 정신이상자라면 모를까, 그는 아내와 딸에게 다정하게 전화를 거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보인다. 그가 악랄한 가면을 쓰는 건 제시카 앞에서다. 이 모습이 무서운 건 그들 만남의 시작이 보복운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도 없다> 스틸컷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지난 7월에 개봉한 <데스 체이싱>을 비롯해 10월 개봉을 앞둔 <언힌지드> 등의 영화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다. 길에서 걸린 시비가 개인 그리고 가족을 향한 복수로 이어지는데 이는 길가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이 언제든 악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공포를 보여준다.  

영화는 연인의 죽음으로 고통에 빠진 제시카가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샘에게서 도망치는 과정을 통해 표현한다. 내면에 품은 슬픔은 두려움과 마주하지 않고서는 이겨낼 수 없다. 타인은 내 슬픔을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한다.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와야 한다. 슬픔은 강하게 개인을 묶어 고통이란 심연으로 안내한다. 샘은 슬픔이자 고통이다. 샘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던 제시카는 마음을 바꾼다. 피할 수 없다면 맞붙어 이기고자 한다.  

<아무도 없다>는 두려움과 주체적으로 맞서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카와 샘의 추격전을 보여주는 전개는 긴박감을 더하고, 섬뜩한 샘의 집착과 폭력은 공포를 유발한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혼자의 힘으로 모든 어둠과 맞서고자 하는 제시카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쫄깃한 긴장감과 처절한 사투, 그 안에서 내면의 용기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최근 스릴러 장르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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