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제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제시 ⓒ MBC

 
지난 3일 첫 방송된 tvN 예능 <식스센스>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만약 제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진짜 가운데 가짜를 찾아내는 콘셉트도 흥미로웠고, 무려 3주에 걸쳐 폐가를 식당으로 탈바꿈시킨 제작진의 (가성비 떨어지는) 노고도 감탄을 자아냈다. 또, 화통한 여성 출연자들과 이를 힘겨워하는 유재석의 관계도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설정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제시의 존재감이 빛났다. 유재석은 전소민과 오나라가 도착한 후에도 제시가 도착하지 않자 전화를 걸었는데, 제시는 "오빠 1분이야, 1분", "식은땀나요, 지금", "똥줄타고 있어요"라며 뒤집어 놓았다. 유재석은 제시의 '식은땀' 발음이 욕 같다고 지적하며 또 한 차례 웃음을 유도했다. 두 사람의 케미가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제시의 진짜 매력

제시는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처음 만난 멤버들과 거리낌없이 가슴 사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유재석을 당황시켰고,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었다. 또,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상엽의 이름을 몰라서 계속 "민정 오빠"이라 불렀는데, 이후 진짜 이름을 알게 된 후에도 "(이름이) 삼겹살 같다"며 웃어넘겼다. 제시라서 가능한 웃음이었다.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토크 방지턱'이다. 제시는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과감히 '노'라고 말하며 자신의 흐름으로 이끌어 왔다. 물론 의도된 건 아니었다. 워낙 솔직하고 거침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가령, 한 끼에 (최대) 100만 원 하는 한식 레스토랑에서 다들 음식이 입에서 녹는다고 할 때 제시는 "근데, 하나는 안 녹았어"라고 말해 천진한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다. 

"(재석) 오빠, 쌈싸먹었어요?", "(재석) 오빠, 눈 떠요!" 처럼 지극히 평범한 말들도 한국어가 서툰 제시가 하면 웃음이 터졌다. 반말과 존댓말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고, 격식과 금기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제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지만, 악의나 계산이 없어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유재석은 당황, 짜증 등의 리액션을 하며 제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제시를 '(예능의) 망나니'라 부르며 캐릭터를 입혀 나갔다. 제시가 엑셀러레이터라면 유재석은 일종의 브레이크였다. 유재석과 제시는 SBS <런닝맨>에 이어 <놀면 뭐하니?>, <식스센스>에서 연달아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콤비의 탄생을 알렸다. 다들 무서워하는 제시를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유재석이기에 이들의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tvN 예능 <식스센스>의 한 장면.

tvN 예능 <식스센스>의 한 장면. ⓒ tvN

 
불꽃 튀는 호흡

<식스센스>는 '절대 현혹되지 마라'고 경고했는데, 시청자들은 제시의 매력에 현혹되고 말았다. 사실 제작진이 준비한 퀴즈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가짜든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저 제시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 그가 예능의 문법을 파괴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됐다. 분명 제시는 그동안 예능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가 분명했다. 게다가 치명적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 원정대'에서도 제시의 존재감은 발군이었다. 첫 회동에서 이효리, 엄정화, 화사가 모여 있을 때만 해도 어색함이 흘렀지만, 제시가 합류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뻘쭘해 하면 이효리가 제시의 등장을 제일 반겼다. 지미유(유재석)가 '환불 원정대'의 멤버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 했을 때에도 제시와의 만남이 가장 불꽃튀었다.

그렇다고 제시가 반드시 유재석이 있어야 자신의 캐릭터를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시는 이미 웹예능 <제시의 쇼!터부>에서 호스트로 활약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는데, 통합 조회수 2000만 회(4일 기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BS는 제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6회 특집 편성할 예정이라 밝혔다.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다던 제시가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예능 치트키' 제시는 이미 그 자체로 빛나고 있다. 엉뚱하지만 불편하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상처주지 않는다. 필요할 때 할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들이대진 않는다. 다들 무섭다고 해도 실제로 만나면 스스럼 없이 어우러진다. 영어에 기반해 언어를 구사하기에 반말을 섞지만 무례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안다. 게다가 정말 배꼽잡게 웃긴다. 예능에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다. 제시의 시대가 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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