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 디오시네마

 
전체 인원 중 3%. 일본 현업 영화감독 중 여성 감독의 비율이다. 칸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 가와세 나오미 같은 여성 감독이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일본 내에서 여성 감독은 애초부터 절대 인원 자체가 적다. 그 와중에 15명의 신인 여성 감독이 한 영화를 위해 뭉쳤다.

<이십일세기 소녀>는 사양세인 일본 영화 산업 이후를 이끌어 갈 젊은 감독들의 패기가 돋보이는 옴니버스 모음집이다. 짧게는 수 분, 길게는 십여 분짜리 작품이 연이어 제시되는데 그 주제가 다름 아닌 성과 젠더 문제다. 여성의 입으로, 여성의 생각을 스스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겠다는 듯 이 작품은 시종일관 전위적이거나 도발적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눈에 띄는 건 애니메이션과 각종 시각 효과의 적용이다. 작품 시작점에 감독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리더 필름이 들어가 있고, 곧바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이다. 이는 마치 단편소설 모음집처럼 분절된 이야기임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주제 의식이 관통하고 있다는 옴니버스임을 상징한다.

첫 단편부터 도발적이다. 회전하는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7명의 여성들은 저마다 경험한 섹스를 이야기하고, 남자를 말한다. 음식과 술을 먹어 치우며 이들이 던지는 화두는 남성들의 음담패설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섹스 뒤 어떻게 자리를 처리하는지 감정은 어땠는지 절대적으로 느끼는 외로운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원형 테이블 중심엔 어린 여자아이가 누워있다. 마치 시계 바늘을 상징하듯 이리저리 자신의 머리 방향이 바뀌는 상황에서 아이는 여성들에게 묻기도 한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여성이 나들이 나온 장면이 이어진다. 거기에 아이가 행복한 듯 누워있다.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아이는 두 여성이 입양했거나 일종의 대안 가족으로 키우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섹스 향한 두 여성의 솔직한 시선 담았다
 
 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 디오시네마

  
 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옴니버스 영화 <이십일세기 소녀> 관련 이미지. ⓒ 디오시네마

 
두 번째 작품은 우연히 담뱃불을 나눈 남자와 섹스파트너가 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섹스만 탐닉하다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다는 친구의 조언에 아랑곳 앉는 여성, 정작 친구 역시 섹스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점막'이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은 섹스를 향한 두 여성의 솔직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이십일세기 소녀>는 목적의 대상이자 소비성 소재였던 성과 젠더, 섹스 문제 등을 깊이 파고든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은 일정한 직업이 없거나 프리랜서거나 예술가다. 뿌리 없는 불안한 청춘을 상징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각 작품에서 캐릭터들은 동성연애를 하다가도 서로 싸우기도 하고, 섹스파트너로 지내다가 진짜 연인 관계로 변화를 맞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에선 세 여성이 일종의 행위예술과 추상적인 단어를 반복한다. 여성을 둘러싼 편견, 거기에 대한 저항, 개인적인 고민을 뒤섞으며 마치 일정한 서사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아방가르드한 음악과 컷 편집이 이어진다.

구체적이고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십일세기 소녀>는 척박한 일본 영화계에서 나름 자기 목소리를 찾으려는 젊은 여성 창작자들의 패기가 돋보인다. 

한줄평: 일본 여성 작가의 현주소를 가늠하다
평점: ★★★☆ (3.5/5)

 
영화 <이십세기 소녀> 관련 정보

감독: 야마토 유키, 린 슈토, 이가시 아야, 에다 유카 등 15명
출연: 하시모토 아이, 카라타 에리카, 이시바시 스즈카, 모토라 세리나 등
수입 및 배급: 디오시네마
러닝타임: 11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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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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