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와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하며 든 생각은, 다른 선수들이 스스로의 ‘분위기’를 좋게 바꾸도록 영향을 주는 그의 ‘좋은 기운’이 진정한 그의 힘이라는 생각이었다.

박철우와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하며 든 생각은, 다른 선수들이 스스로의 ‘분위기’를 좋게 바꾸도록 영향을 주는 그의 ‘좋은 기운’이 진정한 그의 힘이라는 생각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제천·MG컵대회 현장에서 박철우가 합류한 한국전력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상당히 차분하고 안정돼 보이면서도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지난 비시즌, 박철우는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삼성화재에서 한국전력으로 깜짝 이적했다. 그리고 비시즌 준비 후 묘하게 새로운 힘이 생긴 한국전력은 결승까지 무패행진을 하던 대한항공을 꺾고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팀 스피릿'이 매우 중요한 배구라는 스포츠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일 것이다. 지난 1일 박철우와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하며 든 생각은,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해결사가 되주는 그의 공격력도 그를 좋은 선수로 만들게 하지만, 다른 선수들까지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좋은 기운'이 진정한 그의 힘이라는 생각이었다. 다음은 박철우 선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의가 왔었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가 1년 뒤에 같은 선생님이 다시 해 볼 생각 없냐고 제의를 주셔서 나한테 기회인가 싶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키가 워낙 커서 키 큰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했다. 운동을 하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큰 키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하게 됐다."

-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지금도 그렇고 처음 시작해서도 그렇고 운동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목숨 걸고 운동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했다. 1년 내내 매일 야간 운동을 하고, 어떻게든 이뤄내고 싶고 시합을 뛰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조금씩 기회가 왔다. 나름대로 절박함이 있다 보니까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25살 때 했던 인터뷰에서 다른 인터뷰어가 박철우 선수를 두고 '그가 팀 동료 혹은 관중에게 보내는 좋은 기운을 가장 드러내고 싶다'라고 표현했는데, 인상이 깊었다.
"그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배구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을 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의미를 두고 싶었다. 스포츠라는 게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는 건 아닌데 과연 이게 사회에 어떤 의미를 주는 걸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 지인 중에 한 분이 '그렇게 물건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하는 건 결국에 행복감을 주려고 하는 거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고 행복해지지 않냐. 그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힘을 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내가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됐다. 그래서 경기에 임할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순간순간 다짐을 한다. 득점을 얼만큼을 하고 우승을 얼마나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경기를 봤을 때 기운이 나고 배구를 보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주게끔 플레이하는 게 목표이다."

- 배구라는 스포츠에서 유난히 분위기, 흐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어떻게 해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가?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 그 상황의 무드라는 거다. 그 흐름이 어떻게 흘러나가냐에 따라서 선수들이 몰입해 있고 집중해 있다. 경기를 하다 보면 혼자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경기가 잘 안 된다. 동료가 있다고 느껴야 잘 된다. 분위기가 침울해질 때는 혼자 동떨어지고 어색해지고 말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배들한테 '경기 중에 대화를 많이 하고 자꾸 눈을 마주치고 얼굴 보고 소리내라'고 이야기한다. 경기를 할 때는 상대편만 보게 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소리를 내서 알려주면 혼자 있다는 느낌을 덜 받더라.

소리를 많이 내고 대화를 많이 하고 좋은 표정이나 제스처를 했을 때 그 에너지가 전염이 돼서 팀 전체(분위기)가 좋아진다. 어느 누구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같이 해줬을 때 경기력이 좋게 나온 때가 많았다. 2-3점이라는 점수를 지고 있더라도 서로가 할 수 있다는 좋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점수를 잡아서 이길 때가 많았다. 기술 이상을 발휘해내려면 그런 것들이 중요하더라. 그것이 좋은 분위기와 흐름으로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이번 컵대회 때 한국전력의 팀 분위기가 안정돼 보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주장이자 베테랑으로서 팀 분위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박철우 효과다', '박철우가 팀에 와서 분위기가 좋아졌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한국전력 선수들이) 이미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워낙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조건들이 좋은 선수들이어서 잘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와서 '어, 왜 우리 팀이 꼴찌였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있더라.

(주장으로서) 동료들하고 같이 뭉쳐서 해낼 수 있는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계속 생각했다. 후배들한테도 경기할 때 이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소리를 많이 내고 좋은 표정과 제스처를 했을 때 몰입이 되고 집중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들이 기술적인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그렇게 우리를 이끌고 계셔서 감독님 코치님 생각을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
 
 박철우 선수는 "내가 안 되면 동료들을 의지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철우 선수는 "내가 안 되면 동료들을 의지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한국배구연맹


-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박철우 선수를 믿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감독님이 많이 신뢰해 주신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것이 불안한 부담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책임감을 가지게 해준다. 선수들이 나를 믿는 만큼 나도 동료들을 믿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안 되면 동료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간절하고 하고 싶은 의욕도 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의지를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부러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생긴 끈끈함이라 생각한다."

- 이번 컵대회 때 선수들이 가장 잘한 부분이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는지?
"팀워크가 99%이다. 연습게임도 충실히 해 왔고 성장도 많이 했지만 팀워크가 없으면 절대 실력이 발휘가 안 된다. 자기 혼자선 절대 할 수 없는 게 배구라서 뭉쳐지고 겹쳐지고 서로의 시너지가 연결고리처럼 엉키다 보니까 경기력으로 좀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팀워크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 더 이야기하고 서로 더 이해하고 계속 발전해 나가야 될 것 같다."

- 젊은 선수들이나 옛날의 자신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실망하지 마라'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는데 그렇게 얘기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저를 봤을 때 잘 해왔고 좋은 선수라고 평가를 많이 해주시지만, 솔직히 10-15년 전의 저는 끝없이 불안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해 가야 될지 모르겠고 욕심은 많은데 잘 되지는 않고 막막했다. (그때는) 너무 조급해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서 잘 준비하고 기다리면 때는 오는데 혼자 마음적으로 힘들어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기회는 오고 참고 견디다 보면 자기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날이 온다. (젊은 선수들이) 힘들겠지만 버텨냈으면 좋겠다.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개인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는가?
"큰 상황이 오면 초연해지는 것 같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니까 바꿀 순 없고 그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억지로 선택해서 무언가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고 마음 편하게 노력한다."

- 16년 동안 배구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겸손해지지 않는 순간 무너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구라는 운동이 교만해지는 순간 바로 치고 들어오더라. 좀 할만하다 싶으면 다치고, '이제 좀 알겠다 잘 되네' 하면 안 된다. 매 순간 정신 차리라고 일침을 주는 게 배구인 것 같다.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계속 안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법이 없고, 꼴찌 한다고 해서 우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매 순간 잘 준비하고 이 상황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배구가 어떤 스포츠라고 생각하는지?
"답을 내리기가 아직 어렵다. 여전히 어려운 존재이다. 배구라는 게 코트를 반 나눠서 상대팀과 경기를 하는 거지만 팀 동료들하고 나 자신하고 싸움을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힘든 상황이 올수록 자신과 동료를 믿는 게 배구인 것 같다. 배구에서 가장 좋은 전술은 '팀워크'라고 하더라. 서로의 신뢰와 믿음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이지 않나 싶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팀적으로는 더 성장하고 나아진 모습,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경기를 할 때마다 매 경기 팬분들께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경기력을 해내는 게 목표이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훌륭한 모범이 될 수 있는, 올바르게 자라가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