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팀 상주 상무는 올시즌 K리그1에서 돌풍의 중심에 있다. 18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9승4무5패로 당당히 3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이 진행중이지만 현재까지 구단 역사상 최고성적이었던 2016시즌의 6위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상주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팀은 압도적인 전력의 우승후보인 '현대가 양강' 울산과 전북 뿐이다. 올시즌 상주는 10년 가까이 이기지 못했던 전북이나 수원을 잡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초반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즌이 이미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군팀의 특성상 일반 프로팀처럼 외국인 선수도 없고, 선수들이 입대-제대를 반복하며 매년 시즌중에도 전력이 큰 폭으로 바뀌는 한계를 감안하면 상주의 기적적인 선전은 단연 돋보인다. 상주의 전반기 돌풍을 이끌었던 강상우, 한석종, 류승우, 진성욱, 이찬동, 김대중 등이 지난 8월말 대거 전역했지만, 기존의 문선민-오세훈에 후반기에는 '신병' 오현규-정재희 등이 가세하며 여전히 강팀들을 위협할만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주의 선전은 단순히 팀성적을 넘어서 올시즌 K리그와 한국축구 전반에 있어서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창 성장중이거나 갓 전성기에 접어든 젊은 선수들이 상주에 입단하면서 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는 것.

2020년 상주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 바로 강상우다. 현재 포항 소속의 강상우는 상주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2020시즌 동안 16경기에 출장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이후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올시즌 K리그1 전체 득점 순위 6위, 국내 선수만 놓고보면 한교원(전북, 8골)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도움도 전체 공동 4위로 1위와는 단 1개차이다.

특이하게도 강상우는 포항에서는 주로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하지만 김태완 상주 감독은 강상우를 과감하게 공격수로 기용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강상우는 전역 후에는 포항에서 다시 수비수로 기용되고 있다.

또한 강상우를 비롯하여 상주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기량이 성장하고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후반기 K리그 순위싸움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이 바로 포항, 인천,제주 등 '예비역'들이 복귀한 팀들의 전력상승효과다.

'토종 공격수 육성' 효과도 상주의 가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올림픽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꼽히는 오세훈은 올시즌 프로무대에서도 11경기에서 4골 2도움을 넣으며 상주의 돌풍에 기여하고 있다. 올시즌 교통사고로 인한 허리부상으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

오세훈의 가치는 현재 K리그에서 정통 스트라이커로는 몇 안되는 20대 주전 선수라는 사실이다. K리그에서 국내 선수로 득점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은 한교원, 강상우, 고무열 등 2선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들이었고, 정통 스트라이커는 이정협(부산)과 이동국(전북)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K리그 득점 상위권을 외국인 공격수들이 독식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오세훈이 많은 경기에서 주전으로 중용될수 있었던 것은 군팀인 상주이기에 가능했다. 오세훈의 친정팀은 울산이다. 현재 K리그 득점선두에 올라있는 주니오라는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가 있는 울산에 있었더라면 오세훈은 교체멤버에 그치거나 출장기회를 잡기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았다.

국내 선수들로 운영되는 상주가 토종 공격수 육성의 실험무대가 된 것은 강상우나 오세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0여년간의 사례만 봐도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2015년에는 당시 무명에 가깝던 이정협이라는 원석을 상무에서 발굴해내며 그해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는데 기여했다.

이근호는 상주 시절 K리그 2부리그 소속이었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골까지 기록했다. 선수생활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김정우는 상주에서 공격 본능이 재발굴되며 한때 스트라이커 변신이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 주민규(2017년 17골, 현 제주), 박용지(2019년 12골, 현 대전), 김건희(2019년 8골, 현 수원) 등도 소속팀보다 상주에서 더 빛을 발하면서 축구인생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선수들이 유독 많다. 외국인 선수없이 국내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고, 여기에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자유롭게 살려주는 김태완 감독의 리더십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토종 공격수 사관학교'라는 명성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상주의 다음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2001년생의 신예 공격수 오현규다. 지난해 고교생 신분으로 수원 삼성과 계약을 맺으며 프로에 데뷔했던 오현규는, 지난 5월 19세의 이른 나이에 상주에 입대했다. 오현규는 전북-인천 등을 상대로 2경기 연속 골맛을 보며 벌써부터 또 한명의 군대렐라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K리그의 발전에 여러모로 기여하고 있는 상주지만,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올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이미 상주의 다음 시즌 2부리그행이 자동으로 확정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상주는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10년간 몸담았던 상주시와도 연고 계약이 종료되면서 내년부터 김천으로 연고지를 옮긴다. 상주를 제외하고 올시즌에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팀은 최하위 한 팀 뿐이다.

하필이면 K리그1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주에게 성적과 상관없이 올시즌이 예고된 마지막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주와 군팀이라는 타이틀로 K리그 1부리그를 누비는 최후의 시즌이 된 올해, 그야말로 찬란한 불꽃을 태우고 있는 상무의 선전은 결말과 상관없이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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