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네 화장실 실수 안 하는 것 같은데? (집 안 전체가) 화장실이잖아 화장실! 여기 다 화장실인데 뭐."

난데없는 청소가 시작됐다. 훈련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위생 상태가 엉망인 (보호자의) 집 내부 환경부터 바꿔야 했다. 이대로 뒀다간 개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의 건강도 위험했기 때문이다. 개들이 살기 힘들 만큼 더러운데 사람이라고 괜찮을 리 있을까. 걸레질부터 시작해야 했다. 순간 이 프로그램이 KBS 2TV <개는 휼륭하다>인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솔루션을 위해 식당을 찾아간 백종원은 항상 위생 상태부터 확인했다. 청결이 최우선이었다. 메뉴를 개발하고, 레시피를 가르치고, 조리법을 전수하는 건 등 그 다음 문제였다. 강형욱 훈련사도 같은 판단을 했던 듯하다. 당장 어떤 훈련법을 가르친다고 해도 청결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게 뻔했다. 강형욱의 미간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형제 사이인 보호자들은 4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남매견인 스피츠 '루피(수컷, 1살)'와 '쵸파(암컷, 1살)'를 먼저 입양했고, 불과 5개월 뒤 장모 치와와 '콩이(수컷, 6개월)'를 데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또 2개월 후 파양된 젝 러셀 테리어 '뚱이(수컷, 1살)'까지 입양했다. 순식간에 다견 가정이 된 것이다. 당연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보호자들이 언급한 첫 번째 문제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마킹'이었다. 실제로 고민견들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습관적으로 마킹을 했다. 심지어 침대 위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두 번째 문제는 루피와 뚱이의 격한 싸움이었다. 둘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싸워댔다. 보호자는 세 마리만 있을 때는 평화로웠는데, 뚱이의 합류 이후부터 갈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이라 조금 냄새가 심하네. 우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니까 대놓고 얘기해 주는 거예요."

허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보호자들이었다. 갑작스럽게 4마리의 개를 데려와 기르면서 그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준비란 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그 밖의 훈련 방법이 아니라 '청결'이었다. 이경규는 무례를 무릅쓰고 집 안에서 나는 냄새를 지적했다. 원래 개를 키우는 집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 워낙 심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말 개들의 무분별한 마킹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보호자들은 개들이 배변 내지 마킹을 하면 그때마다 치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왠지 미덥지 않았다. 그럴 만한 게 방바닥에서 마킹한 오줌이 스며들어 계속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촬영 당시의 날씨가 습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정도가 심했다. 이경규는 스태프에게 먼저 나와서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오줌이 하루 이틀된 게 아닌데?"

강 훈련사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오줌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오줌이 굳어서 가루가 된 상태였다. 보호자는 청소를 해도 곧바로 오줌을 눈다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한 강 훈련사는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침대 구석에는 아직 오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매트리스에는 개털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켄넬 안을 열어 본 강 훈련사는 경악했다. 내부에 오줌이 흥건했기 때문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닦았냐는 질문에 보호자는 3일이라고 대답했지만, 그건 물티슈로 겉을 닦았다는 말이었다. 쓰레기통은 꽉 차서 쓰레기가 흘러나올 정도였고, 주방에는 상한 음식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정말이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오죽했으면 강 훈련사가 집 전체가 화장실이라고 얘기했을까. 

이쯤되니 고민견들이 아무 곳에서나 배변을 하는 걸 마냥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 입장에선 집 안 전체가 자신들의 화장실이었을 테니 말이다. 강 훈련사는 청결이 유지되어야 배변 훈련도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훈련은 미뤄졌다. 그보다 청소가 우선이었다. 전문업체를 불러 집안 곳곳을 깨끗하게 치워나갔다. 마치 백종원이 위생 상태가 불량한 식당을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

과연 보호자들은 바뀌었을까. 청결은 습관인데, 쉽사리 바뀔 리가 만무했다. 일주일 후에도 보호자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강 훈련사가 유독 청결에 예민한 까닭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80마리가 넘는 개를 관리했던 그는 개에게 건강하지 못한 환경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게 됐는데, 보호자들의 집에서 딱 그런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만큼 전염병이나 나쁜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이쯤되면 개들이 무슨 잘못인가 싶다. 모든 건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개들끼리의 싸움도 괴롭힘을 장난이라 여기고 그냥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보호자들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개들도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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