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 JTBC

 
지난달 30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 1호가 될 순 없어 >에는 희극인 부부 김학래와 임미숙이 출연했다. 여기서 임미숙은 남편 김학래의 과거 외도와 도박 사실을 거침없이 폭로하여 큰 화제가 됐다.

임미숙은 "바람 피우고 도박하는 것도 성실하다"고 김학래를 질타하고, 과거 '김학래의 휴대폰 잠금 번호를 아내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임미숙은 신혼시절부터 도박과 외도를 일삼는 김학래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으며 수년간 고통받았던 사실을 공개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비록 과거의 일이라고 하지만 불륜이나 도박처럼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행위들이 자극적인 방송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을 두고 불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르는 남편, 상처받는 아내, 뒤늦은 화해와 용서라는 구도가 예능이라기보다는 마치 아침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 1호가 될 순 없어 >는 희극인 부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관찰 예능이다. 국내에서 부부 예능은 그동안 많았지만 오직 희극인 커플들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방송가에서는 그동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희극인 출신 부부들은 잘 헤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목 역시 '자신들이 희극인 1호 이혼부부가 될 수는 없다'는 콘셉트에서 비롯됐다. 최양락-팽현숙, 박준형-김지혜, 이은형-강재준 등 여러 부부들이 고정 출연해왔다.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 JTBC

 
이 프로그램의 최대 매력 포인트라면 역시 희극인 부부이기에 가능한 현실공감형 유머 코드다. 연예인이면서도 평범한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집안 풍경이 공존한다는 게 희극인 커플들의 매력이다. 방송에서 희극인들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비속어와 말싸움은 예사이고, 웃기기 위해서 망가지는 모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상황이나 대화도 '방송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낼 줄 알고, 심지어 부부끼리인데도 더 웃기기 위하여 은근한 경쟁이 붙는 장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한마디로 부부 관찰예능이라는 방송 포맷에는 최적화된 대상인 셈이다.

문제는 자칫 '선을 넘는 경우'가 나올 위험도 높아진다. 개그도 그렇다. 웃기려는 욕심에 무리수를 두게 되면 오히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호감과 비호감, 유머와 실언, 재치와 무리수는 언제든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결국 본인들에게도 되돌아온다.

부부 관찰예능이란 거칠게 표현하면 결국 출연자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노출하여 관심을 끄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김학래-임미숙 부부간의 기구한 사연들도 단순하게 보면 두 사람간의 개인사일 뿐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스스로 그것을 방송의 소재로 삼아 공개하는 순간, 개인사는 더 이상 개인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대중의 평가와 가십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제작진의 해명처럼, 김학래가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임미숙이 이미 용서했다고 해도, 대중들에게는 '외도' '도박' '각방쓰는 부부' '공황장애' 같은 자극적인 단어와 이미지로만 기억에 남기 쉽다. 개인사 공개는 연예인이라도 민감한 사안이고, 제작진이 충분히 사전에 수위를 조절해줄 수도 있는 문제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연예인 부부들의 사생활을 방송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슈가 된 대표적인 사례는 또다른 희극인 커플인 박미선-이봉원 부부를 꼽을 수 있다. 박미선은 남편 이봉원이 과거 수차례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을 언급하며, 한동안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아내' 콘셉트로 웃음을 줬다.

하지만 이봉원은 '아내를 착취하는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남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부분도 있다. 훗날 박미선은 방송에서 "실제로 이봉원이 진 빚은 대부분 본인이 스스로 갚았다. 당시 방송에서 이야기를 좀 과장되게 한 것인데, 사람들이 정말로 이봉원을 나쁘게 보는 경우가 너무 많아져서 요즘에는 방송에서 남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해당 방송에서 박미선은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 사람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부간의 개인사를 방송의 소재로 내세운 것은 처음부터 본인의 선택이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앞세운 방송으로 화제를 모으는 일이 이후에 어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관찰 예능이 범람하면서, 사생활 폭로와 부작용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는 한중 국제 커플인 함소원-진화 부부가 육아와 가사분담 문제 등을 둘러싼 문화 차이로 여러 번 부부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되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한 댄서 팝핀현준은 방송에서 아내인 국악인 박애리에게 무례한 언행을 일삼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자 팝핀현준은 SNS에서 이를 방송 설정이라고 해명하면서 더욱 뭇매를 맞았다. 또한 몇몇 출연자들은 방송 이후에도 오랫동안 일부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의 한 코너인 '속터뷰'에서는 부부들의 민감한 성생활까지 언급된다. 동반 출연한 부부들은 평소 부부관계의 횟수나 만족도, 성적 판타지같이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나 누군가에겐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공개된다. 솔직한 것이 방송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내용들도 너무 많다.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 JTBC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사생활 팔이' 예능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아침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이슈는 출연자의 사생활을 소재로 인기와 화제성을 보장한다. 30일 김학래-임미숙 커플의 이야기는 분당 최고 시청률 9.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젠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와도 방송국이 사생활, 관찰 예능의 자극적인 조합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대중은 방송에서 공개되는 모습만 보고 출연자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대본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관찰 예능 속 모습은 특히나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처럼 연출된다. 관찰 예능으로 덧씌워진 이미지를 출연자들이 쉽게 벗기 힘든 이유다. 그 후유증은 방송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오롯이 출연자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넘쳐나는 부부 예능들이 갈수록 자연스러운 웃음보다는 마치 아침 드라마의 실사판을 연상시키는 듯한 선정성에 매몰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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