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0일(현지시간) MTV 주관으로 생중계된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등 후보로 오른 4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0일(현지시간) MTV 주관으로 생중계된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등 후보로 오른 4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디지털 싱글 'Dynamite'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싱글 차트) 1위로 진입한 것이다. 한국 가수로서는 첫번째, 아시아 가수로서는 사카모토 큐 이후 57년만의 두번째다.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그룹상 등을 수상한 다음 날 전해진 쾌거다.  

방탄소년단은 높은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다운로드,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카디 비(Cardi B)의 'WAP', 드레이크(Drake)의 ' Laugh Now Cry Later' 등을 제쳤다. 팝 뮤지션 위켄드(The Weeknd)는 이 소식을 축하하며, "아시아 아티스트에게 있어 아주 큰 의미"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빌보드 200 차트(앨범 차트)에서 네 번의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으나,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동시에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는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순간은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다. 당시 이들은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이것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분명히 커지고 있었으나, 미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경우는 없었다('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를 기록한 싸이의 경우는 케이팝의 맥락 가운데 있다기보다는, 독특한 맥락 가운데에 있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일부의 전망과 반대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음반과 컨셉 속에 존재하는 서사,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 이것은 다른 가수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유대는 더욱 깊어져 갔다.
 
전략의 수정, 단숨에 빌보드 정복하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는 9월 첫째주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는 9월 첫째주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 Billboard

 
빌보드 차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저히 영미권 중심의 차트였다. 지금까지 싱글 차트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뮤지션들은 마돈나, 엘비스 플레슬리, 비틀즈,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 미국과 영국의 가수가 대부분이다. 고티예(Gotye), 로드(Lorde)의 'Royals' 등 다른 대륙의 뮤지션이 1위를 차지한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영어권 국가의 뮤지션들이었다.

물론 비영어권, 아시아 가수에게 문이 아예 열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의 '上を向いて歩こう'가 싱글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발 신드롬을 타고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수의 경우였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펼쳤고, 미국을 대표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에 두루 출연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노래는 한국어 가사를 늘 포함하고 있었다.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리더 RM은 "영어 가사로만 된 노래를 부른다면 우리의 정체성이나 진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나름의 소신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를 내놓고도 싱글 차트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Boy With Luv'와 'FAKE LOVE', 'ON'이 탑 10에 진입했고, 'IDOL'은 1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곡들이 차트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국어가 들어간 음악이 미국 현지 라디오에서 재생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데이비드 스튜어트 등 외부 프로듀서들이 주도해서 곡을 작업했고, 영어로만 이뤄진 '팝송'을 만들었다. 팝신의 트렌드에 맞춰 가볍고 경쾌한 디스코 음악을 내세웠다. 다른 타이틀곡에 비해 일곱 멤버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이 전략은 방탄소년단의 첫 빌보드 핫 100 1위로 이어졌다. 완벽한 성공이었다.
 
방탄소년단의 'Dynamite'처럼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를 하는 것을 '핫 샷 데뷔'라고 한다. 역사상 최초로 핫 샷 데뷔를 한 노래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You Are Not Alone'이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핫샷 데뷔의 빈도가 높아졌는데, 카디비, 트래비스 스캇,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스트리밍과 유튜브, SNS가 인기를 결정짓는 정도가 강해지면서 '핫 샷 데뷔'의 빈도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팬덤과 영향력을 두루 갖춘 뮤지션이 아니라면 '핫 샷 데뷔'를 이룰 수 없다. 미국의 '아미' 역시 국내 멜론 차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체계적인 스트리밍 공격을 펼쳤다.
 
2020년 현재,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동양에서 온 손님 정도로 여겨지지 않는다. 미국 포브스지는 'Dynamite'의 성공은 서구 리스너들이 비서구 아티스트들을 바라보는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복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은 비영어권 국가, 동양을 변방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깨고, 메인스트림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보이 밴드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그래미 무대에 서는 것,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것 등을 버킷 리스트로 손꼽았던 적이 있다. 차례로 버킷 리스트를 모두 이룬 이들이 다음에 서게 될 곳은 어디인가. 기생충의 오스카 석권과 더불어, 단연 올해의 사건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 BTS 빌보드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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