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 나는 슈퍼히어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블랙 팬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랙 팬서>는 부산에서 하이라이트 액션신을 촬영한 마블의 2018년 첫 작품으로, 와칸다 국왕이자 어벤져스 멤버로 합류한 '블랙 판서' 티찰라가 희귀 금속을 둘러싼 위협에 맞서 전쟁에 나서는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14일 개봉.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 ⓒ 이정민

 
2020년 8월 28일(현지 시각), 미국의 영화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향년 43세로 세상을 떠났다. 채드윅 보스만 측에 따르면 그는 2016년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으며, 자신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마블 스튜디오의 공식 계정은 '당신의 유산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크리스 에반스, 조 샐다나, 브리 라슨, 제이미 폭스 등 동료 아티스트들의 추모 역시 이어졌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채드윅 보스만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추모의 메시지를 밝혔다.
 
1977년에 태어난 채드윅 보스만은 2003년 TV 드라마 < 서드 워치 >를 통해 데뷔했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극작가로도 활동해 왔다. 보스만은 흑인 사회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여러 차례 연기해왔다.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브루클린 다저스)의 전기 영화 < 42 >에서 깊은 연기를 선보였으며, 소울 음악의 전설인 제임스 브라운의 전기 영화 < 겟 온 업 >에서 제임스 브라운을 연기하는 영광을 누렸다.

2017년에는  영화 <마셜>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법관이었던 서드굿 마셜을 연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채드윅 보스만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채드윅 보스만의 존재감이 전세계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된 시점은 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이후다. 채드윅 보스만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2016)와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 총 네 편의 영화에서 아프리카의 가상 국가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팬서'인 트찰라를 연기했다. '마블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도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한 당시 '채두익'이라는 익살스러운 한국 이름을 선물받기도 했는데, 그는 '마이클 잭슨이 된 기분이다'라며 팬들의 환대에 감사해했다.
 
백인 남성 중심의 히어로 영화계에서 <블랙 팬서>가 가지는 상징성은 매우 컸다. 주인공도 흑인이었으며, 조연도, 악당도, 감독도 모두 흑인이었다. 흑인을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테레오타이핑'을 비틀고 흑인의 역사를 긍정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와칸다' 사람들은 팔을 X 자로 교차시키면서 '와칸다 포에버(와칸다여 영원하라)'라고 인사를 한다.

중요한 전투에 임할때도 늘 이 구호를 외치고 싸움에 나선다. 이 포즈와 대사는 흑인 사회의 자긍심과 연대 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다.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날 FC) 등 스포츠 선수들 역시 득점 후 블랙팬서의 '와칸다 포에버'를 흉내내는 세레머니를 했다.
 
채드윅 보스만 역시 흑인 사회가 자신에게 보내는 기대와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블랙 팬서>의 개봉을 고대하던 암환자 어린이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이 기대하던 그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이 인터뷰 당시 채드윅 보스만은 암 투병 중이었다). 채드윅 보스만은 흑인 사회에 대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 죽음을 4개월 앞둔 지난 4월에는 코로나 19로 피해를 입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병원에 420만 달러 가량의 장비를 기부했고,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에 대해 지지를 천명했다.
 
약속의 땅으로 떠난 왕

2016년,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는 간암 말기 투병중 유작 앨범 < Lazarus >를 만들고 세상을 떠났다. 그처럼 채드윅 보스만은 대장암 투병을 하면서도 스크린 속에서 트찰라 왕이 되었으며, '와칸다 포에버'를 외쳤다. 건강 상태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영화인으로서 끊임없이 활동했다. 그는 지난 6월 공개된 스파이크 리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 DA 5 블러드 >를 유작으로 남겼다. 이처럼 채드윅 보스만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역사를 만들었다.
 
배우 조 샐다나는 '우주가 당신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것이다. 형제여, 나는 내 아들에게 당신에 대해 영원히 이야기 할 것이다'라는 추모사를 남겼다. 샐다나의 말처럼 그는 앞으로 더 긴 시간 '히어로'로 기억될 것이다. 
채드윅 보스만 블랙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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