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LA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곧바로 14승을 따내며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할 때만 해도 KBO리그의 위상은 대단히 올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 해 빅리그 도전을 선언한 윤석민이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류현진은 그저 '한국의 돌연변이'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류현진 이후 7년 만에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반면 일본은 노모 히데오를 시작으로 고 이라부 히데키, 사사키 가즈히로, 오카 도모카즈, 마쓰자카 다이스케, 구로다 히로키, 우에하라 고지, 이시이 카즈히사 등 일본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해 좋은 성과를 올렸던 선수가 제법 많이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들이 꾸준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올해도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투수는 류현진과 김광현 밖에 없지만 현역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투수만 해도 6명(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 포함)에 달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6명의 일본인 투수가 모두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미니시즌에서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투수가 있는 반면에 이미 올 시즌 투수로서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불운한 선수도 있다. 

사이영상 후보로 손색 없는 다르빗슈의 질주

류현진보다 1년 빠른 2012년부터 빅리그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는 이미 4번의 올스타 출전과 2013 시즌 탈삼진왕(277개),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을 만큼 이미 빅리그에서 많은 성과를 올린 베테랑이다. 다르빗슈는 2018 시즌을 앞두고 컵스와 6년 1억 26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는데 2018년 1승 3패 평균자책점4.95, 작년 6승 8패 3.9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올 시즌 대활약을 통해 컵스가 왜 자신에게 거액을 투자했는지 몸소 증명하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4이닝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다르빗슈는 이후 5경기에서 33이닝 4실점(평균자책점1.09) 39탈삼진을 기록하며 5승을 쓸어 담았다. 개막전 이후의 다르빗슈를 보면 마치 작년 5월의 류현진이 떠오를 만큼 거침이 없다.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 간다면 사이영상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옵션이 무려 1억 620만 달러가 포함된 악성계약을 하고 지난 4년 동안 다저스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해오던 마에다 켄타는 지난 2월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하며 드디어 '다저스 탈출'에 성공했다. 물론 미네소타가 연봉보조(연 250만 달러)를 제외하면 다저스가 체결했던 마에다의 계약내용을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에 마에다가 미네소타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다행히 미네소타는 '상식적으로' 마에다를 선발 투수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6경기에 등판한 마에다는 4승 무패 2.21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네소타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마에다는 이닝당 평균 0.71명의 주자만을 출루시키는 '짠물투구'로 WHIP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저스에서 기 죽어 있던 마에다가 미네소타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이 날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올해 일본인 투수 중에 가장 많은 2300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는 4경기에서 1패4.60으로 아직 시즌 첫 승을 따내지 못했다. 올 시즌 5이닝 이상 투구가 한 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투구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지안카를로 스탠튼, 애런 저지, DJ 드메휴 등 간판타자들이 대거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짧은 시즌에서 올해는 예년만큼 원활한 득점지원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1.2이닝 8볼넷7실점으로 2경기 만에 올해 투수 접은 오타니
 
작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타격에만 전념해 타율 .286 18홈런62타점12도루를 기록하며 천재성을 과시한 오타니는 올 시즌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 '이도류'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2018년 완전치 않은 몸상태에도 10경기에 등판해 4승2패3.31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재활을 마친 올 시즌 투수로서의 활약도 상당히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 '투수 오타니'는 부진하다 못해 비참한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지난 7월 2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투수 복귀전을 치른 오타니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3볼넷 5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오타니는 지난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도 1.2이닝 동안 볼넷 5개를 헌납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2경기 평균자책점 37.80을 기록한 오타니는 오른팔 통증이 재발하면서 투수로서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오타니는 올해 타자로도 타율 .172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렸던 일본 최고의 강속구 좌완 기쿠치 유세이(시애틀 매리너스)는 세이부 라이온즈의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2019 시즌을 앞두고 7년 최대 1억900만 달러의 조건에 시애틀과 계약했다. 하지만 기쿠치는 작년 시즌 32경기에 등판해 6승 11패 5.46으로 부진하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기쿠치는 지난 겨울 구속을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작년 시속 149.5km였던 속구의 평균구속을 시속 153.2km까지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쿠치의 올 시즌 성적은 4경기 2패 6.30으로 오히려 작년보다 더 나빠졌다. 강한 공을 던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는 기쿠치는 어깨 수술 후 구속이 떨어진 류현진이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의 팀 동료인 야마구치 슌은 보기 안스러울 지경이다. 빅리그 데뷔전과 두 번째 경기를 승부치기라는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한 야마구치는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2패를 떠안았다. 야마구치는 8월 5경기에서 7.2이닝1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좀처럼 필승조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토론토는 트렌트 손튼과 네이트 피어슨, 맷 슈메이커 등 선발진에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있어 최근 성적이 좋은 야마구치의 보직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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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일본인 빅리거 다르빗슈 유 마에다 켄타 오타니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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