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을 훌쩍 넘어 팀 별로 적게는 79경기(롯데 자이언츠), 많게는 87경기(키움 히어로즈)를 소화했다. 시즌이 무르익으면서 순위싸움은 물론 개인 타이틀과 정규리그 MVP, 신인왕 경쟁에도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MVP 레이스는 타율(.369)과 홈런(29개), 타점(76개), 장타율(.726) 등 4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가 독주체제를 달리고 있다.

신인왕 경쟁에서는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순수 신인 선발 10승을 노리는 소형준(kt)과 '열흘 로테이션'이라는 한정된 기회에서도 4승2패 평균자책점2.97로 선전하고 있는 이민호(LG트윈스)의 경쟁이 치열하다. 두 선수 모두 다승과 이닝(이상 소형준),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출루허용수(1.28,이상 이민호)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만큼 신인왕 판도는 시즌 막판까지 가야 우열을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소형준과 이민호가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두 선수가 2017년의 이정후(키움)나 2018년의 강백호(kt)처럼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활약이 좋은 '제3의 루키'가 등장해 두 선수의 틈을 파고 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과연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신인왕 경쟁의 판을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는 누가 있을까.

[정해영] 부자 1차 지명, 한 달 보름 만에 4승2홀드 수확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정해영이 7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정해영이 7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의 이정후와 삼성 라이온즈의 이성곤은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슈퍼스타 이종범과 이순철의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산 베어스의 주전포수 박세혁의 아버지 박철우(두산 2군 감독) 역시 이종범이나 이순철 만큼 대스타는 아니었지만 1989년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고 5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는 스타 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의 우완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포수는 4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돋보이는 현역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물론 장채근(홍익대 감독)의 뒤를 이어 90년대 초·중반 해태의 주전포수로 활약했지만 애초에 해태는 포수에게 크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히 30년 후 아버지에 이어 타이거즈에 1차지명으로 선발된 정해영은 프로 첫 해부터 KIA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일고 2학년 때 이미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 받은 정해영은 시즌 개막 후 한 달 넘게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쌓다가 6월25일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될 때만 해도 선배들의 투구를 보면서 경험을 쌓는 것에 주력할 것처럼 보였지만 정해영은 7월1일 한화 이글스와의 1군 데뷔전에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정해영은 50일이 넘도록 1군에 머무르며 어느덧 KIA의 필승조로 신분이 상승했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한 정해영은 17.1이닝 동안 단 2점을 내주며 4승2패 평균자책점1.04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7월19일 두산전부터 16일 SK 와이번스전까지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선발이 아니고 시즌 초반부터 활약하지 못해 소형준과 이민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구위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한다면 정해영도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김윤수] 중고신인 자존심(?) 지키고 있는 사자군단의 필승조

 
 삼성 라이온즈 우완 김윤수가 지난 5월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김윤수가 지난 5월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해영이 야구인 2세 선수로 유명하다면 삼성의 중고신인 김윤수는 형제 선수로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김윤수보다 3살 많은 형은 2015년 한화에 1차 지명을 받은 좌완 강속구 투수 김범수다. 형이 1차 지명을 받으며 많은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대형 유망주라면 형과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김윤수는 2차6라운드(전체52순위)라는 비교적 낮은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루키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김윤수는 불펜 투수로 등판했을 때 구속이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작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김윤수는 작년 7월 9일 KIA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지만 이후 두 번의 선발 기회에서는 각각 4.2이닝4실점,3.2이닝2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그래도 김윤수는 작년 11.2이닝 투구에 그치면서 신인왕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 시즌 개막이 늦어졌음에도 연습경기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받은 김윤수는 개막 일주일 만에 1군의 콜업을 받은 후 석 달 넘게 한 번도 2군에 내려 가지 않았다. 올 시즌 39경기에 등판한 김윤수의 성적은 3승2패9홀드3.40으로 매우 준수한 편이다. 김윤수는 노성호, 우규민, 이승현 등 불펜진이 비교적 풍부한 삼성에서도 최지광(13개)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김윤수는 최근 신인왕 도전에 대한 욕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작년 순수 신인 정우영(LG)에 밀려 중고신인 이창진과 전상현(이상 KIA)이 신인왕 투표에서 손해를 봤던 만큼 김윤수도 월등하게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신인왕 경쟁에서 불리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불펜 투수인 김윤수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며 신인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소속팀 삼성도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

[강재민] 우울한 한화팬들을 위로해주는 신인 사이드암 

 
  9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 한화 경기. 8회 초 한화 강재민이 등판, 투구하고 있다.

9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 한화 경기. 8회 초 한화 강재민이 등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2012~2014년이 올해보다 더 우울했을까.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레전드' 출신 한용덕 감독은 개막 한 달 만에 자진사퇴했고 팀은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와 타이기록인 18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여기에 작년 11승3.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은 개막 석 달이 넘도록 아직 첫 승조차 올리지 못했고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한 명도 없다.

이처럼 수 많은 악재가 겹치며 탈꼴찌조차 요원해 보이는 한화에서 몇 안 되는 위안거리를 찾으라면 역시 신인 사이드암 강재민의 발굴이다. 용마고-단국대 출신으로 한 때 NC다이노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강재민은 NC가 용마고 투수 김태경을 지명하면서 한화에 2차 4라운드(전체38순위)로 선택됐다. 지명순위는 높지 않았지만 8000만원이라는 계약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즉시전력감'으로 강재민에 대한 기대치는 적지 않았다.

한화는 2018년 좋은 활약을 했던 서균이 올 시즌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1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고 작년 트레이드로 영입한 신정락도16경기에서 1패9.00으로 부진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난 6월 말 퓨처스리그에서 2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던 루키 강재민을 1군으로 올렸고 강재민은 한화 불펜에서 윤대경, 정우람 등과 함께 제 몫을 해주는 몇 안되는 투수로 한화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화 마운드 사정상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않지만 강재민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22.2이닝을 던지면서 5홀드2.38의 성적과 함께 3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한화의 팀 성적을 고려하면 신인왕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의 목표는 강재민을 한화 마운드의 기둥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강재민을 순조롭게 키우기 위해서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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