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지난 7월 1일 따돌림과 폭력, 폭언에 시달리던 경주시청 소속의 한 트라이에슬론 선수가 극단적 선택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었다. 사건 초반 모든 공격의 화살은 팀닥터로 활동한 안주현씨에게 향했다. 팀닥터 자격도 없었던 사실이 밝혀지며 비난은 거세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난 11일 MBC <PD수첩> - '그들이 죽는 세상' 편이 방송되었다. 이야기는 전미경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시작되었다. 전미경씨는 최숙현 선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었다. 전씨 증언은 안주현씨보다 장윤정 선수와 김규봉 감독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그들이 죽는 세상' 편을 취재 연출한 성기연, 김호성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건 실체에 접근하다

- 방송을 끝내니 어때요?
김호성 PD(이하 김): "방송 때 전력을 다해 달리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홀가분한 느낌도 있는 반면, 저희가 최숙현 선수 이야기를 다루긴 했지만 그 외에 체육계의 만연해 있는 문제점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는 거 같아요."

성기연 PD(이하 성):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실 체육계 문제는 <PD수첩>에서 여러 차례 했었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도 마음은 이 방송을 잘 만들어서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하고 싶지만, 과연 이 한 편으로 고쳐질까란 생각이 드네요."

- 전미경 선수 제보로 취재가 시작된 거 같은데 그럼 취재하기 전에 이 사건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성: "저도 남들 아는 것 만큼만 알았어요. 기사로 봤을 때는 '어떤 선수가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까 팀닥터가 문제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 등 저는 잘 모르지만 팀닥터가 가장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매일 기사들이 '단독'을 달고 나오는데 그게 되게 조각조각이잖아요. 그러다가 이번에 저희가 직접 취재하면서 처음 그 녹취를 들었는데 앞뒤 전후를 보고 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심하고 저 사람들 하는 것들이 너무 악하고 피해자들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저희 프로는 이런 것들을 길게 보여줄 수 있는 포맷이잖아요. 그걸 사람들에게 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제보자를 처음 봤을 때 어떠셨어요?
성: "제보가 정말 절박했어요. 글 쓴 분량이나 내용이 '이 사람은 어떤 심정으로 썼을까'가 느껴지는 제보였습니다. 추후에 전미경 선수 말을 들어보니까 본인은 2016년 자살 시도 이후 고발할 생각도 해봤었대요. 그러다가 '이거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너만 다친다'라는 주변 조언을 듣고 접었다는데요, 최숙현 씨 사건 터진 이후 저희한테 제보할 때까지 하루에 4시간 이후 잠을 못 자고 다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제보를 받고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했어요?
성: "전미경 선수를 만났죠. 제보내용을 확인해야 되니까요. 방송으로도 나갔지만, 정말 많은 녹취 분량과 일기를 갖고 계시더라고요. 다른 선수들도 증언하긴 했지만, 전미경 선수의 증언은 특정이 되잖아요. 몇월 며칠 기록으로 있으니까, 그리고 녹취라는 게 있으니 다른 것들보다 훨씬 신빙성 있는 증거가 됐죠."

 
 성기연(좌), 김호성(우) MBC <PD수첩> PD

성기연(좌), 김호성(우) MBC PD ⓒ 이영광


- 전미경 선수와 인터뷰 할 때 분위기가 어땠어요?
성: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셨을 땐 덤덤하게 말씀하셨었고요, 하지만 본인이 자살 시도를 했다 살아나신 거잖아요. 그런 얘기나 최숙현 선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심정을 얘기할 때는 아무래도 눈물이 나죠. 저도 같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 전미경 선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잖아요.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 같은데.
성: "저희도, 전미경 선수도 엄청 고민 많이 했어요. 근데 보통 저희가 신원을 가릴 때는 내부고발자로 누가 인터뷰했는지를 가리기 위함이 큰데, 사실 전미경 선수가 저희에게 해준 말을 오픈하면 어차피 누군지 철인 3종 관계자들은 다 알 거라는 거죠. 그리고 또 본인이 실명으로 모자이크하지 않고 나섰다는 건 그만큼 진정성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자기 이름 걸고 말하는 거잖아요."

-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장윤정 선수인 거 같아요. 장 선수는 김규봉 감독보다 더 위에 있는 거 같거든요. 그럼 왜 장 선수는 그 위치에 갔는지요.
성: "장윤정 선수는 능력이 출중해요. 2009년부터 2018년 10년 동안 7차례 전국체전에서 우승했거든요.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자타 공인하는 가장 잘하는 선수인데 문제는 '잘하니까'였던 거죠. 엘리트 스포츠의 성적 만능주의 얘기 많이 하잖아요. 이 선수는 스타플레이라서 경주시청 팀에서는 장윤정을 데리고 있어야 되죠. 그리고 장윤정 선수가 출중한 성적을 내면 감독도 같이 유능한 걸로 인정을 받는 거잖아요. 그 둘이 어떻게 보면 되게 공생관계 같은 거 같아요."

- 너무 앞서가지 말고 장윤정 선수가 1등 하도록 끌어주라는 부분 있는데 이해가 안 가던데.
김: "실제 이유를 들으려면 감독에게 물어야 하는데, 감독은 구속돼 있죠. 증언해주신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듣고 추측을 해 보면, 트라이애슬론 같은 경우 앞에서 사이클은 바람맞고 또 수영 같은 경우도 물살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위치에서 하면 훨씬 더 유리한 거예요. 그래서 앞에서 끌어 준다는 거죠."

- 장윤정 선수가 잘한다기 보단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요?
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고 올라간 거라 하더라도 장윤정 선수가 전혀 실력이 없던 건 아니에요. 장윤정 선수는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따기도 했어요. 실력이 있는 데다 다른 선수들이 빽으로 뒷받침되는 거죠. 하지만 만약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했었으면 그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폐 혹은 부실 수사
 
 성기연 MBC <PD수첩> PD

성기연 MBC PD ⓒ 이영광


- 초반 보도를 보면 팀닥터로 불리는 사람이 폭언, 폭행을 주도한 거처럼 보였는데 어쩌면 팀닥터 뒤에 장 선수와 김 감독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데.
성: "선수들 말이, 영향력으로 봤을 때 팀닥터로 불렸던 사람은 사실 그렇게 중요 인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정식 직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 사람은 장윤정 선수의 인맥으로 데려온 사람이래요. 실제적으로는 팀 내에서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가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휘둘렀고요.

사실 저희가 의문이 드는 점은, 처음에 김규봉 감독이랑 장윤정 선수가 주목받았을 때 팀닥터가 먼저 '아니다. 오해다. 나다'라고 연락을 해왔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그리고 장윤정 선수가 자기도 '최대 피해자'라고 그랬다잖아요. 팀닥터가 죄를 뒤집어쓰고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규봉 감독이 최숙현 선수와 동료 선수에게 벌로 빵을 엄청 먹인 사건이 있죠. 근데 동료선수는 그 사건을 경찰 가서 진술했다고 하지만 경찰은 그런 진술 한 적 없대요. 왜 그렇게 엇갈릴까요?
성: "만약 일부러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면 최소한 성의 없이 (수사를) 한 거죠. 굉장히 신경을 써서 수사했으면 그러지는 않았겠죠. 만약에 제가 취재를 해요. 분명 그 얘길 했었는데 딴 사람이 물어봤을 때 '그 사람 그런 말 안 하던데'라고 했다는 거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안 했으니까 기억을 못 하지 않았을까요?"

- 기억 못 한 건지 안 했다고 한 걸까요?
성: "제가 그분의 진의는 알 수 없죠. 개인적으로 방송에 나온 뉘앙스로 봤을 때는 '아, 여기 있네'라고 그러잖아요. 그런 걸 봤을 땐 생각도 안 하고 '그런 말 없던데'라고 했던 거 아닐까 싶긴 해요."

김: "그 경찰이 일부러 축소 은폐하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감찰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거에 따라 다를 수 있고요. 중요한 거는 그게 아니라 그로 인한 결과죠. 어쨌든 정지은 선수로 하여금 그가 더 이상 고소를 하지 못하게끔 만든 거잖아요. 참고인 조사받을 때의 경찰의 태도, 분위기 때문에요. 그리고 최숙현 선수로 하여금 정지은 선수나 주변 동료들이 다 돌아섰다고 믿게 만들었잖아요. 빵 사건에 분명 정지은 선수가 있었는데 경찰이 정지은 선수는 모른다고 했으니, 이거 자체로 최숙현 선수 느끼는 벽이 엄청 컸을 거예요."

- 대한체육회 등 6개 기관은 왜 최숙현 선수 신고를 묵살했을까요?
김: "모든 걸 저희가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그냥 예측하기로는 이해관계일 수도 있고요. 또 하나는 이 사건을 엄청 중요하고 심각하게 받아 주지 않는 거죠. 요즘 성인지 감수성 얘기 나오듯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것들의 부족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운동선수들은 맞을 수도 있지. 뭐, 네가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식이죠. 피해자 위주의 인식이 아직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 기관들의 제대로 된 조사와 적극적인 그 피해자보호가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김 PD님이 김진환 대한체육회 클린 스포츠센터장 만나셨잖아요. 처음에 자기 아니라고 하는 게 웃기던데.
김: "원래는 클린 스포츠 센터에 갔었는데 그분이 회의 가셨다길래 거길 갔어요. 그런데 주위에 물어봐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일단 회의하러 가셨다니 믿어보자 해서 회의실로 갔어요. 하지만 청문회 장면으로만 봤기 때문에 양복 입고 마스크 써서 긴가민가해요. 저쪽에서 회의하는 데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으니 저 사람이 맞대요. 저희가 확인하고 가서 물어봤죠. '센터장님'이라고 불렀을 때 모른다고 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갈 줄 알았을 수도 있어요. 사실 인터뷰는 그 전부터 계속 요청했던 거였어요.. 계속 회피하고 거절하고 그 와중에 우연히 만난 거죠."

- 최숙현 선수 아버지도 인터뷰하셨잖아요. 인터뷰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김: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아버님은 인터뷰 때 담배를 많이 피우셨어요. 그리고 전 처음에 인터뷰 시작했을 때 좀 놀랐거든요. 아버님이 뭔가 감정적이 될법한 얘기들을 하는데도 그냥 (감정을) 잡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 분 대단하시다. 어떻게 저렇게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방에서 딸 이야기 하며 서럽게 우시더라고요.

그리고 최숙현 선수 방이 그대로 있는데 옷장을 열면 그때 최숙현 선수의 체취나 이런 것들이 아직도 있어요,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님은 뵙지 못했지만 거의 대인 기피증 정도라고 말씀 들었어요. 제가 감히 100% 공감할 수 없으나, 자신의 되게 자랑스럽고 귀한 딸이 그렇게 됐는데 제정신이기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너무 힘들어하셨죠."

​​​​"폭행이 당연한 분위기, 너무 나쁘다"
 
 김호성 MBC <PD수첩> PD

김호성 MBC PD ⓒ 이영광

- 이야기 꺼내기 힘들지 않으셨는지요. 저는 유가족 인터뷰가 어렵더라고요. 그 분들 아픔을 끌어내야잖아요.
김: "맞아요. 근데 저희 마지막 엔딩과 연결된 건데 그분들한테 사실은 숙제가 있었어요. 뭐냐면 엄마한테 마지막 보낸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카톡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인터뷰에 나서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의 역할은, 말씀하신 대로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 하는 게 너무 힘들지만, 그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 생각해요. 아마 해보셔서 아실 거예요. 진짜 어려운 부분이에요. 슬픈 얘기를 끌어내야잖아요. 근데 그 얘기를 해야 사람들이 아니까요."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성: "어렵다기보다 공들인 부분이라면, 선수분들 증언이 더 필요했어요. 크로스 체크 해야 하고 최 선수는 고인이 된 상태라서...  그래서 직접 만나서 설득하는 부분들이 중요했는데, 방송엔 안 나갔어도 통화로 말씀해 주신 분들도 있고 다행히 다른 선수분들이 다 같은 문제의식이 있으셔서 많이 도와주셨던 거 같아요."

김: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사실 이 안에서 인터뷰하는 일이 현역 선수들에겐 정말 어려운 결정이거든요. 섭외해서 만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거 같고요. 그리고 취재는 아니지만,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면 녹취 내용을 듣는 거였어요. 이게 최숙현 선수가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때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프잖아요. 이게 자세히 들어보면 팀닥터가 최숙현 선수 때릴 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요. 너무 가슴이 아픈 거예요. 그게 어려웠죠."

- 취재했지만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거 있나요?
성: "전미경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 말씀에서 공통으로 나온 부분이 있어요. 장윤정 선수의 악행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요, 장윤정 선수가 어떤 식으로 선수들을 괴롭혔냐면 이를테면 왕따 시키는 걸 할 때 다른 선수에게 때리는 걸 시켜요. 근데 만약 그 선수가 시키는 대로 안 때리면, 안 때리는 사람을 때려요. 이런 식으로 한단 말이에요. 방송에서 보면 팀닥터가 '얘는 죄가 없는데 너 때문에 맞는다'라고 하니 최숙현 선수가 자기가 맞겠다잖아요. 이런 상황 만드는 게 너무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가해자로 보면 안 된다는 거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성: "만들다가 다 같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런 방송 하나 한다고 해서 바뀔까?'라는 거죠. 각성은 하겠죠. 정부에서도 스포츠 윤리센터란 거 만들었어요. 대한체육회 밑에 있는 클린 스포츠센터 기능을 가져와 더 잘하겠다고 만들었거든요. 근데 지금 이번 사건을 보면 그동안 법이랑 기구가 없어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있는 데도 안 되는 거잖아요.

일반 사회에서 누구든 때리면 폭행이잖아요. 근데 체육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맞는 걸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는 거예요. 여러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걸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요. 그래서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이 문제를 다시 또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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