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튜브에서 상영한 제한적 상영회2 포스터

지난 3월 유튜브에서 상영한 제한적 상영회2 포스터 ⓒ 싹온스크린

 

제주도에서 발레 공연 <호두까기 인형>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서울에 와서 하루를 자야 한다. 두 명이 서울에 와서 공연을 본다면 1박 2일 비용만 100만원 안팎이 예상된다. 발레 공연을 하는 데도 많지 않아서 예술의 전당 일정과 맞춰야 한다. 돈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공연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공공문화시설인 예술의 전당은 공연을 보고 싶지만 시간을 맞추기 어렵거나 거리에 제약이 있는 각 지방의 관객들이 영상을 통해 공연을 보고 즐기도록 했다. 지난 2013년부터 지역 소규모 문화예술시설이나 공공도서관, 영화관 등에서 공연 영상을 상영한 이곳은 예술의 전당 공연 영상 사업부인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다.

싹 온 스크린은 8년 간 클래식 <노부스 콰르텟>, 연극 <인형의 집>, 전시 <위대한 낙서>,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뮤지컬 <웃는 남자> 등 40여 편의 작품을 영상화 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지 않은 작품도 사람들이 관심 있을만한 작품이라면 영상으로 제작했다.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만천 회 이상 상영됐고, 41만 명 이상의 관객이 싹 온 스크린이 제작한 공연 영상을 감상했다.  

올해 상반기 예술의전당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싹 온 스크린은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하여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두 차례에 걸쳐 '제한적 상영회'를 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발레 <심청>, 클래식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등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한시적으로 공개했다. 

온택트 시대에 맞춰 싹 온 스크린은 유튜브를 계속 활용할까? 2015년부터 공연 영상을 제작했던 '싹 온 스크린'의 신태연 PD를 만나 새로운 공연 문화로 부각되는 온택트 공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현장에서 스텝들과 의견 나누는 신태연 PD

현장에서 스텝들과 의견 나누는 신태연 PD ⓒ 임성원

- 코로나19 유행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계속해서 공개할 계획인가요.
"제한적 상영회는 코로나로 공연을 못 보신 분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하려고 기획했습니다. 지난 두 번째 상영회 때 뮤지컬 <웃는 남자> 조회 수는 15만 뷰,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은 7만 7천 뷰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을 통해 개인적으로 영상을 보고 싶다며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어 개인에게 영상을 제공하기는 어려웠죠.

지금까지는 공연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제공한 만큼 처음 유튜브에 공개하는 데 걱정이 많았어요. 유튜브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봤지만 불법 다운로드에 취약하다는 점이 걸립니다. 코로나가 심각해져 공연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다시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현장 공연을 영상화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일 것 같습니다. 영상 제작할 때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제가 영상 연출부터 편집까지 맡고 있어요. 촬영할 때는 외부 영화 제작 스텝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카메라는 최소 7대에서 15대까지 동원해요. 촬영할 때는 현장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영화처럼 다양한 구도에서 장면을 나눠 찍으면 영상미를 살릴 수 있지만 공연 현장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나 안쪽으로 들어가서 촬영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무대로 올라가지 않고 촬영하고 있어요."

- 현장의 음악이나 대사를 전달할 때도 신경 쓰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영상을 제작할 때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요. 직접 공연장에 와서 음악을 듣는 느낌을 주고 싶거든요. 모든 배우들 마다 멀티트랙으로 녹음해서 공연 현장의 감동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음향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연장의 현장 음향을 최대한 온전히 전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발레 지젤 공연 영상에 사용된 마임 자막

발레 지젤 공연 영상에 사용된 마임 자막 ⓒ 싹온스크린

 
- 공연장에서 볼 수 없지만 영상에서만 볼 수 있는 점도 있나요?
"발레 <지젤>을 영상으로 제작할 때 자막을 넣었어요. 발레 공연에 자막이라니 좀 낯설죠? 보통 발레 공연은 마임으로 대사나 상황을 나타냅니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발레 공연을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자막을 일일이 다 넣었어요. <김선우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영상 촬영 때는 드론도 동원했습니다.

그동안 연주영상에서 볼 수 없던 다이내믹한 연출을 해보고 싶었어요.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보는 재미도 함께 주고 싶었죠. 클래식 공연장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라도 저희가 제작한 영상을 보고 공연에 관심이 생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 유튜브 제한적 상영회 이후, 또 다른 도전도 계획하고 있나요?  
"이번 달 19일에 스테디셀러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를 CGV에서 개봉합니다. 이번에 상영하는 <늙은 부부이야기>는 공연을 완벽하게 영화화한 새로운 공연 영화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에서 무관중 촬영한 것에 현장 촬영본을 추가했습니다. 저희에게는 일종의 실험과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늙은 부부이야기’ 영화 포스터

‘늙은 부부이야기’ 영화 포스터 ⓒ 싹온스크린

 
- 이런 시도를 영상 유료화 실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영상 유료화를 대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이번 <늙은 부부이야기> 작품도 하나의 영상 유료화 실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작년까진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료 방식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유료화가 될 경우 저희는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했던 영상을 어떻게 유료로 전환시킬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계약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죠. 제작비도 현재 평균 1억 원보다 더 들어갈 거로 예상되는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된다면 공연 영상화가 활발해지는 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 공연계에서 논의되는 영상 유료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온택트 시대인 만큼 앞으로 공연계에서 영상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연 실황을 생중계로 볼 수 있는 건 매력적일 수 있죠. 하지만 영상 유료화를 도입할 때는 공연 영상화를 공연의 부가 수익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공연장에서 직접 봐야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공연을 영상화할 때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찾아 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온택트 공연이 활발해져도 변함없이 공연 문화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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