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11대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

이동훈 11대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 ⓒ 진민용

 
TV에 '트로트'가 넘쳐난다. 지난해 종편 <TV조선>에서 시작된 '미스트롯' 경연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미스터트롯'까지 연이은 인기에 힘입어 거의 모든 방송채널이 '트롯'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MBN>의 '보이스퀸' 과 '트로트퀸', <MBC>의 '나는 트로트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에는 <KBS> '트롯전국체전' <MBC> '트로트의 민족', <MBN> '보이스트롯', <SBS> '내게ON트롯' 같은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 방송을 예고했다. <MBC>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이같은 '트로트'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10대에 이어 11대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에 유임된 이동훈 회장(사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을 걱정했다. 이 회장은 "트로트 경연대회가 방송을 타면서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이 많아졌고 이는 트로트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신인가수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 보다는 방송사에 불려 다니면서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가수 본업은 퇴색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회장은 "진정한 가수는 자신의 노래로 탄탄한 활동을 해야 한다"며 "반짝 인기를 등에 업고 방송매체에 익숙해지면 이들의 생명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동훈 회장 인터뷰 전문. 

- 가요작가의 시각에서 최근 불고 있는 '트로트' 인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처음 '미스트롯'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인들이 발굴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응원했다. 그동안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도 됐고, 젊은 층에게 트로트라는 장르가 유행하게 될 것으로 보여 기뻤다. 그러나 점차 여기서 발굴된 신인가수들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우려가 됐다. 

먼저 '트로트 가수 신인발굴'이라는 목적이 그 방향을 잃은 것 같다. 갈수록 처음 의도와는 달리 연예인이 되고 있다. 이는 가수 개인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이들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방송사들의 책임이다. 실력있는 가수로 키워야 한다는 것 보다, 단지 인기 있는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면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시도로 보인다. 신인가수는 발견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을 키우기는 더 어렵다.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작곡가와 작사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이 출연했던 방송의 옵션이 만료된 이후에 가수로서 이들의 생명을 키워주는 힘이 필요한 이유다."

"가수는 노래로 자신의 존재 증명해야"

- 가수로 생명을 키워가는 힘,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가장 큰 문제점은 가수들의 노래활동을 지원하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TV 예능에 나온다고 해서 그들을 홍보하는게 아니다. 가수는 노래로 홍보해야 하고 노래가 가수의 실력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소위 '트로트'로 뜬 가수들 중에서 자신의 곡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찾기 힘들다. 화가가 자신의 그림으로 증명하듯, 가수는 노래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방송은 가수들이 노래할 수 있는 좋은 무대를 마련해 주고, 가수들은 실력을 키워서 방송에 보답해야 한다. 즉 이들은 처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도전했던 사람들이며 자신이 가수라는 자부심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소비되는 방법은 자신들이 처음 목표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낄 것 같다. 가수의 인기와 가수의 노래가 반드시 비례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빌보드 차트는 오직 '실력'으로 순위를 매긴다고 알고 있다. 물론 가수의 인기와 빌보드의 순위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수의 인기가 먼저가 아니라 '노래'가 먼저라는 점이 우리 방송사와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일부는 유명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방송에 등장하는 것으로 자신을 알린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가수의 생명이 오래가지 않는다.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보다는 자신들의 노래를 갈고 닦아야 한다. 좋은 작곡가와 작사가의 노래를 받아 그것을 실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송은 자신들의 실력을 보장받는 무대가 아니지만, 또 방송은 자신들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수 개인이 아닌 방송 시스템이 '가수'를 키워야지 '연예인'을 키우려고 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작곡 작사를 직접 하지 마라"

- 작곡가와 작사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싶다. 가요작가협회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작가들을 키우나. 
"사실 지금까지 작가들을 키우는 일을 해 오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 작가들의 친목단체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려고 '창작가요제'를 열었다. 작가협회는 작곡가와 작사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문이 열려있다. 그리고 작가는 가수를 만나야 자신의 곡을 알릴 수 있다. 그런 교량 역할을 작가협회는 하고 있다."
 
 이동훈 11대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

이동훈 11대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 ⓒ 진민용

 
- 작곡자나 작사가가 가수를 만날 기회는 어떻게 마련하나. 
"직접 본인이 생각해 둔 가수를 만나서 곡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우리처럼 전문 작가들의 협회나 매니저 회사 등을 통해서 알리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협회에 가입했고 활동하고 있다. 가수들 또한 우리 협회에서 많은 작곡가들을 만났다. 

특히 작곡가들이 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곡을 가수에게 전달하는 것은 모험이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가수와 맞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신인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곡 작사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가수는 전문 작곡가와 작사가의 곡으로 시작해야 한다. 신인가수들이 다재다능하다고 스스로 제작까지 하려면 전문가들의 곡을 충분히 소화해 낸 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악장이 있는 한 시간 분량의 가요음악 만들고 싶다" 

- 가요작가 회장 또는 개인적으로 가진 목표가 있나.
"협회를 책임진 위치에서는 작가협회가 30년 넘는 세월을 오면서 수많은 곡들을 발표했고 가수들과 작가들을 키워냈다. 앞으로 11대 회장으로 보다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약 1시간 가량의 음악작품을 만들고 싶다.

클래식에 있는 '악장'의 개념을 가요에 접목해서 한 시간 분량의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대중가요가 결코 클래식에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리는데 남은 생을 바치고 싶다. 대중가요사 최초로 '악장'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발표한다는 건 가슴뛰는 꿈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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