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웹툰 <복학왕>을 연재 중인 작가 기안84(이하 기안)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복학왕> 최근 회차인 303, 304회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기 때문이다.

웹툰에서 주인공 우기명의 전 여자친구 봉지은은 대기업 인턴으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봉지은은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데다, 20세 이상 차이나는 직장상사 팀장과 성관계를 맺으며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봉지은은 자신의 배 위에 올려진 조개를 깨부순다. 해당 남자 직원은 "회식날 술 취해서 키스했지 뭐야"라고 떠벌리듯 이야기하고, "같이 잤어요?"라는 물음에도 긍정하는 듯한 대답을 한다.

지난 11일 해당 회차가 게재된 이후 기안84를 향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기안은 13일 웹툰 마지막 부분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네이버 웹툰 역시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남겼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기안84가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까지 하차 요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안 84의 잘못... <나 혼자 산다>에 비난 집중되는 이유
  
 논란이 된 기안 84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논란이 된 기안 84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사실 기안 84에 대한 비판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도 연결되어 있다. 2016년부터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기안 84는 소탈하면서도 털털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별명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나 혼자 산다>는 기안 84의 상식 밖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방송에서 기안 84가 네이버 웹툰 사무실에서 6개월 동안 숙식하면서 사내 공중 화장실에서 씻은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사실 사무실에서 의식주를 모두 해결했던 것도 기안 84가 원고 마감을 자주 어기기 때문에 극약 처방으로 택한 방법이었다. 마감을 지키지 못하다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당시 <나 혼자 산다>는 '대충 사는 남자'의 웃긴 에피소드 정도로 활용했다. 물론 여기까지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이후로도 기안 84의 크고 작은 논란,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2019년 방송에서는 패션쇼에 참석한 기안 84의 태도로 비판을 받았다. <나 혼자 산다> 동료 출연자 성훈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섰다. 성훈이 런웨이에 오르자 기안은 "성훈이 형"이라며 크게 소리를 쳤다. 스튜디오에서 성훈은 기안 때문에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이 장면을 "초딩(초등학생) 84, 자기 잘못 뉘우치는 애플(사과) 84"라며 우스꽝스러운 실수로 무마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아는 사람이 나왔다고 소리치면 안 된다는 매너를 성인 남성에게 가르쳐야 하는 일일까. 그러나 제작진 측은 이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세상 일을 잘 모르는" 캐릭터로 활용하기 바빴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 84는 "애플 84"라고 불리기도 한다. 매주 사과할 일을 만든다는 의미다. 2018년 5월에는 동료 출연자 이시언, 헨리와 여행을 떠나는 에피소드에서 고집을 피우는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다. 또 같은해 6월 '아이스 버킷 챌린지'(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SNS 이벤트)를 속옷 바람으로 수행해 <나 혼자 산다>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배우 이규형의 집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복도식 아파트에 사시네요?"라고 짚었다. 다른 출연자들은 "건물 84다"라며 상황을 모면했지만 방송 이후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제작진은 기안 84에게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방송으로 강조하며 그를 변호했다.

<나 혼자 산다> 왜 기안 84를 변호할까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포장해준 <나 혼자 산다> 덕분에 기안 84는 그동안 본업인 웹툰에서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더러운 숙소에도 감격하고 만족하는 이주노동자를 등장시켜 이주노동자 비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여성 청각장애인의 대사를 어눌한 말투로 표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기도 했다. 또 30살 여성에게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 없다"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는 대사로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지면에 다 옮길 수 없을 만큼 기안 84는 수많은 '실수'를 했지만 여전히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다. 오히려 방송에서 장난 섞인 사과를 하고 상황을 무마시키는 장면도 허다했다. 마음껏 혐오를 표현하는 웹툰작가 기안과 수많은 논란에도 끄떡하지 않는 방송인 기안은 그렇게 탄생했다. 
 
일각에서는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기안 84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안 84는 논란이 생길 때마다 하차 요구를 받지만 제작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9.9%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고수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쯤 기안 84의 약자 혐오 표현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될까. 기안 84를 비호하는 <나 혼자 산다>가 꿋꿋이 버티고 있는 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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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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