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11일 '그들이 죽는 세상 - 고 최속현 선배 선수의 폭로'편을 통해 경주시청팀의 가혹행위를 고발했다.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은 11일 '그들이 죽는 세상 - 고 최속현 선배 선수의 폭로'편을 통해 경주시청팀의 가혹행위를 고발했다. ⓒ MBC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팀 고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고 최 선수는 소속팀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장아무개 선수, 안아무개 팀닥터의 가혹행위를 고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 최 선수의 죽음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스포츠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그런데, 고 최 선수 말고도 가혹행위를 당한 선수는 또 있었다. 고 최 선수의 선배 전미경 선수였다. 전 선수는 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 >에 자신이 당한 일을 털어놓았다. 

< PD수첩 >은 11일 '그들이 죽는 세상 - 고 최숙현 선배 선수의 폭로' 편에서 전 선수가 당한 가혹행위를 고발했다. 전 선수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경주시청 팀에서 고 최 선수와 활동했다고 한다. 전 선수가 < PD수첩 >에 털어놓은 경주시청 팀 분위기는 실로 경악스러웠다.

전 선수도 고 최 선수와 같이 김규봉 감독과 팀 주축 장아무개 선수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더욱 놀라운 건 김 감독과 장 선수가 '팀플레이'를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따돌림을 했다는 전 선수의 주장이다. 

'팀플레이'란 주축인 장 선수의 성적을 위해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는 말이다. 이런 팀 운영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철인 3종 경기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데다 위험성이 높아 특정 선수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뛰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선수는 2016년 포항대회에서 팀플레이 요구를 거부하고 1위를 차지했다. 전 선수는 이후 감독과 선수들이 자신을 따돌리기 시작했다고 털어 놓았다. 전 선수의 말이다. 

"들어왔는데 남자 선수들이 저를 좀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더라고요. 저를 벌레 보듯이. 그렇게 잘하고 싶었나? 그렇게 메달 따고 싶었나 (장아무개 선수가) ◯◯◯ 선수를 시키면서 선배 대우도 해주지 말고 사이클 달리기 수영 연습할 때 '너희 다 나가지 마, 쟤보고 다 끌라고 해' (장아무개 선수가) 저한테 엄청 욕을 하더라고요. 소리 지르면서."

이 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과 장 선수는 다른 선수들을 숙소에 모아 놓고 전 선수를 비판하도록 했다고 한다. 고 최 선수의 동료인 정현웅 선수는 PD수첩 취재진에게 당시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보다도 나이도 훨씬 어린 선수들한테 이렇게 망신을 준 것 자체가 그거를 노리고 한 거거든요. 장 선수랑 김 감독이 한 사람씩 다 말을 했어요. 첫 번째 한 선수가 전미경 선수랑 말을 하면 전미경 선수는 대역죄인마냥 '미안해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 게 미안해' 이 말 밖에 안 했어요. 그 가운데 자리 앉아서 미안해라는 말밖에 안 했어요. 너무 부끄러운 일이죠."

전 선수는 모멸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전 선수의 어머니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경찰이 행방을 찾아 나서면서 천만다행으로 '살아 남았다.' 

고 최숙현 선수가 마지막일까?
 
 고 최숙현 선수는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호소했지만 철인3종협회 등 관련 기관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호소했지만 철인3종협회 등 관련 기관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 MBC

 
이번 '그들이 죽는 세상-고 최숙현 선배 선수의 폭로'편은 그냥 앉아서 보기 어려울 만큼 불편했다. 고 최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많은 언론이 그가 당한 가혹행위를 다뤘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과 장아무개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하지만 < PD수첩 >을 통해 경주시청 내 가혹행위가 비단 고 최숙현 선수에게 그치지 않았고, 앞서 또 다른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방송 내용에 오류가 없다면, 고 최 선수 말고 또 다른 선수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 전미경 선수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런데, 가혹행위 말고도 고 최 선수를 절망에 빠뜨린 이유는 또 있어 보인다. 바로 체육계다. 고 최숙현 선수는 소속팀을 옮긴 뒤 경주시청팀 폭행사실을 고발했다. 그러나 대한철인3종협회는 사건을 인지한 후 김 감독에게 민원이 제기됐음을 알려줬다.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조사단 등 관련 기관 역시 미온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PD수첩 취재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 씨의 말이다. 

"엄청 지지부진했죠, 두 달 동안. 뭐 대면조사도 한 번 안 했으니까. 전화상으로 얘기하고 선수들한테 전화하니까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남겨도 연락도 없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게 진짜 잘못된 거예요."

이런 사이 김규봉 감독은 경주시청팀 선수들에게 허위 진술서를 쓰게 하는 등 사건 은폐에 나섰다. 

역도 사재혁 선수의 후배폭행, 쇼트트랙 조재범 전 코치의 심석희 선수 폭행 등 엘리트 체육계의 가혹행위는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경주시청팀에서 벌어진 가혹행위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한철인3종협회 등 가혹행위 피해를 호소하는 한 선수의 절박함에 미온적이었던 관계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든다. 혹시 대한철인3종협회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등 각 종목 경기 단체들이 폭행, 따돌림 등 가혹행위의 심각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 자신들도 선수시절 맞아가며 운동했고 지도자 생활할 땐 선수들 때려가며 가르친 탓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한학수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우리 체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대한철인3종협회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두렵습니다. 과연 최숙현 선수가 스포츠폭력의 마지막 희생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최 선수의 죽음 앞에 우리사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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