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케이 마담>을 연출한 이철하 감독.

영화 <오케이 마담>을 연출한 이철하 감독.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십중팔구 이 영화를 보고 나선 꽈배기가 먹고 싶어질지 모른다. 재래시장에서 꽈배기 장사를 하는 미영(엄정화), 컴퓨터를 잘 다룸과 동시에 아내와 딸만 바라보는 사랑꾼 석환(박성웅) 부부에게 느껴지는 긍정의 기운 때문이다. 

영화 <오케이 마담>은 최근 극장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한국 코미디 영화다. 여기에 액션을 가미했고 관객에 따라 'B급 정서'를 느낄 수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가 테러범의 표적이 됐다? 영화는 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곳곳에 웃음과 감동 코드를 심어놨다.

배우들의 자신감

스릴러 <날, 보러 와요>(2016), 공포장르 <폐가>(2010), 그리고 데뷔작인 멜로 장르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등. 이철하 감독과 코믹 액션이 다소 안 어울려 보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강하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도 이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장르 자체가 그에겐 큰 제한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작사 대표님으로부터 시나리오 초고를 접한 게 2017년 가을이었다. 그때 저 말고도 다른 감독님들이 여럿 있었다. 근데 다른 분들은 이 작품을 액션 히어로물로 해석했다더라. 전 가족 코미디로 봤거든. 그렇게 해야 할 말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품을 맡았는데 사실 코미디는 두려움이 많았지. 한국형 코미디라고 하면 조폭 코미디나 섹스 코미디가 주였다. 모든 감독은 새로움을 꿈꾸잖나. 그래서 예전 코미디의 느낌을 지우려 했다."    
 영화 <오케이 마담>의 한 장면.

영화 <오케이 마담>의 한 장면. ⓒ 영화사 올

  이철하 감독이 추구한 코미디는 곧 작은 반전의 연속에서 나오는 상황 코미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역할에 몰입한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허용했고, 박성웅과 엄정화 또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기에 더해 이철하 감독은 꽈배기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제목은 초고 때부터 <오케이 마담>이었다. 마담이라는 단어에 안 좋은 느낌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전 오케이가 주는 긍정 느낌과 마담이 갖고 있는 올드함이 좋았다. 양자경이 출연한 <예스, 마담>을 떠올렸다. 오랜 것과 새로운 것이 꽈배기처럼 얽혀 있다는 생각으로 꽈배기 장사를 밀고 갔지. 각색 중에 여러 다른 장사 항목이 있었는데 제가 강하게 주장했다. 우리 인생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웃음)."

주연을 맡은 엄정화, 박성웅 모두 강하게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액션 연기를 처음 접한 엄정화는 자청해서 촬영 전부터 액션 스쿨을 다니기 시작했고, 박성웅 또한 코미디 연기가 자신 있다며 오히려 감독을 안심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소재상 주요 사건이 좁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기에 이철하 감독은 그룹별로 배우들을 묶어 자주 만나고 의견을 교환했다.

"전 <신세계> <안시성> 이미지가 강해서 걱정하긴 했는데 박성웅씨가 걱정하지 말라더라. <내안의 그놈>이라는 코미디 영화를 찍었는데 잘했다면서(웃음). 제 디렉션이 각 배우들에게 적확하게 꽂히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 그룹별로 자주 모이게 했다. 납치범은 납치범끼리, 스튜어디스는 스튜어디스 그룹끼리. 결론적으로 각 그룹별 팀워크가 화면에 잘 나온 것 같다. 단역, 조연 배우분들이 많았는데 영화 찍으면서 자기들은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본다며 잘 뭉쳐 다니시더라.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리듬감이었다. 한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잖나. 각 신마다 기승전결을 어떻게 할지 각색 때 작가분들에게 엄청 많이 요청했다. 레퍼런스로 참고한 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일본 영화였다. 작은 공간에서 치고 빠지는 이야기지. <폴리스 스토리> <오복성> 같은 영화에선 클래식한 액션을 참고했다."

 
가족의 가치를 다시 묻다

이철하 감독의 말대로 <오케이 마담>엔 전통과 새로움의 미덕이 공존한다. 가족 개념도 그러하다. 갈수록 대안 가족, 전통 가족의 해체가 소재로 등장해 온 한국영화의 흐름에서 이 영화는 꽤 과감하게 전통 가족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개인은 존중하고 공동체는 붕괴시키는 요즘이잖나. 저만 해도 그렇다. 가족 모임이나 제사가 있다면 예전엔 무조건 부모님이 오라고 했을 텐데 이젠 제가 바쁜지를 먼저 물어보신다. 아이와 외식 한번 하려 하면 우선 그들의 학원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웃음). 이게 나쁜 것도 아니고 꼭 옛 것에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과의 정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촌스럽게 보여도 미영이네 가족이 그걸 하고 있거든.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려 하는 거지.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고, 윗 세대에게 무엇을 받았는지 이게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다."

<사랑따윈 필요 없어>가 데뷔작인 감독의 말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하다. 이 얘기에 이철하 감독은 웃으며 배우 엄정화 이야길 꺼냈다. 엄정화의 출연작 자체가 우리 사회의 단면과 변화를 잘 담고 있다는 취지다.

"제가 <시월애> 조감독일 때 엄정화 배우는 <싱글즈>에 출연했다. 정말 사랑이 필요없다고 외치는 젊은이가 나오지. 시대에 새로운 깃발을 꽂는 이야기였잖나.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전통 가족을 붕괴시키자는 영화잖나. 그만큼 그의 출연작은 우리 사회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 <오케이 마담>이 2020년에 등장한 것도 그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코로나19 시기잖나. 다시금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되는 상황 아닌가 싶다."
 
 영화 <오케이 마담>의 한 장면.

영화 <오케이 마담>의 한 장면. ⓒ 영화사 올

 
2019년 5월 8일에 촬영을 마친 뒤 수 개월의 후반작업, 그리고 코로나19 상황까지. <오케이 마담>은 개봉마저 불투명했을 위기를 지나왔다. 상업영화로는 14년 만에 관객과 만나기에 감독은 매우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데뷔 이후 이철하 감독은 부업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 오고 있기도 하다.

"영화 감독은 대부분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지.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다는 건 아니고, 우리네 삶이 윤택하지 못하다는 거지. 개봉일(12일)에도 새벽에 카페로 가 반죽해야 한다. 하지만 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뒤로 자빠져있지 않게 하는 동력이니까.

예술가처럼 사색도 하고 싶은데 그게 정답은 아니잖나. 저야 아침에 손님도 맞고, 개봉할 영화이야기도 하니 좋다. 저만의 특징이다. 사실 카페를 처음 시작할 때 창피하기도 했다. 내가 예술가가 맞나, 내 삶이 무엇인가, 아픔이 많았다. 근데 중요한 건 창작열과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다. 그걸 지키고자 하는 게 제 목표다."


"10, 20년 지나서도 창작활동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이철하 감독은 이 바람을 인터뷰 말미에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 하고 있는 후속 작품에 대한 고민을 풀어놨다. 

"여성, 남성을 나누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 그러니까 청소년 영화를 많이 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존재에 대한 흥미와 아이디어는 계속 나오는 것 같다. 마초 영화는 못할 것 같고(웃음). 그리고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긴 하다. 이번엔 코미디 액션이라 좀 제한을 뒀거든. 제작사 대표님과 요즘 그 얘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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