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지연 개막으로 시즌 4번째 등판을 치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승리는 놓쳤지만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8월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뉴욕 주 버팔로 세일런 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 시즌 코로나19로 인하여 우여곡절 끝에 홈 개막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30팀 중 유일하게 캐나다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인데, 캐나다 정부가 다른 팀들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홈 경기장 로저스 센터를 사용 할 수 없었다. 급하게 대체 경기장을 찾다가 올해 마이너리그 시즌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트리플A 경기장을 보수하여 사용하게 됐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시즌 2번째 등판이었던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가 홈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치러야 했다. 블루제이스 산하 트리플A 팀인 버팔로 바이슨스의 경기장 세일런 필드가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르기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수 공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임시 홈 개막전에서 시즌 첫 QS, 아쉬웠던 피홈런 한 방

그동안 세일런 필드는 보수 공사를 통해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를 준비를 끝냈다. 야간 경기를 위한 조명과 원정 팀 클럽하우스 시설 등의 보수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경기장 시설이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편이었기 때문에 세일런 필드는 간신히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맞췄다.

전날 경기장 답사를 통해 경기장 적응에 나섰던 류현진은 이 날 등판하여 호투했다. 시즌 초반 자주 사용하지 못했던 커브를 1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이날 던졌던 모든 구종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아쉬웠던 것은 2개의 볼넷과 1개의 피홈런이었다. 2회초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던졌던 실투 한 개가 바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0-1). 설상가상으로 블루제이스 타선이 1회말 트래비스 쇼의 안타와 2회말 루어데스 구리엘의 볼넷, 4회말 보 비셋의 실책 출루를 제외하면 5회까지의 공격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5회까지만 해도 블루제이스 타선은 집중력 부재로 인해 그 한 점을 따라가지 못했다. 2회말에 볼넷으로 출루했던 구리엘은 상대 투수의 견제구가 빠졌을 때 무리한 질루를 시도했다 아웃되며 팀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비셋은 유격수 수비 과정에서 실책을 범하며 류현진에게 추가 실점을 안길 뻔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2회 피홈런을 제외하고 추가 실점이 없었으며, 6회까지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올 시즌 처음으로 6이닝을 던졌다.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92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를 기록했다.

블루제이스의 2세 선수들, 류현진의 도우미 역할

블루제이스에는 과거에 유명했던 야구 선수들의 2세들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결집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단테 비셋의 둘째 아들 보 비셋, 크레이그 비지오의 둘째 아들 캐번 비지오 그리고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인 게레로 주니어까지 메이저리그 유망주 상위 랭킹에 자리 잡으며 블루제이스의 미래를 이끌 핵심 자원으로 꼽혔다.

그리고 이들 3명은 모두 2019년에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4월에 콜업되었고, 비셋과 비지오는 시즌 후반기 콜업되어 각자 주전으로 기회를 얻었다. 3명 모두 올 시즌부터는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어 류현진의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12일 경기에서도 2세들의 활약이 류현진을 패전투수 위기에서 구했다. 6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왔던 주전 포수 대니 잰슨이 2루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다음 타자로 등장한 비지오가 연속 2루타로 무사 2,3루 득점권 기회를 이어갔다.

말린스의 투수코치가 잠시 마운드에 올라 블루제이스의 공격 흐름을 끊어보려 했으나, 블루제이스는 비셋이 타석에 들어섰다. 비셋은 앞선 상황에서 수비 실책으로 인해 류현진에게 추가 실점 위기를 제공했다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셋은 셀런 필드에서의 블루제이스 팀의 첫 홈런을 날리며 주자들을 싹쓸이하는 스리런 홈런을 작렬했다(3-1). 블루제이스의 테이블 세터로 자리잡은 두 2세들의 활약으로 말린스의 선발투수 엘리저 에르난데스는 퀄리티 스타트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날 92구를 던졌던 류현진이 다음 일정을 감안하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어려웠다. 블루제이스는 14일 이동일을 제외하면 향후 더블헤더를 포함하여 지옥의 27연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류현진은 비셋의 홈런 덕분에 패전투수 위기에서 벗어나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투구를 마쳤다.

불펜의 방화로 승리 날린 류현진, 팀은 끝내기 승리

류현진이 투구를 마친 뒤 블루제이스는 7회 라파엘 돌리스, 8회 조던 로마노가 이어 던지며 실점 없이 승부를 9회까지 이어갔다. 블루제이스 타선도 7회 말 비지오가 추가 적시타를 기록하며 점수 차 여유를 벌렸다(4-1).

그러나 9회 초 승리를 지키기 위해 올라왔던 앤서니 배스가 불을 지르고 말았다. 선두 타자 존 베르티와 9구 승부 끝에 2루타를 허용한 배스는 다음 타자인 헤수스 아귈라를 상대로 2구 승부만에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한 숨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코리 디커슨과의 승부가 10구까지 이어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계속 노출했다. 디커슨을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는 늘렸으나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고, 다음 타자인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볼넷까지 허용하면서 불안한 리드는 계속 이어졌다.

다음 타자는 한때 강정호(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팀 동료였던 프란시스코 서벨리였다. 배스는 서벨리를 상대로 3구 연속 볼을 던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3점 홈런을 허용하며 류현진의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4-4). 블루제이스 타선이 9회말 끝내기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는 연장전 승부치기로 넘어가게 됐다.

주자 1명을 2루 득점권에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의 긴장감 속에서 블루제이스는 일단 10회초 수비를 실점 없이 막았다. 10회말 공격에서 블루제이스는 선두 타자의 앞 타순이었던 조 패닉 대신 대주자 앤서니 알포드를 투입했고, 선두 타자 잰슨은 바로 보내기 번트 성공으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이에 말린스의 돈 매팅리 감독은 외야수 1명을 내야로 이동하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블루제이스의 다음 타자 비지오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홈런을 쳤던 비셋은 자동 고의4구로 출루하며 주자는 만루가 되었고 말린스의 극단적 시프트는 굳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블루제이스의 중심 타선 쇼에게 역할이 넘어갔다. 쇼는 5구 승부 끝에 말린스의 투수 스테판 타플리가 던진 공을 침착하게 받아 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5-4). 비록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블루제이스는 임시 홈 개막전에서 의미있는 임시 홈 구장 첫 승리를 거뒀다.

지옥의 27연전 기다리는 일정, 류현진 등판 간격에도 영향

블루제이스는 13일까지 말린스와 홈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14일 이동일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후 더블헤더를 포함하여 지옥의 27연전 일정을 치러야 한다. 원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협정에 의하여 20연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확진 선수 영향으로 인해 시즌 일정이 꼬여 버린 탓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4번의 등판을 치르는 동안 모두 5일의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일단 다음 등판 예정일은 이동일이 끼어 있기 때문에 18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경기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후에는 5일 휴식이 아니라 4일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올해에 한정하여 26명에서 28명으로 늘어났지만, 류현진 한 명의 루틴을 지켜준다고 선발투수를 6명을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더블헤더 일정이 포함되어 있어 임시 선발투수를 잠시 투입할 가능성은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루틴이 바뀌면서 시즌 초반 2경기에서 9이닝 1패 평균 자책점 8.00에 그쳤다. 그러나 일정한 등판 간격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시즌을 치르는 가운데, 류현진은 8월 2경기에서 11이닝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0.82로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평균 자책점을 4.05까지 끌어내린 류현진은 이제 앞으로도 12일의 경기처럼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팀에게 승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블루제이스의 타선이 14경기를 치른 12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팀 타율 24위(0.218)에 팀 OPS 27위(0.645)에 그치고 있어 선발승은 힘들겠지만, 최소 실점으로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줘야 한다.

류현진이 시즌 개인 기록으로 1승 1패에 그치고 있지만,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블루제이스는 개막전과 12일 경기를 포함하여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선발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팀이 승리하기 위해 다른 동료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 자신의 선발승도 챙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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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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