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발표를 앞둔 트로이 시반의 신보 < In a dream >

8월 21일 발표를 앞둔 트로이 시반의 신보 < In a dream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나에게는 뮤지션 트로이 시반 (Troye Sivan)이 그렇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을 보았던 것은 자랑거리 중 하나다. 신성으로 떠오르던 4년 전, 트로이 시반은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 공연을 열었다. 이것은 그의 첫 페스티벌 공연이었다.

'30명 남짓이 오는 것 아니냐'는 그의 우려와 달리, 1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서브 스테이지 앞에 모여 열광했다. 40분이 채 되지 않는 공연이었음에도, 존재감은 꽤 뚜렷했다. 유약하게 들리지만, 성숙한 소년의 목소리, 특별한 안무 없이 비트에 녹아드는 움직임. 그는 보는 이들을 홀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날 '새로운 스타'를 목도한 것이었다(트로이 시반은 이 공연을 '인생을 바꾼'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트로이 시반의 큰 매력은, 그가 자신이 경험하는 개인적 요소(사랑,이별 등)를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노랫말에 있다. 데뷔 앨범 < Blue Neighbourhood >(2015)는 더없이 솔직한 청춘의 일기장이었다. 트로이 시반은 2013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다. 커밍아웃 전후의 혼란을 고백한 'Heaven'에서 그는 '게이인 내가 천국에 갈 수 있을까'를 노래한다. 그러나 3년 후 2집 < Bloom >(2018)에서 그는 자신의 사랑을 명확하게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매우 담대하다. 트로이 시반은 'My My My'에서는 '사랑을 두고 도망가지 않겠노라 노래한다. 관능적인 이미지를 과시하는 'Bloom'의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듯이, 욕망을 표현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의심했던 소년은, 완연한 어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듣는 이들은 그가 자신을 찾고, 증명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최근 트로이 시반은 8월 21일 신보 < In A Dream >의 발표를 앞두고, 몇 개의 신곡을 연이어 발표했다. 아주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아련한 외적 이미지, 몽환적인 잔향을 남기는 신스팝 -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등, 트로이 시반을 대표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두드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작들보다 우울하고, 무력하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Take Yourself Home'에는 현대인들이 공유하는 권태감이 녹아 있었고, 'Easy'에서는 연인과의 이별 이후의 감정을 묘사했다(팬들 사이에서 트로이 시반은 연인 제이콥 빅센만과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로이 시반은 연인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지만, '공허감은 더욱 커질 뿐'이라고 고백한다. 자신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트로이 시반의 화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불안으로 가득 찼던 날, 그 역시 '나'다
 
선공개된 싱글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Rager Teenager'였다. 트로이 시반은 이 노래를 모든 사람에게 잠재된 '불씨(pilot light)'에 대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 곡에서 트로이 시반은 10대의 트로이 시반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그는 친구들과 함께 밤새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하염없이 돌아다니기를 반복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번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좌절된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오늘의 트로이 시반은 과거의 자신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Hey, my lil rager teengaer trying to figure it out ,
"안녕, 분노에 찬 나의 소년 시절이여. 답을 찾고자 애쓰고 있어.

Living a season of screaming And turning it out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좀 알 것 같네"


첫 번째 앨범의 '3부작' 뮤직비디오(Wild, Fools, Talk Me Down)에서 드러나는 것은, 수려한 사운드 뒤로 숨겨진 청춘의 민낯이었다. 지금의 트로이 시반 역시 명료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고뇌하는 시간도 꽤 괜찮다며 과거의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 오늘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치유가 발생한다는 것.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트로이 시반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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