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5위 KIA 타이거즈가 잠실 구장 11연패를 끊으며 순위 상승에 시동을 걸었다.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8-4로 완승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4위 LG에 0.5경기 차, 2위 키움 히어로즈에 4경기 차로 접근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그간 부진했던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그는 6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승리를 수확했다. 최고 구속 151km/h의 강력한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까지 안정적이었다. 

올 시즌 양현종은 7승 6패 평균자책점 5.62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0.813을 기록 중이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규정 이닝을 채운 리그 25명의 투수 중 23위로 최하위권이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을 나타내는 FIP가 4.54로 평균자책점보다 1 이상 낮아 양현종이 다소 불운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FIP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양현종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케이비리포트 기준)는 1.91로 2가 채 되지 않는다. KIA가 76경기를 치러 정규 시즌의 반환점을 이미 돌았음을 감안하면, 그의 부진을 드러내는 또 다른 대목이다. 참고로 16승 8패 평균자책점 2.29 피OPS 0.592를 기록했던 지난해 양현종의 승리기여도는 7.4로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리그 1위였다.  

2019년 양현종은 163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동안 33개의 볼넷을 내줬다. 소위 '볼삼비'라 불리는 볼넷 대비 삼진의 비율이 4.94로 좋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77개의 삼진과 30개의 볼넷으로 '볼삼비'가 2.57로 저하되었다. 9이닝당 평균 볼넷으로 환산하면 2019년에는 1.61이었으나 올해는 3.01로 두 배 가까이 나빠졌다. 

▲ KIA 양현종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2.9km/h에서 올해 144.0km/h로 향상되었지만 전반적인 제구와 투구 내용이 불안해진 것이다. 이는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의 제구가 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로 인해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도 빠르게 승부를 매듭짓지 못하고 끌려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투구 수는 불어난 가운데 타자마다 결과는 나빠지고 그러다 보니 이닝 소화 능력도 떨어졌다. 

1988년 3월생 양현종은 올해가 만 32세 시즌이다. 과거와 같이 마냥 젊은 나이만은 결코 아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180이닝 이상을 정규 시즌에 소화했다. 게다가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까지 3년 연속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던졌다. 

KIA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양현종의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육체적 피로가 오랜 기간 누적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양현종은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있다.
   
2016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처음 취득한 양현종은 KIA의 구단 사정을 고려해 4년 연속 단년 계약을 맺어왔다. 그리고 올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다. KIA는 물론 국가대표팀을 위해서도 꾸준히 공헌해 온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올시즌 긴 부진을 털어내고 11일 경기와 같은 호투가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반전의 계기를 잡은 양현종이 지난해 보여준 리그 최고 에이스의 면모를 시즌 후반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8월 위기' KIA, 터커 방망이로 탈출할까?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