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2020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월 개막 이후 반환점을 돌아 8월이 되었는데도 첫 승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9일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성남 FC과의 15라운드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로 완패했다.

5무 10패(승점 5점)에 그친 인천은 12위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불과 한계단 위인 11위 수원(승점 14)과도 무려 9점차가 나며 강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천은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로 아직까지 2부로 강등된 적이 한차례도 없다.

가뜩이나 팀성적도 안 좋은데 구단 이미지에 좋지 않은 악재까지 겹치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은 지난 6월 성적부진으로 임완섭 감독이 사임한 바 있다. 올시즌 K리그의 첫 감독 사퇴였다. 올해 1월 인천 지휘봉을 잡았던 임 감독은 불과 6개월만에 물러나며 '인천 구단 창단 역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 타이틀까지 안게 됐다.

후임 감독을 찾는 과정도 웃지 못할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임중용 코치가 임시로 감독대행을 맡았으나 프로 감독 수행에 필요한 P급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여 60일 이내에 정식 감독을 새로 영입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7월에는 췌장암 투병중인 유상철 전 감독의 깜짝 복귀설이 거론되었으나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백지화됐다.

불과 일주일전에는 최근 수원 삼성 감독직에서 사임한 이임생 감독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 무산됐다. 몇주전까지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감독을 굳이 데려오는 모양새를 두고 '상도의' 측면에 어긋난다는 냉담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돌연 SNS에 '지친다. 꼭두각시'라는 글을 올리며 구단의 운영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구단 운영 방향과 감독 영입을 둘러싸고 수뇌부와 프런트간 손발이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냈다.

다급해진 인천은 이임생 감독 영입이 무산된 지 이틀만에 조성환 감독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으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전 소속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성과를 올린 조 감독이기에 현재 상황에서는 그나마 최선의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조 감독의 계약이 성사된 이후, 정작 영입을 주도한 이천수 실장이 사임했다. 갓 부임한 신임 감독을 도와 구단 운영과 전력보강을 주도해야 할 실무자가 떠난 것이다. 

9일 열린 성남전은 인천 입장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조성환 감독의 인천 부임 이후 첫 데뷔전이자 홈경기였다. K리그가 최근 관중 입장을 부분적으로 재개하면서 인천은 첫 홈 유관중 경기였던 1일 광주전에서 전체 관중석의 10%만 입장을 허용했음에도 최고 판매율(96%, 1865명)을 기록할만큼 열성적인 팬들의 지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장마에도 불구하고 성남전 역시 약 155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인천은 기본적인 패스 연결과 트래핑에서 잦은 실수를 하면서 성남의 탄탄한 수비 라인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쓸데없이 거친 플레이와 파울을 남발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조 감독이 아직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임중용 대행이 팀을 이끌던 기간보다도 오히려 퇴보한 경기력을 보였다. 조성환 감독이 인천 부임과 동시에 자신의 코치진을 데려오면서 임 코치는 프런트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팬들도 문제를 일으켰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관중 입장을 재개하면서도 안전한 방역을 위한 응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을 비롯하여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육성 응원이나 응원가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어깨동무나 단체응원 등은 금지하고 있다. 먼저 관중입장을 재개했던 프로야구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사직구장)을 비롯한 몇몇 구단에서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K리그에서의 철저한 응원문화 준수와 시민의식이 오히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인천-성남전에서는 '제2의 사직 사태'를 연상시킬 만큼 관람 질서가 무너진 모습이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인천 유니폼을 착용한 열성팬들의 육성 응원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심지어 경기가 진행되면서 몇몇 관중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휘파람을 부는가 하면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거나 상대팀-심판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가까이 붙어서 경기를 관람하는 인천 팬들도 있었다. 구단은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했다. 고작 안내방송으로 한 두차례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다. 

경기가 치열해지면서 선수들의 충돌 장면이 속출하자 일부 팬들도 덩달아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극성스러운 인천 팬들이 내는 요란한 소음은 방송중계에까지 확연히 들렸다.

프로축구연맹은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경우, 인천에 잔여시즌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강등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의 이미지마저 점점 수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인천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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