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키움 선발 이승호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키움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투수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키움 선발 이승호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키움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투수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짜릿한 한 점차 승리로 LG와의 홈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끝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7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승리했다. 금요일 경기에서 2-5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키움은 토요일 5-1, 일요일 2-1로 승리를 거두며 이날 비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3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리고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48승33패).

키움은 4회 1사2,3루 기회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린 김혜성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하성이 3안타, 이정후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8회부터 잠수함 양현, 좌완 이영준, 우완 조상우로 연결된 불펜 투수들의 이어 던지기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낸 선발투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7월 부진을 씻고 8월 두 경기에서 12이닝2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는 좌완 이승호가 그 주인공이다.

창단 초기 핵심 좌완들 보내고 2017년 트레이드로 좌완 유망주 수집

2008년 3월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 '유니콘스의 유산'이었던 장원삼(롯데 자이언츠)과 이현승(두산 베어스), 마일영으로 이어지는 좌완 3인방이 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히어로즈는 2009 시즌이 끝난 후 장원삼과 이현승을 각각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으로 보냈고 2010년 시범경기 도중엔 마일영마저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했다.

2004년 신인왕 오주원과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번사이드, 앤디 밴 헤켄을 제외하면 1군에서 활용할 만한 좌완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히어로즈는 2017년부터 좌완 유망주 수집에 박차를 가했다. 2017년5월엔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유망주 김택형을 SK 와이번스에 내주고 1군 경험이 10경기에 불과한 루키 김성민을 영입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윤석민(SK)을 kt 위즈로 보내고 정대현과 서의태를 데려오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히어로즈는 2017년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마무리 김세현(SK)과 유틸리티 플레이어 유재신을 KIA 타이거즈로 보내고 좌완 유망주 이승호와 손동욱을 영입했다. 2018년 1월에는 사인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롯데로 보내고 좌완 박성민을 데려 왔다. 히어로즈 이적 후 외야수로 변신한 박성민을 제외하더라도 히어로즈는 3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무려 5명의 좌완 투수를 영입했다.

물론 좋은 좌완 투수가 부족한 KBO리그의 현실에서 유망주를 많이 확보해 두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데려온 좌완 투수 중에서 그나마 1군 무대 실적이 있는 선수는 정대현(사회복무요원)이 유일했다. 신예였던 이승호와 서의태는 아예 1군 경력이 전무했다. 김세현이 이적 후 곧바로 KIA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된 것을 고려하면 히어로즈의 좌완 유망주 수집은 다소 무리한 거래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7년 7월에 있었던 KIA와의 2:2 트레이드가 재평가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1라운드(전체4순위) 출신 유망주 이승호가 2018년 6월 1군에 데뷔해 8월7일 친정 KIA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승(구원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뽐냈기 때문이다. 장정석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호를 가을야구에서도 깜짝 선발로 투입할 정도로 이승호의 잠재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8월 에이스 모드 가동 중인 히어로즈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

이승호를 향한 장정석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이승호는 작년 시즌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 최원태에 이어 키움의 4선발에 낙점됐고 이승호는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22.2이닝을 던지며 8승5패 평균자책점 4.4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거나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진 못했지만 5월8일 LG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이승호는 히어로즈의 미래를 이끌 좌완 에이스 후보로 떠올랐다.

이승호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10년대를 이끌어 온 한국 야구의 '좌완 빅3'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의 뒤를 이을 후보군으로 당당히 낙점된 것이다. 비록 이승호는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3이닝 6실점(평균자책점18.00)으로 부진하며 경험부족을 실감했지만 대표팀에 선발된 것 자체가 이승호에게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많은 야구팬들이 작년 시즌을 통해 급성장을 이뤘고 대표팀까지 경험한 이승호가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좌완투수로 떠오를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승호는 7월까지 13경기에서 2승 4패 6.1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호는 5월 2패 7.83의 부진을 씻고 6월 2승 1.86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7월 들어 다시 3경기에서 2패 16.20으로 무너지면서 손혁 감독과 키움팬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이승호는 8월 들어 두 번의 등판에서 다시 12이닝2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가며 다시 키움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4일 kt전에서 5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며 컨디션 회복을 알린 이승호는 9일 LG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5회초 이형종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이날 이승호의 투구는 어느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을 만큼 완벽했다.

키움은 올 시즌 김태훈-양현-김상수-이영준-안우진-조상우로 이어지는 강력한 불펜진을 자랑하지만 요키시를 제외하면 선발진은 확실히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8월 들어 좋은 구위를 뽐내며 컨디션을 끌어 올린 이승호의 반등은 손혁 감독과 키움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올 시즌 영웅들의 선발진에서 구위를 회복한 이승호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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