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스토리> 포스터

<부다페스트 스토리> 포스터 ⓒ 알토미디어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영화계에도 '복고풍' 유행 조짐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재 헝가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이자 주목받는 감독인 아틸라 사스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계에 길이 남을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타일을 재현한다. 히치콕이 1900년대에 활동했다는 점에서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기막힌 스토리텔링은 이런 느낌마저 흥미롭게 포장한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유럽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실종자도 많았다. 한코는 실종된 가족을 찾는 이들에게 접근한다. 그는 가족들에게 매번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쟁에 참여한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제는 용감하게 싸우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그 영웅담에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한코는 그들에게 돈을 받는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 알토미디어

 
사기 행각을 반복하던 한코는 경찰에 정체가 들통나 부다페스트를 떠나 도주하게 된다. 숲속까지 도망쳐온 그는 그곳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유디트란 여인을 만난다. 언제나 그랬듯 눈치가 빠른 한코는 남편이 없는 그 가족의 상황을 이용해 거짓말을 한다. 유디트는 그런 한코를 받아준다. 다만 그의 정체가 사기꾼이란 건 간파하고 말이다.
 
한코는 유디트의 가족 곁에서 그들을 도우며 그녀의 아들 비르길의 아버지 역할도 한다. 유디트는 그런 한코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시대극에서 로맨스로 장르를 전환한다. 한코는 유디트의 매력에 빠져들며 자신의 신분을 잊은 채 정말 두 사람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되어주고자 한다. 하지만 이 로맨스가 치정극이자 서스펜스를 지닌 스릴러가 되는 건 빈체가 돌아오면서다.
 
유디트가 한코의 정체를 간파한 이유는 빈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빈체는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악질이다. 유디트는 빈체의 폭력이 아들에게도 향하자 그가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빈체가 돌아오면서 집안의 분위기는 이상해진다. 한코는 당연히 떠나야할 사람이지만, 유디트는 그 대신 빈체가 떠났으면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르길은 자신의 아버지를 따르는 모습으로 유디트를 실망시킨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 알토미디어

 
유디트는 빈체의 폭력이 다시 아들을 향할 것을 걱정하며 한코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서스펜스는 폭발한다. 한코가 정말 사기꾼에 이기적인 인간이었다면 이 미션은 쉽게 마무리를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이중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코는 사기꾼이지만 그의 따뜻한 말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전쟁이란 상황은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지만, 유디트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내면에 자리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 유디트는 헌신적인 어머니이자 팜므 파탈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비르길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빈첸과 맞서는 모습은 강인한 어머니의 면을 보여주고, 한코를 유혹한 뒤 그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은 치명적인 팜므 파탈을 떠올리게 만든다.
 
빈체는 폭력적인 가장과 믿음직한 마을의 사냥꾼이란 두 가지 이미지를 지닌다. 빈체의 표정 없는 얼굴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빈체는 자신이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그가 받는 살인혐의와 사슴을 사냥하며 내뱉는 섬뜩한 말은 공포를 자아낸다. 하지만 마을은 능숙한 사냥꾼이 필요하기에 가정폭력 혐의를 알면서도 빈체를 억압하지 않는다. 그의 존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서스펜스의 묘미를 강화한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 알토미디어

 
이런 캐릭터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팽팽한 히치콕 서스펜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코가 사기꾼이란 오명을 벗어가는 과정은 히치콕 영화가 보여줬던, 오해나 오명을 쓴 주인공이 혐의를 풀어가는 드라마를 떠오르게 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한코와 유디트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히치콕 특유의 관음증을 보여준다. 여기에 빈체가 나타나면서 세 사람의 안온함이 불안으로 바뀌는 점도 히치콕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촬영이나 음악의 측면에서 히치콕 영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스타일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대극-로맨스-치정 멜로-서스펜스 스릴러를 절묘하게 오가는 장르적인 매력과 흥미를 자아내는 스토리텔링은 히치콕 스타일을 새로운 느낌으로 변주하며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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