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포스터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포스터 ⓒ 찬란

 
B급 좀비물의 제작 현장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낸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쇼킹함이 가시기도 전에 2년 만에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 영화도 저예산의 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전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재미있게 본 관객에게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전작이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면 이번엔 배우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팀을 향한 애정과 찬사가 가득하다. 감독은 독학으로 영화를 배우고 만든 만큼 전작의 제작비 10배가 넘는 흥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했다. 실제로 배우와 스태프의 협업이 강조되는 영화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했던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정식 기획이 발표되고 나서 15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에서 15명의 배우를 선발해 영화를 제작했다. 정해진 각본에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닌 배우들을 먼저 뽑아 캐릭터와 스토리를 함께 완성해 갔다. 따라서 전작처럼 자전적이기도 하면서 영화 속 영화가 있는 액자식 구성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영화를 향한 신념이 담겨있다. 또한 영화적 메시지를 가족애에서 형제애로 옮겨와 또 한 번 가슴 뭉클함을 선사한다.

발연기는 기본 유리멘탈 배우 지망생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 찬란

 
유독 중년 남성의 호통과 닦달에 발작 증세를 보이는 카즈토(오사와 카즈토)의 꿈은 배우다. 하지만 유리멘탈에 발연기는 기본, 무엇보다 긴장하면 쓰러지는 통에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자신감도 없고 극도로 소심해 무슨 일이든 하기 힘든 카즈토는 혼자서 살아갈 수 나 있나 싶은 가녀린 초식남이다. 게다가 최근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고, 집세도 밀린 상태다. 집주인을 피해 소라게처럼 집에 처박혀 유년시절을 함께한 레스큐맨(히어로 영화)을 보며 오늘도 쓴물을 삼킨다.

"아. 나도 레스큐맨처럼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 히로키(코노 히로키)를 오랜만에 만나 옛 추억을 곱씹다 일터까지 따라갔다. 그곳은 배우 에이전시를 표방하지만 고객 맞춤 연기 서비스가 가능한 '스페셜액터스'란 곳이었다. 정해진 상황과 연기자로 감쪽같이 연기하는 일종의 대행업체라고 할 수 있다. 예식장 하객, 장례식장 조문객, 시사회장 웃음 유도 관객 등등 의뢰인이 원하는 상황에 전적으로 맞춰준다. 히로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던 형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카즈토는 진짜 연기가 아니라며 반색하고 나서지만 연기 울렁증도 극복할 겸 스페셜액터스에 합류한다. 그렇게 배우 지망생에서 배우로서 연기 인생 2막을 맞는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스페셜액터스는 꽤나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의뢰인과 심층 인터뷰로 알맞은 시나리오를 쓴다. 각자 맡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메서드 연기도 서슴지 않는다. 생각보다 꽤나 프로들이었다.

그러나 카즈토는 다양한 상황에 투입되지만 좀처럼 증세도 연기도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성인이 되서도 심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하면 항상 쓰러진다. 희미한 무언가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습관 때문에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일쑤였다. 스스로 그것과 마주하기 위해 불을 켜지 않으면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고통의 상태를 힘들어하면서도 극복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의뢰도 충실히 들어 드립니다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스틸컷 ⓒ 찬란

 
그러는 사이 사이비 종교단체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를 구해달라는 소녀(오가와 미유)의 의뢰가 들어온다. 사연인즉슨, 부모님이 운영하던 여관이 통째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간청이다. 일단 의뢰 접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무스비루에 위장 잠입해 정보를 캐내기로 했다.

사이비 종교단체 무스비루는 무스비루 행성에 사는 신 가제우스의 계시를 이어 받은 교주 타미루(탄리)를 모신다. 평범한 돌이나 물, 브로마이드, 티셔츠를 신묘한 물건으로 둔갑시켜 팔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이용해 사기를 친다.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아낸 카즈토로인해 상황은 더욱 커지고 이들의 위험도 가까워진다.

드디어 언니를 구할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는 이 사건을 위한 연습에 지나지 않았다. 스페셜액터스의 스태프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최고의 연기, 최강 팀워크를 선보인다.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가는 과정이 뭉클한 감동, 건강한 웃음으로 그려진다.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사기단에게 또다시 사기를 치는 뒤통수 가격 영화이자, 성장영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 조금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 그리고 휴머니즘이 살아 있다. 완벽하기보다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아마추어를 격려하는 것처럼 감동까지 다잡는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공동체의 협력을 제대로 전달했다. 웃음 속의 아름다움, 풍자와 해학을 말하는 골계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역시나 사랑스러운 마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웃음과 엉뚱함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것이다. 전작만큼의 센세이셔널함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한 고집과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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