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수비실수 2번에 레알 마드리드(레알)의 8강 진출은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었다.

레알은 8일(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레알은 홈에서 열린 1차전 1-2 패배에 이어 2차전에서도 1-2로 패해 합산스코어 2-4를 기록해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도드라진 라모스의 공백, 수비실수에 무너진 레알

"라모스가 없으면 수비할 때 정말 힘들 것. 그는 피치 위 리더다."

지난 6일 과거 레알의 감독이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스페인 언론 <마르카> 와의 인터뷰에서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공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2월 열린 1차전에서 퇴장을 당한 라모스는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라모스의 공백을 최소화 하는 것은 레알 승리의 키포인트로 떠올랐다.

그리고 카펠로 감독의 우려는 2차전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라모스가 빠진 레알의 수비진은 맨시티의 속도감 있는 공격에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실점 상황에선 예상치 못한 실수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9분 쿠르트와 골키퍼가 라파엘 바란에게 볼을 내주자 맨시티의 공격진이 강하게 압박해 바란의 실수를 유발했다. 결국 패스 길목을 찾지 못한 바란은 허둥대다 제주스에게 볼을 빼앗겼고 제주스는 곧바로 스털링에게 패스를 내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후 레알의 수비진은 급격히 흔들렸다. 전반 12분 필 포든의 슛을 시작으로 일카이 귄도안, 라힘 스털링에게 연달아 슈팅을 허용하며 위기감을 노출했다. 여기에 상대 에이스인 케빈 데 브라이너에 대한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여기서 파생되는 맨시티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그나마 전반 28분 카림 벤제마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위기를 넘긴 레알이지만 또다시 수비실수에 발목이 잡혔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바란이었다. 후반 22분 상대가 후방에서 길게 내준 볼을 바란이 헤딩으로 쿠르트와 골키퍼에게 내줬다. 그러나 낙하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바란의 헤딩 패스는 밋밋하게 흘러갔고 이를 놓치지 않은 제주스는 쿠르트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시켜 역전골을 기록했다.

또다시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을 내준 레알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지단 감독은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교체카드를 사용해야 했지만 그 어떠한 변화를 주지 못했고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맞물리면서 경기 주도권은 맨시티가 확실히 가져갔다.

결국 라모스의 공백은 이날 경기 내내 드러났다. 라모스가 없는 상황에서 수비의 리더가 되어야 했던 바란은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바란마저 흔들린 레알의 수비진은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끝내 정돈되지 못한체 맨시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년 연속 16강 탈락... '16강 마드리드' 재현하는 레알

10년 전만 해도 레알은 '16강 마드리드' 라는 오명에 휩싸여야 했다. 지난 2004-2005시즌을 시작으로 2009-2010 시즌까지 레알은 UCL에서 16강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역대 UCL 최다 우승팀인 레알은 이때도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유하면서 매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항상 16강에서 조기탈락하며 '16강 마드리드'라는 오명을 떠안아야 했다.

이 오명은 2010-2011 시즌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지휘 아래 이 시즌 UCL 4강에 오른 레알은 2017-2018 시즌까지 매시즌 UCL 4강에 오르면서 UCL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레알은 UCL 3연패를 기록하는 등 4차례 우승을 거둬 '16강 마드리드'는 이제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UCL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레알에겐 '챔스 DNA'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2시즌 동안 레알이 UCL에서 보여준 모습은 '챔스 DNA'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주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났다곤 하지만 4차례 UCL 우승을 이룬 선수들이 즐비한데다 신진급 선수들이 합류하며 이들과 조화를 이뤄야 했지만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까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호날두가 이탈하며 생긴 해결사 부재, 주전들의 고령화가 겹친 레알은 당시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아약스와 마주한 레알은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상대의 속도감 있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충격의 1-4 패배를 기록하며 허무하게 16강에서 탈락했다.

올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2로 패하며 불리한 위치 속에 2차전을 치른 레알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부재 속에 2차례 치명적인 수비 실수에 발목이 잡히며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다.

레알이 최근 UCL 3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보여준 가장 큰 임팩트는 탈락 위기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해 그 위기는 넘기는 모습이었다. 2015-2016 시즌 볼프스부르크와의 8강전, 2016-2017시즌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2017-2018시즌 유벤투스와의 8강전이 대표적이었는데 레알은 매번 고비 때마다 지단 감독의 전술변화와 호날두의 득점포에 힘입어 그 고비를 넘긴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UCL에서 레알이 보여준 임팩트 있는 모습은 없었다. 전력이 한 수 떨어지는 팀에게 예상치 못한 발목을 잡히거나 맨시티와 같이 우승 경쟁팀에게 무기력하게 패하는 모습을 보여준 레알은 결국 2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하며 또다시 '16강 마드리드'라는 불명예스런 단어가 다시 한번 기억속에 떠오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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