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유민 선수(전 현대건설)  박진철 기자

고 고유민 선수(전 현대건설) 박진철 기자 ⓒ 박진철 기자

 
고 고유민(25·176cm) 선수의 사망 사건이 유족과 현대건설 배구단의 '진실 공방' 양상으로 변했다.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 권아무개씨는 지난 4일, 5일 연속 보도된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유민이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추정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권 씨는 "많은 분이 지금 잘못 알고 계신 게 있어요. (고)유민이가 악성 댓글, SNS 개인 메시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목숨을 끊었다는 겁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유민이가 정말 힘들어 한 건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 족쇄였습니다"고 역설했다.

특히 권 씨는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고유민에게 정상적인 훈련을 안 시키고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민이는 임의탈퇴 신분이라 다시 배구를 하려면 반드시 현대건설로 복귀해 뛰어야 했다.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멸시로 힘들어했던 유민이에게 현대건설 복귀는 죽는 것보다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고유민 어머니 인터뷰' (2020.8.1)?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고유민 어머니 인터뷰' (2020.8.1)? ⓒ MBC 뉴스 화면

 
유족 측은 고유민이 직접 쓴 일기장도 경찰에 넘겼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고유민 일기장에는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태프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수면제 없인 잠을 못잘 상황까지 왔고, 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적혀 있었다.

현재 경찰은 고유민 선수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대해 수사 중이다. 광주경찰서는 지난 2일 고유민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아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데이터 복구·수집·분석 기법)을 진행하고 있다. 수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대건설 '유족 주장' 부인... 국민청원, 공개 검토중 '7400명 동의'

유족 측 주장에 대해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7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유족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자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중인데 유족 측 주장과 다른 부분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족 측과 대화를 더 나눌 것이고, 현재 경찰도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분간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의 인터뷰 발언이 나온 이후 배구팬들 사이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유민 사건과 관련해 현대건설 배구단에 대한 상위 기관의 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동의을 받고 있다.

해당 청원은 현재 비공개 상태임에도 7일 오전까지 사전 동의 인원이 무려 7400명에 달한다. 청와대 게시판 관리자가 검토 후 공식적인 공개 청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청원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 비공개되거나 일부 숨김 처리될 수도 있다. 검토 기간에도 청원 동의에는 참여할 수 있다.
 
 2019-2020시즌 V리그 경기

2019-2020시즌 V리그 경기 ⓒ 한국배구연맹

 
유족과 구단의 상반된 주장은 결국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 결과와 상관없이 감독과 구단의 관리 소홀이나 도의적 책임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유민이 악플 공세에 시달리게 된 배경과 과정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발견된다. 고유민이 악플의 집중적인 표적이 된 건, 올해 2월 현대건설 주전 리베로인 김연견(27)의 부상 이후 '대체 리베로'로 뛰면서다.

고유민은 감독과 구단의 필요에 따라 자기 자리가 아닌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해서 경기를 뛰다 팬과 악플러들의 거세 비난 공세를 받게 됐다. 포지션 변경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그런 선수에 대한 배려가 더 있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임의탈퇴 공시 과정에서도 개인의 무책임한 돌출 행위로 전달되면서 고유민은 다시 2차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고유민이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밝히거나 해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비난에 시달린 셈이다. 구단이 선수 보호를 위해 배려와 책임을 다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현대건설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의탈퇴 공시를 당한 선수들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고통이다. 감독·코칭스태프와 갈등 또는 동료 선수와 갈등이 심해서 견디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가 팀 내부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항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가족과만 괴로움을 감당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프로구단 전체, 그리고 KOVO 차원에서 임의탈퇴 제도와 선수 보호 장치에 대해 재검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부분을 외면하고, 악풀만 잡으면 해결될 것처럼 대응하는 건 고름을 짜내지 않고 방치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제2의 고유민 사태를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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