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반도>에 이어 <강철비2>가 개봉했다. 이 엄혹한 코로나19 시대에, 극장 가기도 저어되는 요즘, 감독은 어떻게 신작 개봉이라는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소위 K-방역의 힘이기도 하지만, 영화 <반도>도 그랬듯 전편의 힘 덕분이다. <강철비2>의 전편이자, 북한 군부 쿠데타를 가정으로 한 <강철비1>은 많은 관객들에게 우리의 분단 현실을 곱씹게 만들었던 수작이었다.  
 
 <강철비1>의 두 주연배우

<강철비1>의 두 주연배우 ⓒ 롯데엔터테인먼트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닦은 <강철비1>의 해피엔딩. 하지만 <강철비2>는 전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지 않는다. 영화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는 주연배우의 역할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전편에서 각각 북한 최정예요원과 남한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이번에는 각각 남한 대통령과 북한 호위총국장을 연기했다. 영화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북한 원산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하던 중 북한 쿠데타 세력에 납치돼 북한 핵 잠수함에 인질로 갇히는 남북미 세 정상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연하는 주연 배우만 같을 뿐, 남과 북, 북과 남의 인물이 전복되어 있는 영화.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 영화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다. 두 영화가 전혀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영화를 같은 <강철비>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만약 <강철비3>이 제작되고 똑같은 배우가 또 다른 역할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강철비> 시리즈의 포커싱이 배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금의 한반도라는 시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강철비>의 주인공은 정우성, 곽도원이 아니라 한반도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강철비1>이 북한의 긴급사태를 가정하고 그 뒤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을 보여주었다면, <강철비2>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냉엄한 국제 정세와 그 속에서 우리가 처해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두 영화는 평행 우주의 다른 한반도 모습을 보여준다.  
 
 남북미 세 정상. 그들의 결정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남북미 세 정상. 그들의 결정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가 바라보는 국제 정세
 
영화는 잠수함 액션이 시작되기 전 1시간 동안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각국의 입장에서 하나씩 보여준다. 혹자들은 앞부분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며 불만을 드러내지만, 아마도 감독은 이 부분을 통해 관객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각 국가의 속내를 모르고서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중국이다. 냉전 종식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강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자 한다. 영화에서 가정했듯이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기점으로 국지전을 벌인다면 그것을 핑계로 중국을 타격할 만큼 미국에게 중국위협론은 오래된 레퍼토리다.
 
반면 현재 집권 중인 일본 극우세력의 욕망은 일본의 보통국가화이다.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대를 운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의 잠재적인 갈등 및 위협이 필요한데 그 대상으로 만만한 것이 북한과 남한이다. 일본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들이 팽창정책을 펼 때 한반도는 늘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복잡한 역학관계

복잡한 역학관계 ⓒ 롯데엔터테인먼트

 
중국은 미국, 일본과 달리 현상 유지를 원한다. 아직 미국과 대등하지 않은 만큼 힘을 키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될 수 있으면 국가 간 충돌을 지양한다. 순망치한의 논리로 친 중국 성향의 북한을 위성국가로 유지하고자 하며,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일어나길 바란다. 남한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길 바라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은 정권의 안위를 우선으로 한다.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경계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쌓이는 불만 역시 해소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내부 결속을 시키며, 그들이 쥐고 있는 유일한 패, 핵을 이용하여 최대한의 원조를 받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화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봐도 동아시아의 충돌은 한반도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전쟁 리스크 관리가 급선무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남한은 줄타기의 운명에 놓여있다.

문제는 남한이 주요 교전국이지만, 한국전쟁 휴전의 주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원해서 했던 분단이 아니었던 만큼, 우리가 원해서 할 수 있는 통일도 아니다.
 
그러니 영화 내내 정우성이 연기하는 남한 한경재 대통령이 안쓰러울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의 수장이지만, 정작 그 전쟁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 주선이요, 양측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그래서 묻는다. 통일은?

그래서 묻는다. 통일은? ⓒ 롯데엔터테인먼트

 
'모순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지만 평화협정의 당사자도 될 수 없는 이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영화 속에서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 간 대화이다. 그들은 자신의 결정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님을 고백한다. 미국 대통령은 단지 '쇼 비즈니스'를 할 뿐이라며 미국 내 네오콘의 존재를 이야기하며,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군부 강경론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한다. 즉 어떤 지도자라도, 심지어 독재자라고 일컫는 이들도, 그들이 딛고 있는 세력의 의견에 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분단체제에서 우리의 할 일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일부 세력이 아닌 전체 국민의 민의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한국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그는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할 일은 민주주의를 확고히 하고,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우리가 전쟁을 피하고 북한과의 공존을 분명히 한다면 그만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분단과 휴전의 주체는 되지 못 했어도 평화의 주체로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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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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