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매운맛이 당기는 날이 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업무, 피곤한 인간관계, 이번 달도 적자를 면치 못한 카드값까지 스트레스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우리는 응급처방 삼아 매운맛을 찾는다. 시뻘건 소스로 범벅한 뜨거운 떡볶이 속 부들부들한 어묵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혀끝을 타고 느껴지는 그 진한 희열! 그래서일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 대신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바로 "매운맛 좀 볼래?"이다. 물론 그 안에는 '단단히 준비했으니, 기대하시라'는 의미 또한 담겨 있다.
 
요즘 이 '매운맛'을 표방하고 나선 예능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금도 아닌 무려 29금 유튜브 감수성을 지향한다는,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매운맛 버전>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은파'의 이유있는 인기
 
여은파의 유튜브 방송이 시작됐다 29금 유튜브 갬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매운맛 버전의 예능 시대가 열렸다.

▲ 여은파의 유튜브 방송이 시작됐다 29금 유튜브 갬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매운맛 버전의 예능 시대가 열렸다. ⓒ 조하나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MBC <나 혼자 산다>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듯싶다.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내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출연진들의 '혼자 사는 삶'을 들여다본다는 콘셉트로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넘쳐나는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서도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명실상부 MBC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은 <나 혼자 산다>가 최근 디지털 스핀오프 방송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처음 결성된 '여은파'의 맴버,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의 조합은 그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저 여자 셋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바탕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웃음 분량을 뽑아내며 '여은파' 편은 방송 당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타공인 탑 모델로 뉴욕의 패션위크를 주름잡던 한혜진과 방송 대상에 빛나는 개그우먼 박나래, 음원만 냈다 하면 차트 1위를 휩쓰는 디바 화사가 슈퍼스타의 면모를 내려놓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말 많으며, 잘 먹고, 잘 노는 언니들로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선 것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은밀한 파티'라고 설정한 이름만 거창할 뿐, 사실 그녀들은 별반 하는 것이 없다. 쉴새 없이 먹고, 떠들다가 손목 맞기 고스톱이나 칠뿐이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희한하게 웃기다. 빵빵 터지는 웃음이 아니라 쉴 새 없이 흐흐흐 새어 나오는 웃음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계속해서 다른 에피소드를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이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스핀오프의 순한 맛 버전이다. 그리고 뒤이어 좀 더 화끈하고 자극적인 웃음을 원하는 시청자를 위해 유튜브 채널의 매운맛 버전을 개봉했다. 두 개를 다 맛본 시청자로서 비교해 보자면, 확실히 매운맛이 세긴 세다.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의 순한 맛은 <나 혼자 산다> 본방 직후 금요일 밤 12시 55분에 방송된다. 늦은 방송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31일 방송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제작진 측은 방송 중간중간 여은파의 '매운맛 버전'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따로 공개하고, 철저하게 29금 유튜브 감수성을 기반으로 기획했다며 떡밥을 던졌다. 예능을 즐겨보지 않는 나도 슬슬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매운맛 예능이라니?! 대체 뭘 보여주려고?
 
매운맛 예능이라니... 대체 뭘 보여주려고?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의 매운맛 버전은 매주 금요일 밤 6시 유튜브 공식 채널 '나 혼자 산다 STUDIO'를 통해 방송된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차마 다하지 못한 세 여자의 '찐한' 토크를 편집 없이 보여주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인 만큼, 순한 맛으로는 도무지 성에 안 차는, 더 '찐한' 웃음이 고픈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사실 방송을 다 보고 나면, 기대했던 것 만큼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라는 생각에 아쉬울 수도 있다. 살짝 매콤하게 고춧가루만 뿌려놓은 정도랄까? 그래도 분명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사만다(한혜진)의 집에 무작정 병문안을 간 조지나(박나래)와 마리아(화사)는 사만다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캔맥주를 딴다. PPL이라면서 당당하게 맥주를 치켜들고 "맥주는 역시 OOO"을 외치는 그녀들.

환자를 앞에 두고 쉴새 없이 막창 먹방에 빠진 마리아를 나무라는 조지나는 "그만 좀 처먹어"라고 버럭하는데, 태연하게 "저 사실 그날이에요" 고백하는 마리아. 이쯤 되면 슬슬 감이 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동 걸리면, 간만에 제대로 된 매운맛 좀 볼 수 있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솔직하기로 소문난 그녀들이 대차게 놀아보기로 작정했다면, 시청자로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금요일 저녁, 눈물이 핑 돌고 혓바닥이 알알한, 매운맛이 주는 웃음에 도전해보자. 스트레스 해소엔, 뭐니 뭐니해도 매운맛이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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