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세기말 감성으로 온통 물들었다. 1990년대에 나온 국내 가요들이 다시금 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는가 하면, 세기말을 주름잡았던 가수들이 귀환해 신곡으로 당당히 차트 최정상을 휩쓸기도 했다. 

이 얘기를 하면서 싹쓰리(유두래곤, 린다G, 비룡)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이들의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여름 안에서 by 싹스리'는 온라인 음원차트 최정상을 잠식했고 세 멤버의 솔로곡 역시 상위권에 고루 자리한 상태다. 21세기의 핫한 가수인 블랙핑크와 아이유를 뛰어넘은 성적이다.

"혹시 <이십세기 힛트-쏭> 보신 분 계세요?"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영상 발췌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영상 발췌 ⓒ KBS Joy

 
세기말 감성의 유행은 수 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양준일과 태사자 등을 현재 가요계로 부활시킨 JTBC 예능 <슈가맨>이 선두에서 이슈를 만들었고, 더 이전으로 돌아가면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H.O.T.와 젝스키스 등의 소환 및 재결성이 1990년대 열풍의 근원으로 작용했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들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야말로 세기말 감성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1990년대 노래들만 소개하고 당시를 추억하는 TV 프로그램까지 생겼겠는가. 현재 방영 중인 KBS Joy의 <이십세기 힛-트쏭>이 그것인데, 지난달 17일 방송에선 1990년대를 쥐락펴락했던 스페셜 게스트 룰라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룰라의 멤버 이상민-김지현-채리나는 자신들의 명곡들을 메들리로 들려주는가 하면 팀다운 찰떡호흡으로 입담을 과시하며 즐거움을 안겨줬다.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영상 발췌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영상 발췌 ⓒ KBS Joy

 
지난달 31일에는 '시청자들이 PICK한 이십세기 힛-트쏭 10'을 주제로 방송이 진행됐다. 시청자들이 수많은 댓글로 신청한 '힛트쏭 10'을 선정했고, 이렇듯 많은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곡들을 MC 김희철과 김민아가 열창하며 흥을 불태웠다.

포털사이트에서 <이십세기 힛-트쏭>을 검색하면 맘카페 회원들이 올린 게시글들이 다수 눈에 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때 추억으로 돌아가 느낀 감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게시물 제목들이 엇비슷한 것도 흥미로웠다.  

"<이십세기 힛-트쏭> 보신 분 계세요?"

이런 제목의 게시물들을 눌려보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키워드처럼 공통적으로 나왔다.

"지금 막둥이 맘마주면서 보는데 옴맘마~ 모르는 노래가 없어요. 자동으로 입에서 흘러 나오네요~ 역시 노래는 그 시절 노래들이 귀에 똭똭 때려 박히네요!"

"우연찮게 <이십세기 힛-트쏭>을 보게 됐는데 저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노래를 들으며 힐링을 하네요. 6학년 쌍둥이 딸들은 옛날 사람이라고 저를 놀리네요. 그래도 요즘 전 <이십세기 힛-트쏭>을 보면서 노래 따라 부르는 게 너무 행복하네요~"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 옛 노래 들으며 무념무상의 '위로'
 
신입 그룹 싹쓰리 20세기 아이돌 싹쓰리의 활약이 즐겁다.

▲ 신입 그룹 싹쓰리 20세기 아이돌 싹쓰리의 활약이 즐겁다. ⓒ 조하나

 
그렇다면 1990년대 음악이 특히 요즘 다시금 사랑받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4일 오후 김헌식 대중문화 비평가와의 통화에서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었다.

"K팝을 비롯한 한류현상은 1990년대에 공통적인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수라든지 기획자라든지, 그런 사람들은 거의 1990년대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또한 현재 활발하게 음악을 듣고 문화를 소비하는 층도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1970~1980년대 소비층과는 차원이 다르다. 텔레비전 시청층뿐 아니라 콘서트를 찾는 관객층을 살펴봐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서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세대가 바로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또 하나, 1970~1980년대에는 음악적 장르가 제한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해서 요즘의 트렌디한 음악과는 거리가 있고, 게다가 그때의 콘텐츠는 온라인 확장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1990년대는 음악 장르가 다양하고 트렌디하며 온라인에서도 공감을 가지는 코드를 지니고 있다. 특히 댄스, 힙합 등 요즘 청년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이 1990년대에 대거 등장했다.  

끝으로, 1990년대의 음악창작 방식이 지금의 방식과 통하는 게 있는 점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노래의 서사를 중시했던 1970~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엔 대중음악적인 요소가 강해져서 사람들이 듣기에 쉽고 귀에 잘 꽂히는 음악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지금과 다르지 않게 대중음악, 팝음악에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들이 1990년대에 쏟아졌기 때문에 요즘의 복고 트렌트가 특별히 1990년대로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의견도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임진모 음악평론가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한 분석을 들을 수 있었다.

임 평론가는 "복고의 유행은 비단 새로울 게 하나 없는 현상이다. 속성상 대중음악이 20년 이상의 이력을 쌓고 난 후부터는 과거의 유행을 현재로 가져오는 접근법을 취한 게 아주 오래됐다"면서 "그 이유나 원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항상 복고가 유행할 때의 사회적 상황을 보면 간편함이 추구됐던 것 같다. 긴장자체를 완화하려는 분위기가 있을 때, 그럴 때 대표적으로 트로트가 유행한다. 무념무상으로 들을 수 있는 간편함을 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것도 있어서 트로트나 1990년대 노래들로 긴장완화와 간편함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은 친숙함에서 편안함을 얻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힘들수록 익숙함에 기대온 것은 지속적으로 행해온 유행이라 특별한 건 없으며, 다만 사회분위기의 영향이 조금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1990년대 음악이 특별히 질적으로 뛰어나서 유행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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