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이 제작한 주요 작품들. '카트'. '후야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접속', '광식이 동생 광태', '공동경비구역 JSA'(사진 맨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명필름이 제작한 주요 작품들. '카트'. '후야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접속', '광식이 동생 광태', '공동경비구역 JSA'(사진 맨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 명필름

 
명필름이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1995년 8월7일 설립된 이래 명필름은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 역사물,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한 제작사다. 예년 같았으면 주요작 재개봉 등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 속에 오는 26일까지 스카이라이프,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기획전 상영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많은 영화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명필름의 작품 속에는 멋진 선율의 음악이 함께한 사례가 많았다. 지난 25년 영광의 시간을 빛내줬던 OST들의 흔적을 되돌아보자.

A Lover's Concerto (영화 <접속>)
 
 영화 '접속' 사운드트랙 표지

영화 '접속' 사운드트랙 표지 ⓒ 한국폴리그램

 
지난 1997년 개봉된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은 전국 단위 흥행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던 당시 서울에서만 67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던 흥행작이었다. PC통신을 중심에 둔 독특한 구성의 멜로물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수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접속>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빼어난 삽입곡들이 한 몫 했다.  

메인 테마 역할을 담당했던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를 비롯해서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Look Of Love',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등 숨은 팝 명곡들이 이 영화를 통해 멋지게 부활했다.  

지금은 사라진 직배 음반사 폴리그램을 통해 발매된 사운드트랙 음반은 70만장 이상 팔렸을 만큼 웬만한 가요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접속>의 대성공과 맞물려 한동안 국내 영화 및 TV OST에는 각종 팝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이듬해 명필름이 제작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과 <조용한 가족> 역시 각각 'Early In The Morning'(클리프 리처드), 'Ubangi Stomp'(스트레이 캣츠) 등이 활용된 바 있다. 

이등병의 편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음반 표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음반 표지 ⓒ 한국록레코드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하면 먼저 이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달은...해가 꾸는 꿈>, < 3인조 >의 참패로 순탄치 못했던 작품 활동 초기를 겪었던 그에게 <공동경비구역 JSA>는 큰 힘이 되어준 흥행작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송강호, 이병헌 등이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디딤돌이 되었다. 그룹 유앤미블루의 방준석이 담당한 스코어도 인상적이었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큰 감흥을 전달한 곡은 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아닐 수 없다.  

'이등병의 편지'는 ​원래 1993년 그의 리메이크 음반 <다시부르기 1집>을 통해 사랑받았던 노래였지만 < JSA > 속 송강호의 대사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와 맞물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OST 음반에는 이 곡 외에도 그의 1996년 유작 '부치지 못한 편지'도 함께 수록되어 영화 속 분단 현실과 맞물려 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세상만사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운드트랙 표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운드트랙 표지 ⓒ JIVE

 
​2001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20대부터 40대까지 흘러온 등장인물들의 순탄치 못했던 인생사를 그리면서 삶의 덧없음을 영상으로 담아낸 걸작으로 손꼽힌다. 황정민, 류승범을 비롯해서 박해일 등 한국영화계 스타들의 초기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영화다. 그룹사운드가 영화의 중심인 만큼 1970~1980년대 송골매, 옥슨80 등 인기 팀들의 명곡들이 리메이크돼 담겼다.

​박해일이 부른 '세상만사'(송골매 원곡)의 가사는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했다.

"세상만사 모든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개봉 당시 발매된 OST에는 이 곡이 제외되었지만 2010년 명필름 창립 15주년 기념 앨범을 통해 뒤늦게 음반화되기도 했다. 이밖에 엔딩을 장식했던 오지혜의 '사랑 밖엔 난 몰라'(심수봉 원곡), 황정민이 부른 '사랑 사랑 사랑', '골목길'(김현식 원곡)도 인상적인 트랙들이다. 

형태 라이브 (영화 <후아유>)
 
 영화 '후아유' 사운드트랙 표지

영화 '후아유' 사운드트랙 표지 ⓒ 티엔터테인먼트

 
<후아유>는 하필이면 2002년 한일 월드컵 시기에 개봉되면서 흥행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후 몇몇 마니아들의 입소문 속에 재평가를 받으며 사운드트랙 음반 역시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주요 장면에서 등장했던 델리 스파이스, 크라잉 넛, 롤러코스터, 레이지 본 등 모던 록 성향의 음악들은 아직 신참 배우였던 조승우, 이나영의 풋풋했던 모습과 2000년대 초반의 감성에 딱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극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형태 라이브'는 당시 온라인 채팅으로 인주(이나영 분)와 연결된 형태(조승우 분)가 어쿠스틱 기타 한 대를 들고 자유분방하게 혹은 미친듯이 부르는 가요 메들리 곡이다. 윤종신의 '환생'을 시작으로 긱스의 '짝사랑', 나미의 '유혹하지 말아요'로 연결되는 구성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황하는 청춘의 느낌을 잘 담아낸다. 

그대 손으로 (영화 <버스, 정류장>)
 
 루시드 폴 '버스, 정류장' 표지

루시드 폴 '버스, 정류장' 표지 ⓒ 지니뮤직,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의 두 번째 음반이자 동명 영화의 사운드트랙 겸 콘셉트 앨범으로 제작된 <버스, 정류장>은 록밴드 미선이부터 시작된 그의 음악 세계에 있어서 과도기적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 그의 작업물에선 거의 접하기 힘든 일렉트로닉 효과를 덧붙인 곡들과 어쿠스틱 선율에 힘을 기댄 음악들 외에 또 다른 밴드 스웨터와 리더 이아립, 그리고 미선이의 곡이 혼재돼 있다. 비록 여러 곡들이 어우러지면서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특유의 서정성이 중심을 잡아준다. 

​가장 인상적인 음악으로 평가되는 '그대 손으로'는 두 가지 버전으로 녹음되어 영화에 활용되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꾸며진 트랙이 극의 시작부에 등장한데 반해 록밴드 형식으로 녹음된 보컬 버전은 엔딩에 배치되어 영화의 정서를 합축적으로 표현한다. 다른 명필름 OST가 각종 저작권과 판권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 음원 서비스에선 이용이 불가능한데 반해 이 작품 만큼은 예외다.

한편 ​(주)명필름의 또 다른 대표작인 2012년 <건축학개론> 삽입곡 '기억의 습작'(전람회)은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매된 영화 OST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이밖에 고 김주혁이 열창했던 '세월이 가면'이 등장하는 2005년작 <광식이 동생 광태> OST 역시 현재 각 음원 사이트에선 감상할 수 없다. 해외 팝 음악들은 개별 아티스트들의 작품에서 접할 수 있지만 이들 많은 국내 곡들은 어쩔 수 없이 유튜브 속 조악한 음질로만 들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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