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1> 스틸컷

<강철비 1> 스틸컷 ⓒ (주)NEW

 
<강철비 2>는 명백히 <강철비 1>과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정우성과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국적 변경 뿐 아니라 <강철비 1>에서 CIA지부장 조앤 마틴으로 등장했던 크리스틴 달튼 역시 다른 역할을 맡으며 이를 뒷받침한다.
 
배우들의 역할이 바뀌었듯 <강철비 2>는 <강철비 1>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서로 간 3년의 시차가 있지만 두 영화는 전혀 별개의 내용을 이야기한다. <강철비 1>에서는 엄철우(정우성)가 '북한 1호'의 사망을 남한과 미국의 탓으로 돌려 전쟁을 일으키려는 북한 쿠데타세력을 저지하여 전쟁을 막는다. <강철비 2>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북한의 이데올로기 및 경제적 야욕 속에서 한국이 가까스로 중재하는 내용을 다룬다.
 
<강철비 2>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은 원산에서 3자회담을 개최한다.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미국의 '규제완화'가 협상의 도구다. 하지만 3자회담은 현수막일 뿐 밀실된 방 안에서 오고가는 건 조선사 북한 국방위원장(유연석 분)과 스무트 미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분)의 기싸움이다. 거기서 한국의 한경재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중재 뿐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강철비 2>도 현실의 상황을 상당히 모방하여 반영한다. 북한은 한국을 미국의 앞잡이이라 생각하며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의 당위를 미국의 폭정에서 찾는다. 미국은 미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쇼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무조건적이고 우선적인 양보만을 바란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떻게든 협정을 조정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캐릭터들의 특징은 북한 잠수함 내부에서 실제 각국 대표들이 보이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자신들이 초강대국이라는 것을 알기에 능청과 여유를 부리고 북한은 국가 존립의 당위에 매달리며 철저히 계산적인 외교를 주장한다. 역시 이 둘의 이해조정을 간곡히 설득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다. 현실의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을 떠올리게 한다.
 
 <강철비 2> 스틸컷.

<강철비 2>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박진우(곽도원)의 존재 역시 그렇다. '북미 평화협상'을 막기 위해 세 국가정상을 잠수함으로 납치한 북한 내 '혈맹' 친중파이자 쿠데타 세력의 핵심 박진우는 <강철비 2>에서 유일하게 대화로 설득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존재는 영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존재한다.

잠수함 외부에도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첫째는 미국의 '네오콘(neoconservative)', 신보수주의자들의 언급이다. 네오콘은 도덕적 우월주의를 외쳤던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에 사상적 뿌리를 둔 집단이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막강한 군사력 뿐이라 믿는 이들의 존재는 실제로 현재 세계의 판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평화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실현 가능한 것이다.

둘째는 일본의 전폭기가 북한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일본의 전폭기는 태풍 '스틸레인'이 통과하는 최악의 기상상황 속에서도 상부의 작전 명령을 받는다. 기체가 요동치고 조종간이 흔들리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전투기 비행사는 잠시 주저하지만 마지막 결심을 굳힌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약간 아래에서 로우앵글로 담아낸다. 우리는 여기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적인 야욕을 엿보게 된다.

<강철비 2> 역시 <강철비 1>의 엔딩 결을 따라간다. 그러나 <강철비 1>의 엔딩을 볼 당시의 상황과 <강철비 2>의 엔딩을 볼 지금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강철비 1>이 개봉할 당시인 2017년 12월엔 한국과 북한의 관계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이후 몇 달 뒤인 4월 27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세 나라를 둘러싼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철비 2>가 개봉한 현재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며 주한미군 축소 등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고 북한은 개성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파괴해버렸다. 엔딩크레디트 속 한경재 대통령의 발언이 거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큰 울림을 주지 못하는 건 현재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나에게 <강철비 1>과 <강철비 2>의 배경은 각각 제 2,3의 평행우주 속 한반도였다. 현실에서 북한 내 쿠데타로 북한 1호가 한국에 내려올 리 없고(<강철비 1>),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저렇게 날씬할 리도 없다(<강철비 2>). 각국이 서로의 뒤통수만을 노려보는 상황만이 현실과 같을 뿐이다.

이 시리즈물은 현실감각-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 독도를 '닥코'로 부를만큼 한일관계에 무관심한 미국의 태도-은 유지하되 '실제 벌어질 법한 가상의' 케이스들을 열거한다. 즉, 우리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가 '극한 난이도, 외교편'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혹시 이 영화들의 각본이 '한반도 프로젝트 1'과 '한반도 프로젝트 2' 라는 이름으로 어딘가에 보고되지는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이 역시 영화가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일 테다. 어쨌든 논란이 될 수 있을 부분을 최소화하고 현실감각을 최대한 반영해 조율하는 감각은 이는 양우석 감독의 가장 눈여겨볼만한 특징이다.

다시 돌아가서, 엔딩크레디트에서 한경재 대통령의 연설은 통보나 강요가 아니라 질문이자 숙제다. <강철비 1>과 <강철비 2>의 시나리오가 현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앞으로 발생할 난제들과는 상당부분 비슷할 것이다.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의 시곗바늘은 계속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평행우주 속 한국의 두 모습을 본 관객으로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번 <강철비 2> 양우석 감독의 노림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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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입니다. 주로 영화글을 쓰고, 가끔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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