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세인트 주디> 포스터

영화 <세인트 주디> 포스터 ⓒ (주)미로스페이스 ,(주)태왕엔터웍스

 
영화 <세인트 주디>는 2003년 '미국 망명'에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의 이민법은 9.11테러 이후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민귀화국(INS)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개칭된 사실만 봐도 미국의 시선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 주디 우드(미셸 모나한)는 아들의 양육 문제로 전 남편이 있는 LA로 이사 왔다. 새로운 로펌에 출근한 날 대표 레이(알프리드 몰리나)는 괜히 나서 불법 이민자들 편에 서지 말고 자진 퇴거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속편한 일이라고 일러준다. 수임료를 선불로 받아 챙기면 그만이라 말하는 대표 말에 아랑곳 없이 주디 우드는 의뢰인 아세파 아슈와리(림 루바니)의 사건을 맡는다.
 
 영화 <세인트 주디>스틸컷

영화 <세인트 주디>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주)태왕엔터웍스

 
아세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몰래 소녀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성의 자립과 독립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행동을 결심한다.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같이 길거리를 걸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는 아세파를 신성모독 이유로 폭행, 감금했고 이후 아세파는 이름 모를 병원에서 깨어났다. 위험을 무릅쓰고 극적으로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수용소에 불법체류자로 1년 동안이나 구금 중이었으며, 지속적인 약물 투여로 극심한 중독 상태였다.

약에 취해있는 아세파를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주디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세파는 당시의 상황을 진술할 수도, 생각을 뚜렷이 정리할 수도 없었다. 몸과 정신이 망가져 있었다. 본인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를 정도였다. 누가 한 인격체인 이 여성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영화는 미국 대 개인의 조용한 싸움을 비추며 미국의 이민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영화 <세인트 주디> 스틸컷

영화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주)태왕엔터웍스

 
주디는 미국의 망명법을 통해 아세파의 신변 보호를 신청한다. 그러나 미국의 망명법은 여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 신청이 거절되고 아세파는 고국으로 돌아 갈 위험에 처한다. 그녀에게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두고 볼 수만 없던 주디는 아세파를 위해 전면에 나선다. 그녀를 무료변론 한 탓에 사무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지만 주디는 변론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법정 드라마와 휴먼 드라마 형식을 오가며 제3세계의 수많은 여성 인권이 짓밟히는 과정도 다르지 않음을 암시한다. 또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하듯 적절한 웃음과 감동 코드를 삽입해 숨통을 트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미셸 모나한의 강단 있는 모습은 실제 주디 우드 변호사를 연상케 한다.

영화 <세인트 주디>는 미국의 망명법을 뒤집은 선례를 바탕으로 한다. 이 사례 전까지 미국 망명법은 여성이 당하는 위협보다 정치적 위협을 우선시 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소수자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영화 <세인트 주디> 스틸컷

영화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주)태왕엔터웍스

 
영화는 트럼프 시대 인종차별을 향한 날선 목소리와 따뜻한 연대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억압받는다. 당장 나와 상관없더라도 서로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세파 한 명을 위해 싸우는 것이 결국 모든 여성을 위해 싸우는 것임을 영화는 묵직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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