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30년에 시작된 FIFA 월드컵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21번의 대회를 치렀지만 우승팀은 단 8개국 밖에 없다. 브라질이 통산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4번씩 우승을 차지하며 뒤를 따르고 있다. 그 밖에 프랑스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각각 두 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종주국' 잉글랜드와 '무적함대' 스페인도 한 번의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대 우승 횟수에서 독일과 함께 공동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이후 2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하락세를 보이던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게 덜미를 잡히며 1958년 이후 무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이탈리아 축구의 위기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도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유벤투스FC의 독주(9연속 우승)가 길어지고 있는 세리에A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라리가에 비해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렇게 4대 빅리그 자리를 위협 받는 세리에A에서 오랜만에 리그의 자존심을 지킨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해당 시즌 유럽 최고의 골잡이에게 주어지는 유러피언 골든슈를 차지한 치로 임모빌레(SS 라치오)가 그 주인공이다.
 
 세리에A 득점왕 3회에 빛나는 임모빌레는 2019-2020 시즌 유럽 최고의 골잡이에 등극했다.

세리에A 득점왕 3회에 빛나는 임모빌레는 2019-2020 시즌 유럽 최고의 골잡이에 등극했다. ⓒ SS라치오

 
12년 동안 세리에A 선수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상

유럽축구연맹에서는 유럽 각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단일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에게 유럽리그 득점왕에 해당하는 유러피언 골든슈를 시상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이 상을 수상했지만 현재는 각 리그의 수준 차이를 고려한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5대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한 골당 2점, 6~21뉴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한 골당 1.5점이 주어진다.

포인트 제도가 도입된 1996-1997 시즌 이후 가장 많은 유러피언 골든슈를 수상한 선수는 역시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다. 2009-2010 시즌 68점으로 유러피언 골든슈를 첫 수상한 메시는 2011-2012,2012-2013,2016-2017,2017-2018,2018-2019 시즌까지 무려 6차례에 걸쳐 유러피언 골든슈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2011-2012 시즌에는 리그 50골을 퍼부으며 역대 최초로 100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메시의 영원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유러피안 골든슈 부문에서도 메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시절이던 2007-2008 시즌 메시보다 먼저 유러피언 골든슈를 수상했던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CF 이적 후 2010-2011, 2013-2014, 2014-2015 시즌까지 총 4회에 걸쳐 유러피언 골든슈를 차지했다. 2014-2015 시즌에는 리그 48골 96점을 기록하며 메시의 50골100점 기록에 상당히 근접하기도 했다.

반면에 세리에A, 그리고 이탈리아 선수의 유러피안 골든슈 수상은 메날두가 아직 유망주의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하던 2006-2007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6-2007 시즌 'AS로마의 심장'이자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의 16강전에서 퇴장을 당했던 프란체스코 토티가 26골을 기록하며 이탈리아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유러피언 골든슈의 주인공이 됐다.

2005-2006 시즌 루카 토니(31골62점)에 이어 2시즌 연속 유러피언 골든슈가 탄생한 세리에A는 이후 12년 동안 한 번도 유러피언 골든슈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5-2016 시즌 나폴리에서 활약하던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은 세리에 A 역대 최다골인 36골72점으로 유러피언 골든슈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2015-2016시즌엔 라리가의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가 40골80점을 기록하며 이과인의 기록을 가볍게 제쳤다.

호날두-메시-레반도프스키 제친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

임모빌레는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리에A에서는 이번 시즌 전까지도 두 번이나 득점왕에 올랐고 A매치에도 39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한 현 이탈리아의 간판 공격수다. 소렌토의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임모빌레는 2008년 유벤투스로 이적해 세리에A 데뷔를 했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다비드 트레제게,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같은 레전드 공격수들에게 밀려 임대 생활을 전전했다.

페스카라 칼치오 임대 시절 세리에 B 득점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임모빌레는 2013년 토리노FC 이적 후 2013-2014 시즌 토니와 카를로스 테베즈(보카 주니어스)를 제치고 세리에A 첫 득점왕을 차지했다. 임모빌레는 토리노에서의 대활약을 발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지만 피에르-에버릭 오바메양(아스날FC)에게 밀려 기대 만큼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세비야FC와 토리노에서 임대 생활을 하다가 2016년 라치오에 입단하며 이탈리아로 돌아온 임모빌레는 라치오에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23골을 기록하며 득점 6위에 오른 임모빌레는 2017-2018 시즌 29골9도움으로 커리어 2번째 득점왕에 등극했다. 유럽 대항전과 컵대회를 모두 합친 시즌 전체 성적은 47경기 41골9도움. 2017-2018 시즌 경기당 1.06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임모빌레의 진짜 전성기는 2년 후에 찾아왔다. 임모빌레는 2019-2020 시즌 38경기에서 36골9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3번째 세리에A 득점왕과 함께 72점의 포인트로 분데스리가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FC, 68점)를 제치고 세리에A 선수로는 13년 만에 유러피언 골든슈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유로피언 골든슈 4회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호날두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얻은 상이라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19-2020 시즌 임모빌레의 리그36골은 지난 2015-2016 시즌 이과인이 기록했던 세리에A 단일 시즌 최다골과 타이 기록이다. 더불어 이는 이탈리아 선수의 역대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이기도 하다. 세리에A 단일 시즌 최다골을 다시 이탈리아에게로 가져온 임모빌레는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명가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세운 선수로 코로나19 사태로 유난히 힘들었던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뜨거운 갈채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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