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기억> 영화 포스터

▲ <백년의 기억> 영화 포스터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백년의 기억>은 '하나의 나라'이지만,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한반도의 근현대 백년의 시간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특이하게도 프랑스 사람인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정치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20여 년 동안 한반도 분단 문제에 천착하며 <프론티어와의 전쟁>(2003),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2013)을 만들었다. 파란 눈의 감독은 어떤 이유로 남북의 역사와 사회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남과 북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처음에 가장 관심이 간 것은 북한이 미지의 세계라는 점이었다. '갈 수 없는 나라'라는 신화 같은 것 말이다. 두 번째로 관심이 간 것은 프로파간다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한반도라는 점이다. 한반도 분쟁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의 이야기를 분석하는 작업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대단히 흥미로운 작업이다."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1부 '하나의 나라, 두 개의 국가', 2부 '가깝지만 너무 먼'으로 구성된 <백년의 기억>은 일제 강점기를 시작으로 1945년 해방, 1948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1950년 6.25 전쟁,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1988년 서울올림픽,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2001년 9.11 테러, 2006년 1차 핵실험, 2018년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굵직한 사건들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어떤 국가적, 지정학적, 외교적 이유로 코리아가 둘로 나뉘어졌고,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았는지 알기 쉽게 들려준다.

<백년의 기억>은 지금까지 선보인 남북을 소재로 삼은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다른 특징들을 지닌다. 첫 번째 특징은 한반도 백년의 기록을 제3의 시선으로 썼다는 점이다. 프랑스인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은 이방인의 시각으로 남과 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낯익은 분단사를 흥미로우면서 때론 낯설게 재구성한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를 나란히 놓고 각기 어떤 형태로 발전해왔는지를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두 나라의 역사는 다른 이념을 토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비슷한 구석도 많다. 김일성의 생가를 찾는 북한 사람들과 박정희의 생가를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을 함께 나열한 장면을 보노라면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와 우리나라의 IMF 구제 금융 시기를 연속적으로 배치한 장면 속에 보이는 정서도 마찬가지다.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두 번째 특징은 다양한 인터뷰이가 나온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남한은 15번, 북한은 8번 방문하여 남북의 정부 인사, 작가, 정치학자, 장성, 기록영상 감독을 만났다. 또한, 해외의 사학자, 교수, 종군기자뿐만 아니라 전 주북 소련대사, 전 CIA 지국장, 전 미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국 대통령 자문위원도 만났다. 남과 북, 러시아, 미국 등에서 광범위한 영상 자료도 수집했다. 1980년 캄보디아 왕의 평양 망명과 관련된 자료는 오래된 프랑스 방송에서 찾았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한 고위 간부와의 인터뷰다. 리종혁 통일연구소장, 정구강 북한군 장군, 자송남 전 UN 주재 북한 대사 등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은 남북문제와 관련한 입장과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데만 3년의 시간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세 번째 특징은 대화 형식이다. <백년의 기억>은 남북의 비슷한 직위를 가진 관계자들의 말을 편집의 힘을 빌려 연속적인 형태로 재구성하여 마치 남과 북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은 특정 정치 이념이나 국가 형태를 옹호하거나 판단을 내리진 않는다. 그저 남과 북 양쪽이 들려주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따름이다.

네 번째 특징은 태권도를 연출적인 장치로 활용한 점이다. 태권도는 남과 북이 공유하는 문화 중 하나다. 영화는 태권도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출발점으로 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독립 투쟁을 기념하는 동작인 '삼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남과 북이 공유하고 있는 항일 투쟁의 역사에서 광복의 역사로 이어가는 식이다. 단군, 삼일, 주체, 통일, 지태, 금강, 계백, 십진, 고려 등 남과 북의 태권도 품새들은 한반도 역사의 은유로 기능한다.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백년의 기억> 영화의 한 장면 ⓒ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외국인들 중 남북 분단은 알아도 그 배경을 아는 이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반도의 지난 백년의 기억을 돌아보아야 왜 남과 북이 나뉘었고 북의 핵무기는 어떤 국제 정세 속에서 탄생했으며 그 해결 과정에 우리나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백년의 기억>은 한반도에 이념적으로 다른 두 국가가 탄생한 계기와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전달한다. 그리고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과 통일의 길이 멀고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해준다. 2019년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공식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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