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다(카호)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색한 서른살 CF 감독이다. 그는 어느날 기요우라(심은경)와 자신의 고향인 이바라키로 간다.

스나다(카호)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색한 서른살 CF 감독이다. 그는 어느날 기요우라(심은경)와 자신의 고향인 이바라키로 간다. ⓒ 오드

 
한 회사의 입사 면접을 마치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선택한 영화가 <블루 아워>(감독 하코타 유코)였다. 이 선택이 탁월한 것은 아니었다. 습한 여름에 젖어버린 마음을 말끔하고 뽀송하게 말려주는 영화로 적절하진 않았다. 
 
서른 살 CF 감독인 스나다(카호)의 얼굴과 행동에는 삶의 적극성이 담겨 있지 않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라며 자신의 슬픈 감정을 감추려고 한다. 그러니 남 앞에서는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스나다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는 기요우라(심은경)가 나타난다. 세련되지 않은 말투와 들떠있는 행동은 스나다와 정반대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두 명이 서로 만나게 되었을까. 궁금해할 때쯤 둘은 스나다의 고향인 이바라키로 향한다.
 
신나게 달려간 스나다의 고향은 온통 어색함과 이상함만이 떠돈다. 병실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직 죽지 않았냐며 짜증 내는 아빠, 온갖 일을 도맡아서 하는 바람에 지쳐버린 엄마, 이해되지 않는 말을 잔뜩 늘어놓는 오빠. 이 모습을 차례로 보면서 스나다의 얼굴엔 긴장감과 놀라움이 겹친다.
 
처음에는 스나다의 감정에 쉽게 이입되지 않았다. 적당한 직장에,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편에, 이 정도면 꽤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스나다는 삶에 만족을 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궁금해졌다.
 
고향 땅에 도착한 스나다의 기억이 펼쳐지면서 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몰래 밥을 주던 고양이가 죽어서 화가 났던 기억, 강아지가 죽을 뻔해 놀란 엄마가 자신을 탓했던 기억,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기억, 잠자리 날개에 불을 붙여 장난을 쳤던 기억. 그러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교차하면서 겪은 그의 어린 시절.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스나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숱한 사건을 겪은 스나다가 어른이 되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살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남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을까.
 
 영화 <블루 아워>의 한 장면.

영화 <블루 아워>의 한 장면. ⓒ 오드

 
영화 제목인 '블루 아워'는 하루의 시작과 끝에 찾아오는 순간을 의미한다. 새벽과 아침이, 오후와 밤의 교차지점이다. 나는 스나다를 보며 '블루 아워'가 삶과 죽음의 경계라고 읽었다. 심리적으로 온전하지 못해 어중간한 자신이 떠도는 시간 말이다.
 
<블루 아워>는 꽤 솔직한 성장영화라고 생각한다. 넘칠 정도의 따뜻한 위로나 냉혹한 현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란하지 않은 가족, 음담패설을 하는 술집의 노인들, 홀로 힘겹게 가축을 돌보는 스나다의 엄마까지. 영화는 스나다에게 말한다. 자, 삶이란 이런 거라고. 어둡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 안 가는 일도 수두룩하지만 다들 이렇게라도 살아간다고.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보라고 말이다.
 
그렇게 손을 내밀고 그 잡은 손을 이끌어주는 영화. (알고 보면 이 역할을 기요우라가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바라키를 다녀온 스나다가 앞으로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헛헛했던 마음이 오히려 조금 복잡해졌다. 그래도 계속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꼭 취업만이 아니더라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잘 겪어내면서 말이다. 온전한 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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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문화부 기자. 팩트만 틀리지 말자. kjlf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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