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오사> 포스터

<큐리오사>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큐리오사>는 2020년 개봉한 영화 중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이 파격은 수위 높은 노출 때문만은 아니다. 욕망을 표출하는 방식이 노골적이며 진하다. 19세기 파리의 시인 피에르와 연인 마리가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와 시,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작품은 클래식한 매력 속에 치명적인 미장센을 통해 타오르는 욕망을 고풍적으로 담아냈다. 

피에르(니엘스 슈나이더)와 마리(노에미 메를랑)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마리는 부모에 의해 피에르의 친구 앙리(벤자민 라베른헤)와 결혼하게 된다. 이유는 하나다. 앙리와 결혼하는 게 가문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는 피에르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피에르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한다. 그는 여성의 누드를 찍으면서 눌러진 성적 억압, 사랑에 대한 마음을 푼다. 그런 피에르 앞에 마리가 다시 나타난다.
      
마리는 앙리와 결혼했음에도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피에르와 관계를 맺는다. 이후 피에르는 자신의 사진 모델이던 조흐라라는 여성을 쫓아낸다. 하지만 마리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과 조흐라에게 남은 연민 때문에 피에르 또한 알제리로 떠난다. 이에 마리는 혼란에 휩싸이고, 이를 다시 성적인 욕구로 풀게 된다. 이번에는 피에르의 친구 장을 만나 일탈을 벌이는 것이다.
  
 <큐리오사> 스틸컷

<큐리오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이런 마리의 모습은 노골적이면서 솔직한 성적 담론을 보여준다. 시대는 마리에게 원하는 사랑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리는 시대에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욕망을 충족한다. 그녀는 피에르가 알제리에서 돌아오자 다시 관계를 시작한다.

과거 여성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 결혼은 가문 사이의 일이었으며, 대부분 정숙하고 얌전한 여자가 될 것을 강요받았다. 이런 시대에 맞선 마리의 욕망은 영화에서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표현된다. 다소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계속 됨에도 미장센은 고풍스런 느낌을 풍기며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런 표현은 최근 여성 감독들의 선전으로 인해 달라진 영화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서사 또한 남성 감독의 손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디테일한 여성 서사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여성 감독들이 그리는 여성 서사가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이나 욕망이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루 주네 감독 역시 여성의 주체적인 사랑과 욕망을 이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음을 밝혔다. 
 
기존 로맨스 영화 대부분은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으로 그려냈다. 반면, 이 작품은 적극적인 마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자세와 본능에 충실하며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외설적인 이야기를 고풍스럽게 살리려다 보니 다소 전개가 늘어져 아쉽다. 더 강렬하게 타올라야 하는 순간에 멈추고, 노골적으로 마음을 드러내야 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분위기를 유지하려다 보니 긴장감을 느껴야 할 마리와 피에르, 앙리 사이의 관계가 능수능란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스토리보다 미장센의 매력이 더 강하다. 고풍스런 에로티시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 볼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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