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해외 출국자 수 3만2천여 명.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98%나 감소한 수치다. 이를 입증하듯 해외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예년 이맘 때의 공항과 달리 최근의 공항 분위기는 썰렁함 일색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객이 급감한 탓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여행 산업이 유례없는 사태로 고사 위기에 직면한 상황.
 
지난 1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인 해외여행객들의 근황을 살펴보고, 그동안 성장 일변도였던 해외여행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인지, 아울러 앞으로의 해외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지 집중 취재했다.
 
코로나19로 발 묶인 해외여행
 
지난 2월 인도를 여행 중이던 20대 우금씨와 나영씨.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남은 일정 동안 여행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코로나 발생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숙소를 잡을 수 없었을 뿐더러 인종차별마저 극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국 귀국길에 올랐다.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 SBS

   
대학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여행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직업도 여행 유튜버를 선택했다. 본격적인 여행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함께 다녀온 곳만 15개 국가에 이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걸 뒤바꿔놓을 만큼 파괴적이었다. 더 이상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나영씨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게 저희에게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오금씨 역시 "일상의 큰 즐거움을 빼앗긴 느낌이고 그동안 계획한 게 있는데 앞으로 영영 할 수 없을 것 같아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조지아를 여행 중이던 40대 강현철씨. 조지아 정부가 지난 3월 17일,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5개월째 고립돼 있다. 그는 여행이 좋아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자동차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북유럽과 서유럽을 거쳐 2년 뒤 귀국할 예정이었다. 조지아 정부가 국경 폐쇄 해제를 9월 말로 예정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철씨는 "제가 동양인이다 보니 비웃음과 놀림감이 되고 있다"며 "이곳에 고립되어 지낸 지난 4개월이 악몽 같았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여행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20대 중반의 이지원씨. 그녀는 요즘 동영상으로 해외여행지 곳곳을 둘러보는 게 커다란 낙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을 못가는 대신 이렇듯 온라인으로 여행을 즐긴다. 지난 4월초 그녀 홀로 유럽 여행 도중 코로나19 때문에 겨우 귀국할 수 있었다는 지원씨. 그녀에게 여행이란 "새로운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것"이었는데, 유럽의 코로나19 대처 방식에 실망한 뒤로는 "한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않게 될 것 같다"고 호소한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여행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면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해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20대 현정씨(가명). 그녀는 9월 터키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현재 터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1만 명에 달한다.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고 해도 매일 천 명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정씨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걸릴 위험이 적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제주도 등 국내여행이 활발하니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4월 터키 여행을 계획했다가 코로나19로 좌절됐던 상황.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현정씨. 여행 뒤 2주 간의 자가격리도 각오돼 있을 정도로 그녀의 여행 의지는 강했다. 그렇다면 현정씨에게 여행이란 무얼까. 그녀는 "즐거움이 크고 다녀온 뒤엔 그 기억을 바탕으로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 SBS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40대 조연아씨는 그동안 매년 5~6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연아씨의 이번 여행지는 해외가 아닌 충남 태안이다. 연아씨는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을 느껴보고 싶었다"며 "상황이 좋지 않으면 앞으로도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태국 여행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먹거리도 모두 태국식으로 준비했다는 연아씨. 동행한 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추억에 빠져든다.
 
백종민씨 부부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살아가는 여행 작가다. 이들 부부가 강원도 춘천으로 향했다. 국내에 머무는 일이 드문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국내여행을 선택했다. 요즘 국내 여행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이를 영상에 남기는 일에 몰두 중이다. 코로나19 덕분에 근래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여행지를 찾아다니게 된 뒤로 이들 부부에겐 새로운 즐거움이 되고 있다.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 SBS

   
직접 캠핑카로 개조한 트럭을 몰고 다니며 국내여행을 시작한 최동익씨 부부. 이들에게 여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최씨 가족은 7년 전 버스를 타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1년 동안 5만km 이상을 달려 26개 국 163개 도시를 다녀왔다. 최씨는 "'여기를 가봤네 저기를 가봤네' 이런 것보다 네 평 남짓한 곳에서 삼시세끼를 나누며 24시간을 같이 살다보니 우리 가족만이 누릴 수 있는 가족공동체라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6개월. '언택트'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 여행 산업이 일제히 신음 중이다. 자칫 산업 전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과연 언제쯤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까.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봤다.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 SBS

   
해외여행 트렌드의 변화
 
오형수 K트래블 아카데미 대표는 "예전 같은 모습을 보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 역시 "해외여행이 다시 활성화되는 건 백신이 상용화되는 정도, 그러니까 내년 후반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여행 트렌드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은희 한국관광공사 전문위원은 "안전한 여행과 관련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어떤 국가가 방역이 잘되고 또 그렇지 않은지, 관광 목적지로서의 매력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형수 대표는 "가장 큰 흐름은 소규모 가족여행으로 트렌드가 변화할 것"이라며 "혹시 모를 위험과 감염을 서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해외여행 시대 막 내리나’ 편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저가의 해외여행은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오형수 대표는 "아시아인들이 예전처럼 패키지나 배낭여행, 개인여행 등에 나설 때 유럽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관광객에게 테러를 가한다든지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여행은 조금 더 주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란수 교수는 "여행비용이 과거에 비해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아닌, 비교적 여유 있는 특정 계층의 여행객들이 여행 산업과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해외여행이 재개되기까지 비록 일정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여행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더불어 해외여행의 트렌드가 앞으로 소규모 가족여행과 방역 및 안전에 방점이 찍힌 여행으로 그 방향이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험부담의 전가로 여행비용이 상승하고, 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여행은 어떤 가치로 다가올까. 누군가에겐 일상의 즐거움이고, 어떤 이들에겐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하며, 또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매개가 되어주기도 한다. 힘들어진 해외여행의 시대. 해외여행에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와 마주하면서 여행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여행을 안 하고도 여행을 한 만큼의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 안 가도 되죠. 하지만 저희의 경우 여행을 다녀와야만 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여행이 좋죠."(최동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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