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8집 < folklore >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8집 < folklore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7월 24일 발표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여덟번째 정규 앨범 < folklore >가 전세계 음악팬들을 강타하고 있다. 이 앨범은 팬들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깜짝 발매'되었다. 대부분의 팝스타는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서 싱글을 발표하면서 프로모션을 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앨범 발매 16시간 전에 신보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그것도 16곡이 실린 정규 앨범이다.

전작 < Lover >(2019)가 발매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8000만 건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면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가 가지고 있던 기록(7000만 건)을 넘어섰다. 롤링스톤지는 이 앨범에 대하여 '새로운 테일러 스위프트의 데뷔 앨범'이라고 표현했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강력하고 성숙한 앨범'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느 때와 같았으면, 지금쯤 테일러 스위프트는 7집 < Lover >의 월드 투어를 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6월에는 폴 매카트니, 켄드릭 라마와 함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공연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동시대의 모든 풍경을 바꿔 놓았다. 전작의 수록곡 제목처럼 '잔인한 여름'(Cruel Summer)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이 계획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시간 동안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레이블도 모르게 진행된 작업이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랜 동업자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와 다시 한번 발걸음을 맞췄다. 그리고 미국의 인디 록밴드 더 내셔널(The National)의 기타리스트 아론 데스너(Aaron Dessner)를 불러들였다. 변화의 의지는 뚜렷했다. (팝 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밴드는 아니지만, 더 내셔널은 미국 인디신의 상징적인 밴드 중 하나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아론 데스너를 그녀의 '음악적 영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변신

 
 신보 < folklore >를 발표한 테일러 스위프트

신보 < folklore >를 발표한 테일러 스위프트 ⓒ Taylor Swift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전작까지만 해도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앨범에 녹여냈던 테일러 스위프트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인디 포크와 얼터너티브 록, 챔버 팝(실내악을 연상시키는 팝 음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앨범의 문을 여는 'the 1'과 'cardigan'부터 변화의 흔적은 뚜렷하다. 더 내셔널(The National)이나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의 멜랑콜리함이 떠오르지만 다르다. 인디 밴드 본 이베어(Bon Iver)가 피쳐링한 'Exile'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진한 여운을 남긴다. 레이어링 기법을 통해 목소리의 층을 쌓는 저스틴 버논,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하모니는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 folklore >에 대해 '자신의 기분, 꿈, 변덕, 두려움과 사색을 모두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 작사에는 변함이 없다.  'Mirrorball', 'Mad Woman'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슈퍼스타로서 감내해온 무대 뒤의 그림자를 노래한다.

이 앨범의 제목인 'folklore'는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설화'를 뜻한다.  그래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기 자신 뿐 아니라, 다양한 이를 화자로 설정하고 서사를 고안했다. 특히 'Cardigan'과 'August', 'Betty'는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달리 보이는 관계를 그리고 있어 재미있다.

연인 조 알윈과의 인연을 노래하는 'Invisible string'은 또 어떤가. 이 곡에서는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를 연상시키는 스트링 사운드가 아련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곡의 서사에 맞게 다채로운 편곡이 이뤄진 것이다. 이 앨범은 시종일관 잔잔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침울하게 감정의 결을 스케치한다. 

돌이켜보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언제나 '변화'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었다. 테네시 출신 컨트리 가수였던 그는 < RED >와 < 1989 >를 거쳐 컨트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 Reputation >에서는 자신을 '뱀'이라고 깎아내리는 여론에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컨트리 가수의 불문율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의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8집 < folklore >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시 한번 변화와 성장의 길로 나아갔다. 메인스트림을 상징하는 슈퍼스타가 인디의 문법을 빌려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동시에 어느 때보다 내면적인 음악을 지향했다. 여기에 연말 콘서트 '징글 볼'에서 울려 퍼질만한 팝송의 자리는 없다. 코로나 19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터널과 같은 시간을 만들었다. 이 잔인한 여름밤의 한 가운데, 테일러 스위프트는 '확신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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