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UFC 라이트헤비급은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와 료토 마치다, 라샤드 에반스, 퀸튼 '램페이지' 잭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4대천왕'이 군웅할거의 전국시대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신예 필 데이비스와 라이언 베이더가 4대천왕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라이트헤비급은 척 리델과 티토 오티즈가 경쟁하던 시대를 능가하는 최고의 중흥기를 맞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많은 격투팬들이 기대했던 라이트헤비급의 르네상스는 '최상위 포식자' 존 존스의 등장과 함께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마치 격투신이 내려온 듯한 악마의 재능을 가진 존스는 2011년 3월 쇼군을 꺾고 UFC 역대 최연소 챔피언(만23세242일)에 등극했다. 정상에 오른 존스는 잭슨, 마치다, 에반스를 모두 쓰러트리고 순식간에 '서열정리'를 끝냈는데 존스가 라이트헤비급의 4대천왕을 모두 제압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3개월에 불과했다. 

당시 존스가 세운 역대 최연소 UFC 챔피언 기록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영원할 거 같았던 존스의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갈아 치우겠다고 큰 소리 치는 무서운 신예가 나타났다. 오는 8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UFC APEX에서 열리는 UFN173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데릭 브런슨과 격돌하는 만22세의 미들급 '골든보이' 에드먼 샤바지안이 그 주인공이다.
 
 샤바지안(오른쪽)에게 브런슨은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에 더 없이 적합한 상대다.

샤바지안(오른쪽)에게 브런슨은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에 더 없이 적합한 상대다. ⓒ UFC

 
무패 파이터들이 즐비한 미들급의 치열한 타이틀 구도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의 시대가 막을 내린 후 미들급 타이틀은 장기집권하는 선수 없이 수시로 벨트의 주인이 바뀌었다. 와이드먼을 꺾었던 루크 락홀드는 노장 마이클 비스핑에게 덜미를 잡혔고 비스핑은 웰터급에서 올라온 조르주 생 피에르의 두 체급 챔피언 등극의 제물이 됐다. 2017년 챔피언에 오른 휘태커가 660일 동안 타이틀을 지켰지만 휘태커는 이 기간 동안 건강 문제로 한 번도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했다.

이처럼 수시로 주인이 바뀌던 미들급을 평정한 현 챔피언은 바로 나이지리아 태생의 변칙적인 타격가 이스라엘 아데산야다. 80전에 달하는 풍부한 킥복싱 전적을 자랑하는 아데산야는 2018년2월 UFC에 입성 후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리며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상위 랭커들을 제치고 지나치게 빨리 타이틀 도전권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4연속 보너스를 받은 아데산야에게는 충분히 타이틀전에 나갈 명분이 있었다.

그리고 아데산야는 작년 10월 호주에서 열린 타이틀전에서 1년 4개월 만에 옥타곤에 오른 챔피언 휘태커를 압도한 끝에 2라운드 KO로 승리하고 미들급의 11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데산야는 지난 3월 요엘 로메로와의 1차 방어전에서도 판정으로 승리하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물론 챔피언에 등극한 후에는 특유의 적극적인 공세가 사라진 채 소극적인 경기로 일관하면서 격투팬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데산야가 챔피언이 된 후 경기 스타일이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격투팬들은 오는 9월에 열릴 UFC 253에서 아데산야와 미들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한 또 한 명의 무패 파이터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자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타격에 의한 KO로 끝내 버리는 피니시율 92.3%(12/13)를 자랑하는 브라질 국적의 '보라치냐' 파울로 코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격투기 데뷔 후 9연속 1라운드 피니시 승리(8KO1서브미션)를 거둔 코스타는 UFC 입성 후에도 조니 헤드릭스와 유라이어 홀을 KO로 제압한 후 로메로를 판정으로 꺾으며 아데산야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203cm의 긴 리치와 뛰어난 테크닉을 앞세운 아데산야와 압도적인 펀치력을 가진 코스타의 타이틀전은 누가 승리해도 지는 선수는 자랑스럽게 지켜온 무패전적을 마감하게 된다.

브런슨 넘지 못하면 '골든보이'에게 타이틀 기회는 없다

이처럼 무패전적을 자랑하는 '괴물파이터'들이 즐비한 미들급이기에 최연소 챔피언에 도전하겠다는 미들급 랭킹 9위 샤바지안의 목표는 '겁 없는 애송이의 멋모르는 호언'으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격투기 데뷔 후 샤바지안이 걸어온 길을 보면  챔피언 도전 선언이 마냥 허풍처럼 들리진 않는다. 샤바지안이 걷고 있는 길은 현 챔피언 아데산야나 챔피언까지 한 걸음만 남겨 두고 있는 코스타가 걸어온 '챔피언 로드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9세 때 친형인 레온 샤바지안과 함께 종합격투기에 입문한 샤바지안은 10대 시절 '암바여제'로 여성 밴텀급을 지배했던 론다 로우지의 훈련 파트너로 활동했다. 그러던 2017년 2월 샤바지안은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 파이터로 데뷔했고 중소단체에서 7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UFC와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KO율 100%의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자랑하는 젊은 신예에게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반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샤바지안은 옥타곤 데뷔전에서 데런 스튜어트에게 2-1로 힘겨운 판정승을 거두며 고전했다. 하지만 샤바지안은 데뷔전 이후 찰스 버드를 KO, 잭 마쉬맨을 서브미션, 브래드 타바레스를 하이킥에 의한 KO로 제압하며 3연속 1라운드 피니시 승리를 따냈다. 이는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사이에 해낸 성과로 샤바지안이 세 선수를 쓰러트리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4분28초에 불과했다.

타바레스라는 만만치 않은 수문장을 간단히 넘은 샤바지안은 미들급 8위 브런슨을 상대로 상위권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테스트를 받는다. 20승 7패(11KO6서브미션)의 전적을 가진 브런슨은 라이트 헤비급에서 내려온 마치다, 로렌즈 라킨 등에게 패배의 아픔을 선사했던 만만치 않은 미들급 중위권의 강자다. 바꿔 말하면 브런슨 정도의 상대는 가볍게 꺾어줘야 역대 최연소 챔피언을 노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타바레스와 브런슨은 공교롭게도 과거 휘태커와 아데산야 등 전·현직 챔피언들이 통과했던 관문들이다. 샤바지안 역시 타바레스와 브런슨으로 이어지는 관문을 넘어서면 타이틀 전선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격투팬들은 실력 만으로 환호를 받기엔 너무 많은 사고를 친 존스의 기록을 누군가 깨주길 기대하고 있다. 과연 '골든보이' 샤바지안은 작년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며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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