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장시환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장시환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9번의 패배 끝에 올 시즌 LG를 상대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2-1의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LG와 상대한 세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스윕패를 당하며 LG의 '승리 자판기' 노릇을 하던 한화는 10번의 도전 끝에 LG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19승1무53패).

이날 한화는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진행이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를 만들었고 하주석도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2회 1사1,3루에서 1타점 희생 플라이를 쳐낸 포수 이해창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8회부터 등판한 마무리 정우람이 35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승리를 지킨 가운데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투수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화 이적 후에도 여전히 든든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장시환이 그 주인공이다.

정명원-우규민-이용찬, 마무리에서 선발 전환 성공한 선수들

4~5일에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타자들을 상대하는 선발투수와 때로는 2~3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는 불펜 투수는 준비 과정부터 마운드에서의 투구패턴까지 달리 가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선발과 불펜의 전문성이 점점 뚜렷해 지고 있어 선발 투수가 불펜으로 변신하거나 불펜 전문투수가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짧은 이닝을 던지는 것에 익숙했던 마무리 투수가 선발로 변신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도 두 가지 재능을 겸비한 영재들은 존재하는 법. KBO리그에는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선수가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꾼 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물론 선동열이나 김용수, 구대성, 임창용처럼 보직에 전혀 구애 받지 않았던 'MVP급' 선수들은 예외로 한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KBO리그 초창기 가장 포크볼을 잘 던졌던 투수로 유명했던 정명원(kt 위즈 잔류군 투수코치)이다. 태평양 돌핀스가 현대 유니콘스로 바뀐 1997년까지 135세이브를 올리며 인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정명원은 현대가 외국인 마무리 조 스트롱을 영입한 1998년 선발로 변신했다. 그리고 정명원은 1998년 14승8패 평균자책점1.86으로 평균자책점1위에 오르며 현대를 창단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LG에서 데뷔했던 사이드암 우규민은 2006년17세이브, 2007년30세이브를 기록하며 LG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우규민은 군대를 다녀온 후 선발 변신을 선언했다. 마무리로도 흔들리던 우규민의 선발 변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우규민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우규민이 데뷔 후 첫 10승을 기록한 2013년 LG는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두산 베어스의 이용찬은 2010년대 이후 마무리와 선발을 가장 자유자재로 오간 투수였다. 2009년 세이브왕에 올랐던 이용찬은 2012년 선발로 변신해 10승을 따냈다. 뒷문이 약했던 팀 사정 때문에 2014년 다시 마무리로 돌아간 이용찬은 2017년 22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발투수'에 미련이 남아 있던 이용찬은 2018년 선발로 다시 돌아와 토종 최다승(15승)을 기록하며 보직에 구애 받지 않는 '만능투수'임을 증명했다.

트레이드 상대가 물의 일으키는 동안 7월 ERA 2.78 호투 행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장시환(개명 전 이름 장효훈)은 현대에서 히어로즈로 팀명이 바뀔 때까지 많은 주목을 받았던 강속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많은 강속구 유망주가 그렇듯 장시환도 제구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좀처럼 1군 전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문제는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단 1승도 없었을 정도로 약점을 극복하는 시기가 매우 길었다는 점이다.

결국 장시환은 2015 시즌을 앞두고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kt로 이적했고 2015년 kt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7승5패12세이브3.9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 마무리 자리를 김재윤에게 내주고 선발 변신을 준비하던 장시환은 선발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2017년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역시 필승조로 활약하지 못하다가 작년 시즌 선발로 변신했다.

장시환은 선발로 활약한 작년 시즌 6승13패를 기록하면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팀 내 선발진 중 브룩스 레일리(181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125.1이닝)을 소화하며 최하위로 떨어진 롯데의 선발 마운드를 꾸준히 지켰다. 그렇게 데뷔 첫 풀타임 선발로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낸 장시환은 작년 11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화로 이적했다. 수원, 서울, 수원, 부산을 거친 장시환이 14년 만에 연고지인 대전으로 올라온 것이다.

장시환은 공교롭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시환은 번번이 무너지는 불펜과 적은 득점 지원 속에서도 올 시즌 6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3승6패4.54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장시환은 올 시즌 73.1이닝을 던지며 워윅 서폴드(94.2이닝)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장시환은 지난달 31일 LG전에서도 7이닝1피안타2볼넷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작년 한화가 30대 선발투수 장시환을 영입하기 위해 장타력을 갖춘 차세대 포수 지성준을 롯데에 내줬을 때 많은 야구팬들은 한화의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성준이 지난달 30일 사생활에서 물의를 일으키며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트레이드의 승자가 어느 쪽인지는 일찌감치 판명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2승2패2.78로 호투한 장시환의 상승세가 8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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