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최근 희극인 남희석이 동료이자 유명 방송인인 김구라의 방송 태도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여 화제가 됐다. 남희석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을 쓰고 앉아 있다. 뭐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다. 그냥 자기 캐릭터 유지하려는 행위"라고 올렸다. 덧붙여 "그러다 보니 몇몇 짬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니라 김구라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희석의 글은 여러 미디어를 통하여 보도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자, 남희석은 30일 "갑자기가 아니라 몇 년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남긴 글이다. 반박 나오면 몇 가지 정리해서 올려 드리겠다. 공적 방송 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라고 추가로 글을 올렸다. 

그는 "비판적인 콩트 코미디 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가, 개망신 쪽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를 찾아온 후배들이 있다. 약자들을 챙겨주길 바란다"며 다시 한 번 김구라를 비판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동업자라고 볼 수 있는 방송인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하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구라는 이에 대하여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구라가 출연중인 <라디오스타>에서는 31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김구라를 옹호하고 나섰다.

제작진은 "김구라는 촬영 현장에서 출연자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며, 세세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희가 지켜본 김구라는 출연자들에게 무례한 MC가 아니다"라고 남희석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방송에서 비쳐지는 김구라의 모습은 토크쇼인 <라디오스타>만의 캐릭터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제작진에게 항상 개그맨들 섭외를 얘기하는 분이 김구라이고 실제로 <라디오스타>에 섭외된 개그맨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김구라가 제작진에게 추천한 분들"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라디오스타>는 방송 시간이 제한돼 있어 편집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고 방송의 전체 모습을 그대로 다 담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변화를 거쳐왔고,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라디오스타>의 색깔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남희석이 소신 있게 할 말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너무 일방적이고 과도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는 김구라는 방송인에 대한 대중들의 선명한 호불호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남희석의 문제 제기는 곧 김구라라는 인물의 방송스타일과 캐릭터가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라는 대중적 공감대의 문제와 직결된다. 일단 김구라는 한국 방송 환경에서 보기 드문 희소성을 지닌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김구라는 예의범절에 얽매이지 않는 공격적이고 시니컬한 언행, 인간의 말초적 본능과 욕망을 숨기지 않고 건드리는 괴팍하고 까칠한 속물성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잡학다식한 지적 수위까지 겸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비주류에 가까운 캐릭터임에도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주류 MC로 자리잡은 인물은 김구라 한 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질문과 독설을 대신 날려준다는 점에서 김구라의 '사이다'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대중들이 김구라의 스타일을 방송 캐릭터로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타인의 약점이나 아픈 곳을 아무렇게 않게 들쑤시고, 상대의 말을 끊거나 높은 자리에서 평가하듯 내려다보는 김구라의 무례한 방송 진행 방식을 초기부터 불편하게 여기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많은 대중들은 '자연인 김구라'와 '방송인 김구라'의 모습을 별개의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김구라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십중팔구 '인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김구라의 태생적인 원죄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 행적이 남긴 주홍글씨와 관련이 있다.

김구라는 지금같은 톱 MC로 부상하기 전, 인터넷 방송 등에서 문희준-이효리-하리수-코요테 등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인신공격과 성희롱적 욕설을 무차별로 일삼아 숱한 물의를 일으켰다.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망언이 뒤늦게 밝혀지며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기도 했다. 

물론 김구라는 당시 사건들에 대하여 여러 차례 공개 사과했고 피해자였던 많은 연예인들도 김구라를 용서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만일 방송가 주류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않았더라도 과연 뒤늦게 사과를 했을까라는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무엇보다 김구라가 가진 캐릭터의 정체성 자체는 인터넷 방송 시절과 비교해도 본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없다. 직접적인 욕설같은 표현 수위가 낮아졌을 뿐,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는 것으로' 재미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은 여전하다. <라디오스타>에서 아이돌 출신 강지영에게 애교를 강요하다가 눈물을 뽑아내고, 동료 방송인이었던 김생민을 짠돌이-구두쇠로 폄하하다가 역풍을 맞은 장면은, 이른바 김구라식 캐릭터가 선을 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단면이다. 

제작진이 인정한 것처럼 김구라는 자신이 원하는 출연자들을 섭외하는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됐으며, 남희석의 지적처럼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는 게스트가 김구라의 웃음 코드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눈치를 봐야할만큼 거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출연하는 방송 안에서 김구라의 위상 자체가 사실상 하나의 '권력'이 된 만큼, 그는 자신의 태도와 언행이 누군가에게 큰 압박이나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한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은 결국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자극적인 캐릭터는 인기를 얻기 쉽지만,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쉽다. 김구라와 비슷하게 거친 입담이나 남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몇몇 방송인들이 어떻게 주류 자리에서 밀려났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방송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있고 시청자들의 선호도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김구라도 한 번쯤 자신의 캐릭터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구라는 자신의 방송 스타일이 언제든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찌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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