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MBC

 
'스타성은... 나이랑 무관한 건가????? 이효리 봐... 이제 막 데뷔하고 핫한 신인처럼 반짝거리고 힙하고... 세상에...'

장안에 화제요, 예능 <놀면 뭐하니?>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 5일만(7월 31일 현재)에 조회 수 460만을 찍은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촌평이 아니다. 그에 앞서 공개 1주일 만에 조회 수 260만에 육박한 '싹쓰리(SSAK3)-다시 여기 바닷가 살수차 감독캠 풀버전'에 달린, 1천 번 넘는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어쩜 댓글마저도 촌철살인이다.

세상에나. 핫한 신인처럼 이리 반짝거리고 '힙'하다니. 영상 속 '월드스타' 비는 힘이 넘쳤고, '유두래곤' 유재석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이들을 제치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매력과 개성을 뽐내는 이효리의 독무는 압도적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게 이효리다. 1997년 '핑클'로 데뷔, 후배 가수들이 진즉 '슈가맨'에 출연하고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회자되는 동안에도, 이효리는 오늘도 여전히 '힙'하고 반짝반짝 거리는 대중의 별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중이다. 그 천하의 이효리도, 어찌 달라진 게 없으랴.
 
'싹쓰리' 모두 싹쓸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SSAK3.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정지훈))'가 음악방송 1위, 국내 음원사이트와 해외 45개국 차트 진입, 공식 MV조회수 상승세, 피지컬 앨범 및 컬래버 굿즈 완판 등 국내부터 해외까지 '싹쓰리 신드롬'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의 감수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뉴트로 곡을 선보이고 있는 '싹쓰리'는 25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여름 안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로 데뷔 무대를 가진 뒤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다시 여기 바닷가'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 '싹쓰리' 모두 싹쓸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SSAK3.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정지훈))' ⓒ 싹쓰리 위탁 매니지먼트 '놀면 뭐하니?'


"여보, 나 1위 했어! 보고 싶어!"

'핑클' 시절이나 지금이나 '1020초'들의 전유물인 케이블채널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로 1위를 차지한 이효리의 소감이 그랬다. 본인이 작사하고 남편 이상순이 작곡한 곡으로 1위에 오른 이효리가 가장 먼저 찾은 이가 바로 '여보'였다. '핑클''의 요정은 그렇게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순간 '여보', '남편'을 찾는 흔치 않은 혼성듀오의 유일한 여성 멤버가 됐다.

예능과 가요계를 대표하는 '싹쓰리' 멤버 중 이효리가 반짝이는 이유는 그가 '요정' 출신이라거나 여성이어서만은 아니다. 유재석이나 '비' 정지훈을 거침없이 구박하고 또 다독이는 멤버 내 '싸가지' 캐릭터여서도 아니다.

지금의 '린다G'는 꽤 오래 '제주댁'으로 살며 감춰왔던 혹은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갈구했던 이효리의 지난 10년이 응축된 캐릭터다. '센 언니' 캐릭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배려를 갖춘 드문 캐릭터요, 특히 동시대 감수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본주의적 욕망마저 과하게 드러내거나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야말로 '린다G'로 돌아온 이효리의 오늘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시절 '자본주의 꽃' 

"자본주의 그룹이에요. 올여름 치고 빠지자, 그게 아주 뚜렷해요."

<놀면 뭐하니?> 속 '섹션TV 연예통신'을 패러디한 인터뷰 상황. "인간적인 탐욕, 그리고 욕망 이런 걸 굳이 숨기지 않는 친구들이에요"란 유재석의 멤버 소개에 이어진 이효리의 부연이었다. 이효리는 '싹쓰리' 합류 초반 방송에서 '혼성듀오 활동은 올 여름이 끝'이라거나, '기왕 하는 활동, 음원 차트를 휩쓸자'는 성공에의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효리네 민박>이나 <캠핑클럽> 등 리얼예능에서 보여줬던 그 솔직함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언론은 이런 이효리를 '자본주의 꽃'이라 불렀다. 이상순과의 결혼 후 제주행을 택하기 불과 1년 전이던 2012년까지도 그랬다.

"한때 '이효리의 하루'가 유행했을 만큼 광고계의 톱모델로 활동했던 이효리가 상업 광고 모델로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광고계에는 이효리가 더 이상 상업 광고 모델로 나서지 않겠다며 광고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중략).

이효리는 최근 동물 보호와 환경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각종 활동을 펼치고 있어 현실적으로 모델을 맡을 수 있는 제품에 제약이 많았다. 모피나 가죽 제품을 입지 않기 때문에 의류 모델로도 활동하기 힘들다. 또 최근에는 노동문제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브랜드 선택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11월 <일간스포츠>, <[단독] '자본주의의 꽃' 이효리 CF계 은퇴 선언>)


이후 현재까지 이효리는 실제 대기업‧상업 광고를 단 한 편도 찍지 않았다. 그런 이효리가 농반 진반 혹은 당당히도 "자본주의 그룹"을 선언한 셈이다. 이효리가 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일종의 이미지 마케팅이라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효리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고, 이후 남다른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MBC

 
이효리의 30대가 그랬다. 동물보호나 요가사랑, 채식은 이미 유명한 터였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노란 봉투' 기부 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이효리는 더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는 곡도 직접 만들었다. 소신껏 사회적 발언도 이어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동물보호, 채식 또 옛날에 대우자동차 때는 그분들을 위해서 또 애도 써주셨고. 그 다음에 다른 어떤 사회적 발언. 지난번에 이 자리에 바로 그 자리에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가 왔었는데(요).

그분도 그런 정치적 발언도 좀 하고 그래서 질문을 하고 했더니 굉장히 인상 깊은 답변을 남기고 갔습니다. 그건 굉장히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저급하거나 비열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 내가 왜 그 얘기할 권리가 없느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지난 2017년 6월, 6집을 발표했던 당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에게 손석희 앵커가 물었다. 꽤나 조심스런 질문이었다. 이효리의 답은 솔직담백했다. 그저 "참여하고 싶으니까"라며 이런 답을 남겼더랬다.

"그냥 마음이 가니까. 말하고 싶은 건 참는 성격이 못 되거든요. 그래서 그냥 한 것 같아요."

유일무이 쎈언니 이효리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보장된 부와 명예를 뒤로 한 채 훌쩍 제주행을 택한 이후에도 이효리는 "내가 이효리야"라고 외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대중 역시 그런 이효리에게 전성기 못지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효리라서 가능했으며, 이효리의 30대였기에 가능했을 궤적이지 않은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그러면서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이다. 채식도, 요가도 해 보면서 '내 몸'과 '나'를 되돌아보고. 넓고도 좁은 연예계에서 벗어나 내가 속한 사회에 눈을 뜨면서 말하고 싶은 대로 말도 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에 위로의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건네 보고.

민박집에 찾아 온 일반인들의 사연에 충분히 귀기울일 줄 알고, 십수 년만에 다시 뭉친 '핑클' 동생들과 왁자지껄 놀다 "갱년기인가 봐"라며 눈물도 훔치는. 린다G로 거듭나서는 넘치는 흥을 주체 못해 '민박집 알바'인 후배 윤아와 노래방에 갔다는 이유로 대중의 뭇매도 맞아 보는. 명백한 자신의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사과의 눈물도 흘려 보는.

다들 그러하지 않은가. 어른이 됐음에도 하루하루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한 뼘씩 뻗어나간다는 그 느낌. 스무 살 이후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하며 겪게 되는, 미처 다 알 수 없을 세상의 복잡다단함을 깨달아가는 완벽하지도, 완벽할 수도 없는 매일 말이다.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MBC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아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잠시 벗어 던진 이효리는 그 도정의 와중에 잠시 접어뒀던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맘껏 뽐내며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종횡무진'하는 중이다. 더 이상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 동시대 자본주의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사이다' 같은 '쎈 언니'로, 일종의 롤모델로 거듭나며.

그리하여 '싹쓰리'로 이미 '자본주의적 욕망'을 실현한 이효리가 또 다시 일을 벌인단다. 어쩌면 필연이다. 이효리가 장난처럼 선배 엄정화와 후배 제시, '마마무' 화사를 소환했던 '환불원정대'가 실제 결성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연예계가 단 한 번도 목도하지 못한 '센 여성' 그룹이 또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할 것인가.  그 중심에 이효리가 든든하게 버티고 설 것이고.

"'세(상에서)젤(제일)예(쁜)' 린다G 효리 언니, 감사합니다. 우리 막내 '비룡' 구박시 은근히 대리만족 느낍니다"라고 팬레터를 보냈다던 비의 팬들처럼, '핫한 신인'처럼 '힙'하게 돌아온 이효리가 "올 여름만 치고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은 오늘도 유일무이 '린다G' 이효리와 '싹쓰리'를 열심히 소환하는 중이다. 이효리가 열어가는 흥미진진한 매일에 각자의 공감과 응원을 보내며.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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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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