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을 이끌던 최용수 감독이 돌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서울은 30일 최용수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차기 감독 선임은 아직 미정이다. 

최용수 감독은 한국축구와 FC서울을 대표하는 레전드 공격수 출신이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신인상-MVP까지 수상했고 리그 우승도 경험했다. 이후 일본 J리그에 진출하여 제프 유나이티드-교토상가 등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선수생활 은퇴는 2006년 서울로 돌아와 할 만큼 K리그에서는 오직 서울 한 팀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었다.

최 감독은 서울에서 코치-수석코치를 거쳐 2011년 4월 성적부진으로 사퇴한 황보관 감독의 후임으로 마침내 서울의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K리그에 스타 출신 감독은 최용수 전후로도 많았지만 이렇게 한 팀에서만 선수-코치-감독을 거치며 우승까지 경험한 케이스는 드물다.

최 감독이 지도자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은 의외로 적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올리며 스타 출신 감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데얀-박주영-차두리 등 이름값 높고 개성 강한 스타 선수들이 많았던 서울에서 최용수 감독은 강성 이미지와 달리,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원칙을 굽히지 않는 유연한 밀당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축구철학을 고집하기보다 팀 사정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유연한 용병술도 호평을 받았다.

유연한 밀당과 용병술로 호평
 
  프로축구 K리그1(1부)과 대한축구협회(FA)에서 부진을 거듭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은 30일 오후 "최용수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수원과의 원정 경기 당시 최용수 감독.

프로축구 K리그1(1부)과 대한축구협회(FA)에서 부진을 거듭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은 30일 오후 "최용수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수원과의 원정 경기 당시 최용수 감독. ⓒ 연합뉴스

 
최 감독은 2016년 6월 중국 장쑤 쑤닝으로 잠시 둥지를 옮기면서 서울을 떠났다가 2018년 시즌 후반에 전격적으로 컴백했다. 당시 강등권까지 추락하며 위기에 빠져있던 서울의 구원투수로 투입되어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극적으로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지난 2019시즌에는 팀을 3위에 올려놓으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획득하고 '서울의 왕은 역시 최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은 다시 부진에 빠졌다. 강등위기까지 몰렸던 2018년보다도 성적이 더욱 추락했다. 13라운드까지 서울이 거둔 성적은 3승1무9패 승점 10점으로 11위에 그쳤다. 서울보다 못하고 있는 팀은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5) 뿐이다.

특히 서울은 13경기 29실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최다 실점을 기록 중이며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허용한 6위 강원(20실점)보다도 9골을 더 내줬다.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던 FA컵에서도 29일 포항 스틸러스에게 1-5의 참패를 당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불명예 사퇴는 축구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선수시절부터 오랜 세월 구단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레전드였고 감독으로서도 역대 서울 사령탑 중 최고를 다툴 만큼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최 감독 본인도 서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달랐다. 역설적으로 그런 최용수마저 끝내 팀을 다시 일으키는 데 실패했을 만큼 서울의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최 감독 사퇴가 안타까운 이유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 서울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이 단지 최 감독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서울은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더 이상 축구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며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 오래다.

올해 ACL 무대까지 나가게 됐는데도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프로축구 각팀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부터 엉망이었다. 지난 시즌 임대로 데려온 페시치의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시간만 끌다 결국 이별을 택했다. 아드리아노는 이미 에전의 날카로움을 잃은 지 오래됐고, 중원사령관 오스마르는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서울은 끝내 외국인 선수 보강에 실패했다.

국내 선수들 중에도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다. 지난해 반짝 부활했지만 이미 전성기에서 내려온 박주영이 아직도 팀내 최고스타이자 대체자 없는 부동의 주전이라는 것은 세대교체에 완벽히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구단은 올 시즌 기성용과 이청용 등 서울 출신 유럽파 스타들의 K리그 자발적 복귀추진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기회를 살리기는커녕 협상 과정에서 잡음만 일으켰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에야 기성용을 다시 품에 안았지만 정작 최용수 감독에게는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없었다. 겨우 2년 전에 강등 위기까지 겪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프런트의 무능력과 의지 부족이야말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최용수 감독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사퇴가 최선의 선택이었나  묻고 싶다. 감독이 성적에 책임을 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 서울의 위기가 단순히 최 감독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거나, 감독 사퇴로 변화의 계기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의 사퇴는 불이 난 배에서 혼자만 먼저 뛰어내리는 격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서울은 공수 조직력이 모두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선수들의 사기도 바닥에 떨어져 있다. 구단의 지원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어떤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흔쾌히 잡을지도 의문이다. 

최용수 감독마저 떠난 지금, 이제부터라도 서울은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해야 한다. 서울이 현재 K리그1에서 최약체 팀으로 전락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바닥에서부터 팀의 초석을 새롭게 닦아야 한다. 이제 구단이 나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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