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SBS

 
왠지 '요리의 고수'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대강대강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눈대중으로 필요한 식재료의 양을 가늠하고, 손대중으로 간을 뚝딱 맞춰버리는 식 말이다. 주로 오래된 식당을 가면 사장님들이 그렇게 조리를 하곤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모든 엄마들이 그러한 건 아니지만) 주로 엄마들의 요리법이 그러했다. 그들에게 있어 단위는 '몇 그램'이 아니라 '요만큼'이었으니까. 

그런데 정확히 계량화된 레시피에 근거하지 않았음에도, 그 음식들의 맛은 '천상계'에 머물렀다. 겉보기엔 건성건성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처럼 완벽한 맛을 찾아낸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요리는 '요술'과 맞닿아 있었고, 요리에 있어 전문성은 '감'과 동의어였다. 저울로 무게를 하나하나 재면서 요리를 하면 초짜처럼 느껴진다. 
 
난관에 봉착한 힘포칼국숫집

지난 29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포항 꿈틀로 골목의 마지막 편으로 꾸며졌다. 힘포(힘내라포항)칼국수집(전의 해초칼국숫집)과 덮죽집(전의 수제냉동돈가스집)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오랜 기간 동안 솔루션을 거쳤다. 제작진에게도 사장님들에게도 힘든 과정이었다. 물론 착실히 노력한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장착했고, 맛도 완벽히 잡은 상태였다.

남은 건 대량으로 조리하는 연습을 하고 손님을 받는 것뿐이었다. 이제 한 고비만 넘기면 됐다. 사실 이쯤 되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험난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소량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대량으로 조리하(면서 기존의 맛을 똑같이 구현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당장 힘포칼국숫집 사장님은 난관에 봉착했다.

"내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묻는 줄 알아요? 사장님 단점이 얼렁뚱땅이에요. 음식은 절대 얼렁뚱땅하면 안 돼요. 나도 그랬었어요, 옛날에. 내 입에 의지하거나 내 느낌에 의지하면 음식 무조건 왔다 갔다 해요.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까먹는다니까."

힘포칼국수의 핵심은 홍합 육수와 아귀 육수를 1:1의 비율로 섞은 후 칼칼하게 맛을 내는 것이었는데, 사장님은 처음에 국자로 몇 번 옮기며 양을 재는 듯싶더니 대뜸 솥을 들고 부어 버렸다. 당연히 비율을 계산할 수 없었다. 다른 재료들을 넣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귀를 얼마나 넣었냐는 질문에 '2만 원어치'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가격의 변동에 따라 양이 달라질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백종원은 그런 사장님이 우려스러웠다. 지금이야 여유 있게 주방을 지킬 수 있으니 맛을 맞출 수 있지만 나중에 손님이 물밀듯 밀려오는 정신없는 상황에선 어려운 일이다. 날마다 수시로 음식의 간이 바뀌는 식당이 오랫동안 맛집으로 남을 수 있을까.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의 조건은 일관된 맛이다. 사장님처럼 얼렁뚱땅 눈대중과 감에만 의존하면 원래의 맛을 잃을 확률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트로트 남매 박현빈과 윤수현이 힘포칼숫집을 방문해 시식을 했는데, 사장님의 '얼렁뚱땅'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물가자미 비빔국수를 맛본 두 사람은 예의상 가짜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얼굴은 전혀 밝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장님이 계량 없이 양념을 더 넣어 비빔국수가 많이 매워진 탓이었다. 하루 전에 김성주와 정인선이 감탄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자신도 옛날엔 사장님과 같은 방식으로 요리를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자신의 입과 느낌에 의존하면 음식 맛이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결국 요리를 잘한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그건 일관성 아닐까.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맛이 아니라 언제든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한결같음 말이다. 물론 소량의 요리를 할 땐 눈대중과 감이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식당을 운영할 생각이라면 자신만의 계량된 정확한 레시피가 필수적일 것이다. 천하의 백종원도 매번 계량을 한다. 왜 그러겠는가. 어쩌면 그건 맛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