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 아메드>포스터

영화 <소년 아메드>포스터 ⓒ 영화사 진진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거장 다르덴 형제의 신작 <소년 아메드>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담아냈다. 다르덴 형제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와 개인의 윤리, 도덕에 첨예하게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영화에서는 펜을 들던 소년이 종교적 맹신으로 칼을 들게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뒤쫓는다.

영화는 흔들리는 핸드헬드와 클로즈업, 롱테이크로 화면을 꽉 채운다. 주인공의 행동, 표정, 말투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귀 기울이게 만든다. 최근 이슬람 테러의 중심지로 떠오른 벨기에의 한 소년을 통해 극단주의가 불러올 파장과 미래를 사려 깊은 시선으로 다룬다. 다르덴 형제의 통찰력은 여전히 날이 살아 있다.
 
 영화 <소년 아메드> 스틸컷

영화 <소년 아메드> 스틸컷 ⓒ 영화사진진

 
다르덴 형제의 작품답게 역시나 영화는 느닷없이 시작한다. 인물의 상황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어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다. 소년은 누군가와 다급하게 연락을 취한 후 교실로 돌아온다. 열세 살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형과 기도 모임에 가야 한다며 다급하게 교실을 나간다. 이네스 선생님(미리암 아케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선생님과 접촉하거나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한다. 여성과는 악수도 뺨 키스도 하지 말라고 배웠다며 선생님과 설전을 벌인다. 코란에는 타 종교와도 교류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는 선생님의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메드는 종교를 향한 강박으로 스스로를 점점 옭아매고 있었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몸을 경건하게 하는 건 당연하다. 불순한 냄새, 말이 오갔을 코와 입, 몸 구석구석을 닦아야 한다. 더워도 긴팔만 입고 시간 맞춰 기도드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몸이 더럽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과한 행동에 가족과의 갈등은 고조되지만 아메드의 신앙심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한편, 어릴 적 난독증이 있던 자신을 끝까지 붙잡아주고, 보살펴준 돌봄 선생님의 배교를 참을 수 없는 아메드. 그는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 이맘의 세뇌로 독실한 신자로 거듭난다. 그전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얼마 전 자폭 테러로 죽은 자신의 사촌을 신성시하며 순교로 칭송한다. 코란의 오독은 배교자 처단이란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신의 이름으로 드는 칼은 신성하다는 믿음은 선생님에게로 향한다.

이 일로 아메드는 소년원에 가게 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교도 처단이란 단어가 계속해서 맴돈다. 겉으로는 외부 활동인 농장 일도 곧잘 돕고, 그곳에서 만난 소녀와도 잘 지내는 듯 보인다. 사회복지사 말도 잘 듣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호시탐탐 선생님을 해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로 인한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을 초래한다.
 
 영화 <소년 아메드> 스틸컷

영화 <소년 아메드>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다르덴 형제는 비전문 배우를 기용해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감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년 '이디르 벤 아디'를 캐스팅해 주변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년을 얼굴을 만들었다.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고, 통통한 손과 아이의 몸을 가진 아메드가 이맘의 세뇌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날것 그대로 펼쳐진다. 아메드가 만난 소녀 루이즈(빅토리아 블럭)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 터널에서 만난 한 줄기 빛이다.

이로써 영화는 순수한 소년과 테러리스트의 얼굴은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 보인다. 단지 한끗 차이일 뿐. 더불어 다르덴 형제는 소년에겐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두 사람이 왜 명장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다르덴 형제는 소년을 13세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급진주의자가 되기 전 충분히 교화 가능한 나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구, 가족,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누구든지 변화가 가능함을 이야기 한다. 과연 소년이 맹목적으로 좇았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엄마를 부르는 소년의 모습을 비추며 아직도 그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아메드를 향해 돌아오라 손짓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