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설국열차>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설국열차> 포스터. ⓒ 넷플릭스

 
'설국열차'라는 콘텐츠는 201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후 널리 보급되었다. 수직 아닌 수평으로 되어 있는 세상에도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우리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더 이상 계급 체계는 없다고 하지만 사실 존재하고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계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다른 많은 것과 함께 '설국열차'가 생각나곤 한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영화 개봉 전에 1, 2, 3부가 나왔고 영화 개봉 후에 4부가 나왔는데, 프랑스 현지에선 1984년, 1999년, 2000년, 2015년에 발매되었다. 우리나라에선 1부와 2, 3부가 2004년에 따로 출간되었고, 영화 제작이 확정된 2009년에 1, 2, 3부 합본이 출간되었으며, 영화 개봉 직전 출판사를 바꿔 합본이 출간되었다. 4부는 2016년에 뒤늦게 출간되었다. 

만화와 영화를 섭렵했으니 남은 건 드라마일 것이다. 공개 전부터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각각 제작자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현지에선 TNT를 통해 해외에선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는 소식도 역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5월 25일 첫 공개 이후 매우 월요일마다 한 편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최근 시즌 1이 종영됐다. 흥행은 대성공이지만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 드라마, 영화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흥행과 평가도 비슷하다. 

얼어붙은 지구를 달리는 '설국열차' 안

얼어붙은 지구, 영하 100도를 밑도는 지구에서 인간은 더이상 살 수 없다. 윌포드가 설계했다고 알려진 설국열차는 3000명의 승객을 싣고 달리고 있다. 애초에 설국열차는 부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졌는데, 열차가 떠나기 직전 돈 없는 많은 이가 무임승차를 했다. 그들은 꼬리칸이라는 곳에 갇혀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교육을 받거나 햇빛을 받지도 못하며 처참한 삶을 이어간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꼬리칸의 지도자 안드레이 레이턴이 앞칸으로 끌려간다. 3등급 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전직 형사인 그가 필요하다는 것.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레이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꼬리칸은 다시 한 번 반란을 일으킨다. 설국열차를 이끄는 윌포드 인더스트리와 꼬리칸 반란군 모두 큰 피해를 낳고 대치하던 중, 레이턴의 중재로 마무리된다. 설국열차와 윌포드 인더스트리의 비밀에 다가간 레이턴은 소규모 반란으로 끝나지 않는, 뿌리부터 바꾸는 혁명을 준비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야 했고, 살인사건을 맡으며 1등급 칸까지 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수사도 성공하며 혁명의 씨앗을 잘 심을 수 있을까?

한편, 윌포드의 완벽한 대변인이자 윌포드 인더스트리를 이끄는 얼굴마담 격인 멜러니 캐빌은 1등급 칸부터 꼬리칸을 오가며 동분서주한다. 모든 칸에 존재하는 다양한 불만을 처리하는 와중에 레이턴과 함께 3등급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고, 승객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의식주에 신경을 써야 했으며 엔지니어로서 설국열차의 상시적 불안 요소를 해결해 계속 달리게 해야 했다. 계급을 나누어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고 차별을 일삼으며 폭력을 두둔하는 그녀와 윌포드 인더스트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수평의 열차, 계급의 모습, 변화의 이치

'설국열차'라는 콘텐츠의 세계관이 기가 막힌가 보다. 1980~2000년대 프랑스, 2000~2010년대 한국, 2020년대 미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까지 다른 설정과 방식과 장르와 채널로 탄생과 재탄생을 계속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인기를 끌고 있으니 말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데다, 달리는 열차라는 고립된 곳에서조차 나뉘어 있는 계급의 모습이니 그럴 만도 하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수사물이라는 기본 얼개에 계급과 혁명이라는 기존 콘텐츠들의 주요 소재와 주제를 끌어왔고, 나아가 설국열차를 계속 달리게 하는 힘과 시스템에 대한 원론적 물음까지 도출해 냈다. 그 중심엔 꼬리칸의 지도자 레이턴이 아닌 윌포드 인더스트리의 수장 맬러니 캐빌이 있다. 그녀가 설국열차에 탑승한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 하나는, 설국열차가 영원히 달리는 것이다. 그래야 모두 살 수 있다. 

이는 독재국가에서 주로 차용하는 주장과 다름없다. 국가가 있어야, 국가가 바로 서야 비로소 개인이 있다는 주장 말이다. 개인이 먼저인가, 국가가 먼저인가.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인간이 어찌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더욱이 차별과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에겐 말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변화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실제 지구와 작품 속 설국열차가 다를 게 무언가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한 바퀴 4만 km의 지구에 수십 억 인구가 살다가 불과 1001칸의 열차에 3000여 명이 살게 되었고, 이전까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되었으니, 그에 맞는 시스템이 재정립되어야 했고 그 결과 최적의 체계를 입힌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드라마 속 설국열차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말이다. 머지 않은 언젠가는 이 세계의 시간이 멈출 것이고, 자원은 한시적이며, 사람들의 아귀다툼은 끝이 없다. 

설국열차와 지구는 다르지 않다,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없다. 설국열차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이대로라면 어느새 설국열차의 세계와 다름 없는 곳에서 살게 되든가 지구 자체가 설국열차의 세계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하여, 설국열차 세계관에서 그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에게 건네주든 흥미롭고 논쟁적으로 대할 수 있을 테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판을 바꾸는 혁명을 몸소 실천한 나라이다. 설국열차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느껴지지만은 않는 이유다. 많은 이가, 혁명 후 세상이 바뀌었냐고 오히려 더 나빠진 부분도 있지 않냐고 도대체 왜 세상을 바꾸려고 하냐고 말한다. 틀린 말만은 아니다. 대신 본인의 삶과 세상을 대하는 눈을 보다 크고 넓게 깊게 하라고 전하고 싶다. 

사실 설국열차는 오래지 않아 멈출 테다. 그때가 되면 그들이야말로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가장 먼저 내려서는 '영원히 달린다'는 또 다른 무엇을 탈 것이다. 그들은 최대한 우리 몰래 언제든 갈아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혁명이 별 건가? 우리 몫을 우리가 챙기겠다는 의지가 발로된 결과가 아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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